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이런일이

KT, 주총 참석하려 한 ‘직원 납치’ 의혹
“자고 있는데 동료 넷 들어와 억지로 차에 태워”
사쪽 “노래방 데려가려고 했다” 납치 전면 부인
한겨레 허재현 기자기자블로그
케이티(KT)가 ‘낙하산 인사’ 등을 비판해온 직원의 주주총회 참석을 막으려고 차량을 이용해 노동자 납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8일 납치주장을 제기한 류아무개(53)씨의 말을 종합하면, 케이티 서울 남부마케팅단 금천지사에서 근무하는 류씨는 지난 1월 문화방송 <피디수첩>의 ‘케이티 낙하산 인사 파문’ 편을 본 뒤 주주총회에 참석해 김은혜 전무 취임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기로 결심했다. 주주총회는 3월11일 열릴 예정이었고, 류씨는 이보다 한달 전인 2월11일 연차휴가를 내어 회사의 승인까지 받은 상태였다.

그런데 회사는 나흘 뒤 갑자기 류씨의 휴가승인을 취소했다. 회사는 충남 아산의 케이티 도고수련관에서 1박2일간 열리는 혁신교육 프로그램에 참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교육일자는 공교롭게도 주총 날짜와 겹쳐 지난 달 10일과 11일 열릴 예정이었다. 류씨는 회사가 류씨의 주총 참석을 막기 위해 벌인 일이 아닌가 의심했지만 징계의 빌미가 될 수 있다고 보고 교육에 참석했다.

사건이 벌어진 것은 지난 달 10일 밤 11시30분께였다. 류씨는 그날 교육을 마친 뒤 밤 10시께 일찍 숙소에 돌아와 잠을 자고 있었다. 다음 날 오전 일찍 일어나 주총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갑자기 동료 4명이 숙소에 난입해 류씨의 사지를 들어 지하1층 주차장으로 데려갔다. 발버둥치며 저항했지만 소용없었다. 류씨의 사지를 붙잡은 동료들은 “선배님. 우리를 왜 힘들게 하세요.” 등의 말을 했다고 류씨는 전했다.

류씨는 지프차 뒷 좌석에 태워졌다. 자신을 납치했던 사람들을 살펴보니 한 명을 제외하곤 그다지 큰 친분이 없는 동료들이었다. 차량 운전대를 잡은 동료는 이날 함께 교육을 받은 사람도 아니었다. 차량은 어딘가로 출발했고 류씨는 ‘어디로 가느냐’고 재차 물었다. 하지만 누구도 대답을 하지 않았다. 결국, 류씨는 경찰에 신고를 하고 억지로 운전대를 잡아 틀고서야 풀려날 수 있었다.

류씨는 1시간30분 정도 걸어 숙소로 돌아간 뒤 짐을 챙겨 인근 모텔로 피신했다. 덕분에 류씨는 다음날 오전 주총에 참석할 수 있었다.

류씨는 이 모든 일을 회사 쪽이 지시해 벌어진 일로 의심하고 있다. 류씨는 “내가 주주총회에 참석할 것을 알고 있는 회사가 참석을 막기 위해 꾸민 일”이라며 “케이티는 상부의 지시가 없으면 움직이지 않는 조직이기 때문에 동료 직원들이 아무런 지시없이 납치를 했을 리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케이티는 ‘납치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케이티 홍보팀은 18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류씨 동료들이 노래방에 데려가려고 했었다. 어떻게 납치해서 성인을 끌고 갈 수 있겠는가”라며 반문했다. 케이티는 또 “당시 류씨는 만취 상태였기 때문에 상황을 제대로 기억도 못하고 본인의 의지에 따라 차에 탄 것이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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