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단임 염두 단기성과 집착하나”

“황창규 단임 염두 단기성과 집착하나”

등록 : 2014.04.14 20:03수정 : 2014.04.14 21:29

 

KT노동인권센터 우려 표명

“대량명퇴·외주화는 회사 해쳐”
 
“혹시라도 3년 임기만 채우고 물러날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을까 걱정이다.”

 

 

14일 케이티(KT) 한 임원이 조심스레 꺼내놓은 말이다. 황창규 케이티 회장이 연임하고, 연임 2년차에 다음 정부가 출범하면 남중수 전 사장이나 이석채 전 회장처럼 ‘험한 꼴’을 당할 수 있다고 생각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단임하겠다는 생각 자체가 걱정거리는 아니다. 황 회장이 장기 성장 전략을 준비하고 추진하기보다 임기 중의 주가와 단기 실적에 매달리는 경영을 하다 떠날 경우, 이석채 전 회장 시절 못지않게 회사를 망가뜨릴 수 있다는 게 내부 구성원들의 걱정이다.
 

황 회장이 ‘장고’ 끝에 빼든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 카드에 대한 내부의 거센 반발에도 이런 우려가 깔려 있다. 6000명 이상으로 예상되는 특별명퇴를 통해 ‘고참’ 직원들을 대거 내보내고, 사업 외주화를 통해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대거 전환하는 경영으로 미래를 기약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현재 케이티는 이석채 전 회장의 부실경영 및 엘지유플러스(LGU+)와 알뜰폰 사업자들의 공세에 밀려, 30%대 중반이던 이동통신 시장점유율(가입자 기준)이 20%대로 내려앉은 상태다.
 

조태욱 케이티노동인권센터 집행위원은 “특별명퇴 대상인 2만3000여명이 사실상 일을 놓으면서 케이티는 현재 준파업 상태나 다름없다. 케이티 협력사들도 사업이 추진되지 않는 등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명퇴 대상으로 지목됐다는 사실을 통보받은 직원들이 자살이라도 할까봐 전국 사옥의 옥상을 폐쇄하는 웃지 못할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고 14일 전했다. 케이티 노동자 현장조직인 케이티민주동지회와 케이티노동인권센터는 “인력 구조조정은 양질의 일자리를 비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반사회적인 처사”라고 비판했다.
 

황 회장이 삼성 출신들을 핵심 경영진 및 주요 자회사 대표로 대거 영입해 ‘관행 타파’ 몰이에 나서는 것을 두고도 뒷말이 많다. 삼성식 잣대가 통신업체에는 무리일 수 있다는 것이다.
 
황 회장은 최근 ‘경영진단센터’를 신설해 조직·사업 및 자회사에 대한 경영 진단을 맡기고, 최성식 전 삼성화재 자산운용본부장을 센터장(전무)으로 임명했다. 김인회 케이티 재무실장(전 삼성전자 상무), 최일성 케이티에스테이트 대표(전 삼성물산 상무), 서준희 비씨카드 대표(전 삼성증권 부사장), 윤종진 케이티렌탈 전무(삼성전자 홍보팀)도 황 회장 취임 뒤 영입된 삼성 출신이다. 이를 두고 이석채 전 회장 시절 ‘올레 케이티’에 이어 황 회장 체제에서는 ‘삼성 케이티’가 득세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돌고 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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