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중요한 신임 사장의 조건은?…정관 해석도 ‘논란’

KT 사장추천위원회가 지난 13일 후보 공모와 헤드헌팅사를 통해 추천 받은 신임 사장(11대) 후보자를 병행 심사하고 있지만, 후보 압축이나 최종 후보를 정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모마감일(13일)이 지난 지 나흘째지만 면접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윤정로 KT 이사장(사추위원)이 KT 사내방송을 통해 밝힌 "조기에 KT 경영을 정상화하는 게 중요해 최대한 신속하게 신임사장 후보를 추천하겠다"는 말과 온도 차가 난다.

지난 2005년 사추위는 6월 16일 공모와 헤드헌팅 추천을 마무리하고, 하루 만에 3명의 후보를 선별해 2시간 정도 면접한 뒤 18일 사장 후보를 공식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사추위 등에서 "누가 KT 사장에 최적인물인가"를 두고 이견이 좁혀지지 않은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유력 후보군들이 KT 정관상 사장 후보로 적합한 인물인가를 두고 사추위 내부에서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선두 후보군에 이석채 전 장관...정관상 논란

현재 가장 유력한 후보로 알려진 이석채 전 정보통신부 장관은 '정보통신'을 아는 명석한 천재형에다 카리스마가 있고 김영삼 전 대통령?이상득 전 국회부의장 등과도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위기를 맞이한 KT의 체질을 혁신할 수 있는 인물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이 전 장관은 지난 2005년부터 최근까지 SK C&C 사외이사로 활동했다. SK C&C는 컴퓨터 프로그램 사업 및 시스템통합(SI)사업을 하고 있어, 비즈메카 등의 사업을 하는 KT와는 경쟁회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최근 2년이내 경쟁사나 경쟁사의 지배아래 있는 회사의 임직원이었던 자는 이사가 될 수 없다는 KT 정관(제25조 5항의 5호, 6호)과 상충될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KT 한 임원은 사견임을 전제로 "정관에서 문제가 되는 조항은 민영화 초기 사외이사들을 뽑으면서 경쟁사의 정보 유출을 걱정해 만든 조항이지만 시대에 뒤떨어진 측면이 있다"면서 "현재의 정관을 엄격히 적용한다면 이석채 씨 뿐 아니라 공모나 추천받은 다른 후보들도 KT 사장(대표이사)이 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석채 씨 뿐 아니라 자천타천으로 후보 물망에 올랐던 양승택 전 정보통신부 장관은 2007년 말까지 SK텔레콤 사외이사를 지냈고, 김창곤 전 정통부 차관은 현재 LG텔레콤 고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는 "논란인 정관의 조항을 어떻게 해석할 지는 사추위의 판단이고, (개인적으로는) 이를 탄력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 "다만 이번 일을 계기로 문제의 정관은 바뀌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 같은 조항은 방통융합 등 컨버전스에 직면한 KT 그룹의 현실과도 동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신전문가 윤창번 김앤장 고문...'KS'논란

또 다른 유력 인물인 윤창번 김앤장법률사무소 고문은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 2001년부터 2003년까지 KT사외이사를 거쳐 2005년 8월까지 하나로텔레콤 사장을 거쳤다. 그는 이명박 정부 인수위 시절 전문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KT 사외이사로 있다 하나로 사장이 됐을 때 KT 임원들이 걱정했을 만큼 KT 내부 사정에 밝으며, 통신 전문가일 뿐 아니라 2004년 하나TV를 기획했을 만큼 통방융합 분야에서도 혜안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윤창번 고문은 소위 'KS(경기 68회-서울대)' 출신이라는 게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KT의 경우 이상철 전 정통부장관(63회), 이용경 전 사장(56회)에 이어 남중수 사장(70회)까지 3연타석으로 경기고 출신을 CEO로 맞이한 상황이라 곱지 않은 시선도 있기 때문이다. KT그룹 노조 반발도 부담이다.

KT그룹 관계자는 “KS라는 문제, 더군다나 경쟁사 CEO와 처남매부 지간이라는 점을 회사 직원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 하나로텔레콤 한 임원은 "KS 출신이냐, 경쟁사 사장과 친인척 관계냐의 문제보다는 윤창번 사장 개인의 역량과 능력을 보고 사추위에서 평가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KT 출신 후보들도 거명

이석채 전 장관과 윤창번 고문외에도 이상훈 KT 연구위원, 송영한 전 KTH 사장 등 KT출신 후보들도 후보 압축때 포함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KT 내부에서는 KT 출신이어야 KT를 제대로 혁신할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이 더 우세한 편이다.

전직 KT 고위 관계자는 "현재의 위기를 돌파하려면 인력 수를 줄이는 구조조정 보다는 사업을 잘 하는 사람이 사업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주는 게 우선"이라면서 KT 출신이 적합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또 "이를 위해서는 인력관리나 기획조정 같은 분야에 대대적인 혁신이 필요하며, 회사의 경쟁력 중 99.9%는 사장의 능력에서 나오는 만큼 사추위가 현명하게 판단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전문 CEO라는 미명으로, 사실상 그룹 일선에서 물러난 삼성전자 고위 층이 사장직에 오르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KT 사추위는 금명간 서류 심사를 마치고 내일(18일) 중 압축후보에 대한 면접을 거쳐 이르면 모레(19일) 최종 추천 후보를 발표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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