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의 KT, 역시나 명퇴 칼바람

황창규의 KT, 역시나 명퇴 칼바람

 

 

등록 : 2014.04.08 19:59 수정 : 2014.04.08 22:09

 
케이티(KT)가 대규모 명예퇴직을 시행한다고 밝힌 8일 서울 종로구 케이티 광화문 사옥에서 직원들이 오가고 있다. 이번 명예퇴직은 근속 15년 이상 직원 2만3000명을 대상으로 한다. 케이티의 명예퇴직은 이석채 회장 때인 2009년 이후 처음이다. 연합뉴스

이용경·이석채 이어 5000~6000명
근속 15년차이상 대상 감원 추진

황창규 케이티(KT) 회장이 취임 뒤 ‘장고’ 끝에 빼든 카드는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이란 칼이었다. 이른바 ‘특별 명예퇴직’을 추진해 경쟁업체보다 높은 인건비 부담을 줄이겠단다. 케이티는 최고경영자가 바뀔 때마다 특별명퇴를 추진해, 인력이 뭉텅뭉텅 잘려나갔다. 2003년 이용경 사장 취임 뒤에는 5500명을, 2009년 이석채 회장 때는 6000명을 특별명퇴 형식으로 회사에서 내보냈다.
 

케이티는 노사 합의를 통해 특별명퇴를 추진한다고 8일 밝혔다. 대상은 전체 직원의 70%를 차지하는 근속 15년차 이상 2만3000여명이다. 이번 명예퇴직자한테는 퇴직금과 함께, 근무 기간 및 정년까지 남은 기간에 따라 최대 퇴직 전 급여 2년치 규모의 명예퇴직금을 준다. 개인의 선택에 따라 가산금을 주거나 자회사에서 2년 동안 계약직으로 일할 기회도 주어진다. 케이티는 오는 10~24일 명퇴 신청을 받아 30일 퇴직 발령을 낼 계획이다. 케이티 관계자는 특별명퇴 규모에 대해 “이전 규모 정도 되지 않겠느냐”고 말해, 5000~6000여명 규모로 예상된다. 유선전화 사업 쪽이 많이 구조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케이티는 사원 복지 축소와 사업 외주화도 추진한다. 사원 복지 중에서는 임직원 자녀의 대학 학자금 지원 제도가 폐지된다. 그동안 회사 영업이익으로 사내 복지기금을 충당했는데, 영업적자 상태라 지원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케이티는 또 다음달부터 현장 영업, 집전화와 초고속 인터넷 개통, 유지·보수, 전국 지사의 영업창구 업무 등을 자회사로 외주화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임금피크제를 내년 1월1일자로 도입하기로 했다.
 

케이티는 “지난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영업적자를 기록하는 등 회사가 직면한 경영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케이티 한동훈 경영지원부문장은 “회사가 위기상황에 처하면서 직원들이 고용 불안 및 근무여건 악화를 우려해왔다. 노사가 오랜 고민 끝에 합리적인 수준에서 ‘제2의 인생설계’의 기회를 주는 것이 직원과 회사 모두에 이익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고 말했다.
 

케이티는 그동안 특별명퇴를 할 때 미리 내보낼 대상과 규모를 정해왔다. 대상인데 명퇴 신청을 안 하면 부서장을 통해 종용하고, 불응하면 엉뚱한 지역이나 업무로 발령을 내기도 했다. 케이티 직원들은 이번에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고 반발하고 있다. 한 케이티 직원은 “이번 명퇴와 외주화로 케이티 정규직이 크게 줄어들게 됐다. 경영진의 무능력과 경영실패 책임을 직원들한테 떠넘기는 행태다. 이게 황 회장이 강조하는 ‘1등 케이티’의 실체냐”고 반발했다.
 

케이티 내부에선 절차 문제도 제기된다. 조태욱 케이티노동인권센터 집행위원장은 “상당 부분은 취업 규칙을 바꾸는 것이라 단협사항이다. 노사가 합의했다고 하는데, 조합원 총회 동의도 없이 합의하고 발표하고 추진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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