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이석채 회장의 퇴임은 끝이 아니라 시작일 뿐이다.

이석채 회장의 퇴임은 끝이 아니라 시작일 뿐이다.

 

온갖 비리의혹과 배임혐의로 검찰의 전격적인 압수수색을 받은 KT의 이석채 회장이 퇴진의사를 밝혔다. KT민주동지회와 여러 시민단체 등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퇴진요구에 대해 철저하게 모로쇠로 일관하더니 검찰의 칼날이 목전에 다가오자 이를 모면하고자 퇴진을 결정한 것이다. 이석채 회장의 퇴임은 그 동안 KT민주동지회를 비롯한 KT 안팎의 민주세력들이 끊임없이 그의 불의와 전횡을 폭로하고 고발해온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박근혜 정권이 KT회장의 자리에 정권의 새로운 낙하산을 내려 보내려는 의도가 현재 KT를 둘러싼 흐름의 한 배경이라는 지적을 무시할 순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석채 회장이 KT를 계속해서 망쳐놓도록 놔둘 수는 없는 현실이기에 우리는 지체 없는 즉각 퇴진을 다시 한 번 촉구하며, 더 나아가 이석채 회장의 퇴진이 KT가 정상화되는 과정의 첫걸음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석채 회장은 직원들에게 이메일로 보낸 ‘퇴임의 변’에서 마지막까지 적반하장의 논리를 펼쳤다. 그는 ‘아이를 포기할 수 밖에 없었던 솔로몬 왕 앞의 어머니 심정’이라며 자신이 아무런 잘못이 없지만 어쩔 수 없이 물러나는 것이고, 자신의 재임기간 중 대단한 성과가 있었던 양 자화자찬을 늘어놓았다. 이는 KT를 낙하산들의 천국으로 만든 장본인이며 제주도7대경관 사기논란, 청와대 불법사찰 은폐 대포폰 제공 등 온갖 구설수로 회사이미지를 먹칠하더니, 급기야 국민의 자산이기도 한 전화국 건물을 헐값으로 팔아 넘겨 시민단체의 고발까지 불러온 당사자로서 도저히 할 말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결정적으로 국가의 전략자산인 위성까지 불법적으로 헐값에 매각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국민들의 분노가 치솟고 있는 상황에서 뻔뻔스럽기 짝이 없는 작태라 할 수 있다.

 

그의 재임기간 중 살인적인 노무관리와 끊임없는 구조조정으로 KT직원 213명이 운명을 달리하였고 이 중 자살자만 27명이었다. 이석채 회장은 즉각 퇴진과 함께 돌아가신 망자와 유족들에게 무릎 꿇고 사죄하는 것이 최소한의 도리일 것이다우리는 이석채 회장이 퇴진한다고 해서 그 동안 그가 행한 온갖 악행에 대한 면죄부가 주어져서는 안 된다고 본다. 배임행위와 비자금 조성 의혹 등 드러난 의혹들에 대해서 철저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며 막대한 연봉 등으로 챙긴 사익은 반납하도록 해야 한다. 근로기준법 위반 및 부당노동행위 등 노동탄압에 대한 죄값도 반드시 치러야 한다. KT민주동지회는 주주대표소송 등을 통해 이석채 회장의 책임을 끝까지 물을 것이다.

 

이제 이석채 회장의 퇴진을 계기로 KT를 정상화해야 하는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졌다. 이번 기회에 KT가 국민기업이자 기간통신사업자로서 통신공공성에 입각한 경영을 수행할 수 있는 구조를 새롭게 만들어야 하며, 한편으로 노동인권이 존중되는 일터로 바꿔내 죽음의 행렬을 멈추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우선 KT의 새로운 CEO는 반드시 통신공공성과 노동인권에 대한 식견과 책임감을 가진 인물이 선정되어야 마땅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현재 후임 CEO로 특정기업 출신이나 정치권 주변 인물들이 거론되는 것에 대해 우리는 커다란 우려를 가지고 있다. 특히 정권의 낙하산 논란을 우회하고자 삼성출신 인사들이 유력한 대상으로 떠오른다고 하는데, 이는 국민기업인 KT를 특정 재벌의 영향력 아래 놓이게 하는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KT를 삼성의 먹잇감으로 가져다 바치는 첫 수순일 것이므로 KT의 통신공공성 회복을 바라는 시민사회세력과 함께 반드시 막아내야 한다.

 

지속적으로 악화되어 온 KT의 노동인권 현실을 정상으로 되돌리기 위한 노력도 시급하다. 민영화 이후 KT에서는 가혹한 구조조정과 실적경쟁이 이어져 왔다. 소위 ‘CP(부진인력) 퇴출프로그램’이 비밀리에 가동되어 왔고 회사 자체 통계에 따르더라도 수천 여명이 비연고지에 발령받아 근무하며 고통받고 있다. 가혹한 노동현실에 내몰린 KT노동자들이 매년 수십 여명이나 돌연사, 각종 질환, 자살 등으로 죽음에 이르고 있어 올해만도 21명의 사망이 발생하였다. 그런데 이에 맞서야 할 노동조합은 완전 어용화되어 있고 오히려 직원들을 살인적인 경쟁으로 내모는 고과연봉제와 상시적인 구조조정 수단인 면직제도 도입에 앞장서기도 했다. 어용노조 스스로가 이석채 체제하에서 벌어진 죽음의 행렬의 공범이므로 이석채 회장과 함께 동반 퇴진해야 할 대상인 것이다. KT노동자들의 죽음의 행렬을 멈추어 내기 위해서 어용노조의 동반퇴진, CP프로그램과 고과연봉제의 폐지, 비연고지 근무자에 대한 원상복구, 근로기준법 철저 준수 등의 전면적인 노동인권의 개선이 즉각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제 이석채 회장의 퇴진을 계기로 KT의 진정한 개혁이 시작되어야 한다. KT를 통신공공성을 지켜내는 국민기업으로 바꿔내고, 인간다운 삶과 노동인권이 보장되는 일터로 만들어나가기 위한 움직임을 시작해야 할 때이다. KT민주동지회는 이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투쟁해나갈 것이다.

 

2013. 11. 6

KT전국민주동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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