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에 또 청와대 낙하산이라니…

[사설]    민간기업 KT까지 ‘청와대 보은인사’인가

 

경향신문2014. 03. 11 20:44

 

 

위성방송 사업자인 KT스카이라이프 사장에 이남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내정됐다고 한다. 스카이라이프는 KT 자회사다. 민간기업 KT와 전직 청와대 관계자의 조합은 왠지 어색하면서도 낯설지 않다. 회사 측은 “적법 절차를 거쳤다”고 하지만 누가 보기에도 청와대 보은 인사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석채 전 회장 시절 그렇게 낙하산으로 골병이 들고도 아직도 이 모양인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매번 이런 식으로 KT를 흔든다면 회사 꼴이 어떻게 되겠는가.

이 전 수석의 사장 선임은 21일 주주총회 절차만 남겨둔 상황이다. 회사는 “헤드헌팅 업체 추천을 받은 뒤 5명 심사위원 면접을 거쳐 후보자를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동양방송 PD로 방송 생활을 시작한 그는 SBSi 대표와 SBS 이사회 의장을 지낸 뒤 새 정부 첫 홍보수석에 발탁됐다. 그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청와대에 근무한 것은 사실이지만 방송분야 전문가이기 때문에 낙하산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고 한다. 대통령 참모였던 그로선 궁색한 변명이다.

이 내정자의 사장 자격을 탓할 생각은 없지만 전력 문제는 짚고 가야겠다. 그는 입에 담기조차 부끄러운 윤창중 전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에 책임을 지고 홍보수석에서 물러난 당사자다. 더구나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대통령께 죄송하다”고 말해 전국민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인 이정현 청와대 정무수석의 고교 선배라는 특수관계도 있다. 공직에서 불명예 퇴진한 지 1년도 안돼 공기업도 아닌 민간회사 사장이라니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이러고도 이 내정자가 마냥 떳떳하다고 말할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

박근혜 정부의 코드 인사·낙하산 인사는 신물이 날 정도다. 공기업이야 정치철학 공유라는 명분이라도 있지만 KT는 민영화된 지 10년이 지난 민간회사다. 정부 지분이 한푼도 없어 감 놔라 배 놔라 할 자격도 없다. 지난 정부 때도 낙하산 인사에 이골이 난 KT 아닌가. 정권이 바뀌고 새 회장이 취임했지만 달라진 것은 없다. KT는 요즘 대규모 기업대출 사기와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터져 최악의 위기다. 불난 집에 부채질도 유분수지 이런 상황에 낙하산이라니 기가 찰 노릇이다. 최소한의 상도의를 감안해도 이 내정자 스스로 결단하는 게 순리다. 황창규 회장도 좋은 게 좋다는 식은 곤란하다. 이번 인사는 단지 시작일 뿐이다. 황 회장이 버티지 못하면 KT의 변화는 요원한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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