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오년은 경제위기의 해

                                                                         갑오년은 경제위기의 해

김승호  |  seung7427@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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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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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호
전태일을따르는
사이버노동대학
대표

갑오년 새해가 시작됐습니다. 문득 예전에 우리 노동자들이 즐겨 부르던 노래 가운데 하나가 생각났습니다. 전노협 진군가라는 노래인데, 그 노래 가사에 “새날이 밝아온다 동지여 한 발 두 발 전진이다. 기나긴 어둠을 찢어 버리고 전노협 깃발 아래 총진군…”이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그런데 새해가 시작됐음에도 “새날이 밝아온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던 겁니다.

밝지 않은, 어두운 현실을 직시하고 대책을 세워야 할 때입니다. 어느 보수신문은 1월1일자 사설에서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저성장이다. 성장률을 정상 궤도에 올려놓지 못하면 양질의 일자리와 복지재원 마련은 불가능하다. 인구의 고령화에다 내수경기는 부진에 빠져 있고, 밖으로는 세계경제의 장기침체와 아베노믹스의 위협에 노출돼 있다”고 썼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사태의 진실을 다 말하지 않고 있습니다.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 빠져 있다는 사실은 부정하지 않고 있으나 경제침체의 원인에 대한 과학적 분석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경제침체의 미래에 대한 전망도 과학적이지 않습니다. 아무리 들여다봐도 세계경제든 한국경제든 자본주의 경제는 2014년 저성장의 늪에서 빠져나올 가능성이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여차하면 유사 이래 최대의 시스템 붕괴와 추락을 겪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 ‘불편한 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됩니다. 자본주의 생산양식 고유의 모순인 과잉생산력과 과소소비력 사이의 모순이 폭발하고 있는 중이기 때문입니다. 그로 인해 디플레이션이 다가오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제도 언론이나 학계에서는 디플레이션 위험에 대해 그다지 언급하지 않으면서, 주로 경기부양을 위해 양적완화 정책을 계속할 경우 그에 수반될 인플레이션 위험에 대해서만 관심을 표해 왔습니다. 그러나 세계 유수의 경제전문지인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11월9일자 머리기사에서 “물가상승률 저하의 심각한 위험성(The perils of falling inflation)”을 경고했습니다. “현재 OECD 회원국 대부분의 평균 물가상승률은 1.5%로 2012년의 2.2%보다 낮고 중앙은행들의 정책적 목표치(대개 2% 혹은 그 아래 수준)에도 훨씬 미치지 못한다. 유로화권에서 문제가 심각한데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7% 수준으로 전년 동기 2.5%보다 훨씬 낮았다. (…) 미국에선 9월 물가상승률이 1.2%로 7월의 2%보다 낮았다. 일본의 경우 근원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제로 수준이다. (…) 지나치게 낮은 물가상승률이 위험한 것은 이후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전면적 디플레이션으로 전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 현재 남유럽은 이러한 위기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그리스와 스페인의 경우 일회성 세금증대 효과를 제외한다면 소비자물가는 이미 하락 중이다. (…) 인플레이션에 대해선 당연히 조심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이 가라앉을 때 삶이 훨씬 더 무서워질 수 있다.”

사정이 이러한 데도 한국은행 총재는 신년사에서 “경제성장세, 임금인상률 등 변화추이를 전망해 볼 때 우리 경제가 저물가나 디플레이션을 경험할 확률은 매우 낮다”며 근거 없는 낙관론을 반복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연 1%대 이하로 매우 낮습니다. 세계 자본주의 경제의 예외지대, 무풍지대가 아닌 것입니다.

한편 이런 위험을 피하는 대책은 통화팽창입니다. 선진 자본주의 금융정책 당국은 2008년 금융공황 이래 이미 그런 통화팽창 정책을 실시해 오고 있습니다. 미국의 이른바 양적완화 정책이 바로 그것입니다. 일본의 아베노믹스도 기실 디플레이션을 피하기 위한 통화팽창 정책에 불과합니다.

그런데도 글로벌 금융자본의 대변지인 <이코노미스트>는 그것을 더욱 강도 높게 추진하라고 촉구하고 있습니다. 그런 촉구에 응답하듯 일본은행 총재는 정초에 2% 인플레이션이 될 때까지 통화팽창 정책을 지속할 거라고 말했습니다. 그만큼 상황이 심각합니다.

그렇다면 통화팽창으로 자본주의의 고질병을 치유할 수 있을까요. 그것은 자국 통화의 국제적 가치를 저하시켜서 자국 상품의 가격경쟁력을 향상시킴으로써 이웃나라를 궁핍화시킬 것입니다. 예컨대 아베노믹스로 인해 한국 경제는 저성장에 늪으로 더욱 미끄러져 들어갈 위험에 처해 있습니다. 동시에 이런 인플레이션 정책은 악화되다가 어느 순간 ‘하이퍼 인플레이션’으로 전화될 수 있습니다. 그때 노동자들의 연금과 임금은 휴지 조각이 될 것입니다. 나아가 여차하면 신용화폐에 대한 신뢰도가 폭락해 시장이 무너질 수도 있습니다. 달러를 계속 찍어 내다가 그 가치가 폭락한다면 일국적 시장만이 아니라 세계시장까지 무너질 것입니다.

디플레이션 공포(D의 공포)나 하이퍼 인플레이션 공포, 이것들은 공상과학 소설의 스토리가 아닙니다. 엄존하는 현실적 위험성입니다.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 대표 (seung7427@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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