KT, 노조선거 개입하고 조합원들 성향분석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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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이상호 조합원의 출마 가능성에 대한 대응방안이 적힌 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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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가 노조 대의원선거에 개입하고 부진인력(CP)퇴출프로그램과 자회사를 동원해 회사측과 반대되는 성향의 노동자를 관리하라고 지시한 문건이 공개됐다.

은수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KT 전국민주동지회(아래 민동회), CFT철폐투쟁위원회, KT노동인권센터는 15일 국회기자회견장에서 "KT가 사측과 반대되는 성향의 노동자들을 압박하라고 간부에게 지시한 문건이 발견됐다"며 당시 가좌지사(현 서대문지사)의 CER(고객관리) 팀장이 지난 2011년 작성한 파일을 공개했다.

이 파일에 따르면, 민동회 소속 이상호 조합원이 노조 대의원에 출마할 경우 대응하는 방안이 구체적으로 적혀 있다. 대응방안으로는 ▲ 사측성향 조합원들을 A, 중도성향을 B, 민동회 소속을 C 등 3개 등급으로 분류한 뒤 각 팀장과 CER팀장, 지사장의 설득 ▲ 이상호 조합원과 각 팀원의 만남을 팀장이 차단 ▲ 이상호 조합원 측 참관인 감시 등이 들어 있다. 이외에도 친사용자 대의원을 당선시키기 위해 이들의 선거유세나 유인물 제작을 회사가 지원하고 각 팀을 순회할 수 있게 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또한 가좌지사에서 CP퇴출프로그램이 시행되고 있는 정황도 드러났다. 업무지시서-업무촉구서-확인서-징계-비연고지 체임발령-퇴출 순의 '표준행동절차'가 담겼다. 업무지시서에는 CP대상자에게 '출퇴근 시 먼저 간다고 인사하기', '직원들과 점심 같이 먹기'등이 담겨 있다. 대상자의 일거수일투족을 일별로 기록한 관리카드도 존재했다.

이 같은 문건이 가좌지사에서만 나온 것은 아니다. 박철우 CFT(Cross Functual Team) 철폐위원장에 따르면, 지난 6월 14일 의정부 CFT에서도 비슷한 문건이 발견됐다. 박 위원장은 "해당 문건을 작성한 팀장은 '팀을 위해 개인적으로 작성한 문건'이라 말하지만 지사에서 상부로 보고한 내용 중 일부다"라며 "이는 한 지사 팀장의 일탈이나 영달을 위한 문건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가좌지사 문건에 적시된 이상호 조합원은 "이는 민주후보를 낙선시키기 위해 회사가 조직적인 활동을 벌였다는 증거"라며 "황창규 회장에게 부당한 지배개입을 사과하고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명퇴 거부자들 한직에 배치해 퇴출 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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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 가좌지사 직원들에 대한 성향 분석. KT가좌지사는 직원들을 사측이나 아니냐를 두고 A, B, C 그룹으로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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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KT가 291명의 명예퇴직 거부자들을 한직에 배치하고 성향 분석을 벌여 퇴출을 유도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 위원장은 "회사는 CFT가 정규직이고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편제했다고 말하지만 실질적으로 우리가 하는 일은 하루 종일 버스를 타고 교외로 나가 열린 단자함 사진을 찍거나 모뎀과 TV셋톱박스를 수거하는 일뿐"이라며 "거점에도 CCTV를 설치해 CFT 노동자들을 감시하는 등 퇴직을 유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CP퇴출프로그램의 '표준행동절차'와 유사한 대목이다.

은수미 의원은 기자회견장에서 "지난 2013년, CP의 존재를 확인하고 검찰조사를 요구했지만 당시 회사와 고용노동부의 답변은 '존재하지만 실제로 활동하진 않는다'였다"며 "그러나 이 문건으로 KT가 지난 답변과는 다르게 노동자들을 관리해온 사실이 드러난 것"이라 말했다. 이어 "국회는 허위보고를 한 회사와 고용노동부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4월 30일, KT에서는 8304명의 직원이 사직서를 냈다. 당시 KT는 계열사와 관리사에 퇴직자 일부가 재취업하도록 지원하고, 창업이나 재취업컨설팅 등 전직지원프로그램을 제공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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