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사장인선 딜레마

2008-11-17 20:38:42
공석인 KT 사장 자리를 메울 ‘인재 찾기’가 좀체 실타래를 풀지 못하고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KT 정관의 사장 자격조건을 맞추다 보면 중량감 있는 외부인사를 고르게 평가할 수 없고 외부인사를 위해 정관을 느슨하게 적용하면 ‘낙하산 인사’ 의혹을 피할 수 없다는 게 고민이다.

17일 KT와 사장후보로 거론되는 다수 후보들에 따르면 사장추천위원회는 지난 13일 공모 마감 이후 서류심사를 통과한 인물도 가려내지 못하고 격론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장추천위원들의 고민은 정관에 규정된 KT 이사의 자격요건. 최근 2년 내 KT 경쟁사나 경쟁사가 포함된 그룹의 임직원을 지낸 인물은 이사 자격이 없다는게 정관 규정이다. KT그룹 계열사만 예외다.

유력 후보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여러 외부인사가 이 조항에 걸려 서류심사도 통과하지 못할 위기에 놓였다는 것. 고위 공직자 출신인 L씨는 KT의 강력한 경쟁그룹에서 사외이사로 재직 중이고 또 다른 후보도 경쟁그룹의 고위직을 맡고 있다. 또 다른 유력후보는 경쟁사 주요 임원의 특수관계인이냐 여부가 시비거리가 되고 있다.

KT 사장 공모원서를 낸 한 인사는 “정관 규정은 KT그룹 내부인사 외에는 최근 2년간 아무런 직업 없이 지낸 사람 외에는 KT 사장이 될 자격을 주지 않는 조항”이라며 불만을 에둘러 표현했다.

이 때문에 사장추천위원회 내부에서는 “정관에 대한 유권해석을 해서라도 KT 내부인사와 외부의 중량감 있는 인사들을 고르게 면접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일부 사장추천위원은 “유권해석을 따로 할 경우 특정 외부인사를 사장 후보로 만들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는 의혹을 피하기 어렵다”며 반대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사장추천위원회는 당초 14일쯤 후보를 3∼4배수로 압축, 면접심사를 거쳐 17일쯤 최종후보를 발표하기로 잠정적으로 일정을 정했지만 면접심사조차 진행하지 못한 채 고민만 깊어지고 있다.

/cafe9@fnnews.com 이구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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