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 KT, 국가인권위 노조활동 직원 ‘차별시정 권고’에 불복 소송

KT, 국가인권위 노조활동 직원 ‘차별시정 권고’에 불복 소송

  • 주재한 기자(jjh@sisajournal-e.com)
  • 승인 2023.04.21 09:00

회사에 비판적인 직원들 ‘업무지원단’ 발령 및 업무상 불이익···7월20일 행정소송 1심 선고
성남시 분당구 KT 본사. / 사진=연합뉴스
성남시 분당구 KT 본사.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케이티(KT)가 회사에 비판적인 노동조합에 가입해 활동한다는 이유로 직원들을 ‘업무지원단’으로 강제 발령한 뒤 업무상 불이익을 준 것은 차별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결정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사측은 노조 활동 전력을 이유로 발령하지 않았고 업무상 불이익을 준 사실도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회사가 수년째 소송을 하는 등 ‘법 기술’을 통해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부장판사 신명희)는 20일 오후 KT가 인권위를 상대로 낸 ‘국가인권위원회 결정 취소’ 소송 5번째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이 소송은 2021년 인권위가 KT에 노조 가입자들의 업무지원단 발령 취소 및 구제방안 마련을 권고한 것에 사측이 반발해 제기됐다. 이날 변론기일에서는 회사가 민주동지회, KT새노조 등 노동조합 활동을 한 직원들의 명단을 파악하고 있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노조 가입자들의 이름과 업무지원단 발령 여부, 부진인력 대상(CP)여부 등이 정리된 파일(2018년 4월 진정인 측 작성)이 증거로 제출됐기 때문이다. 인권위는 자료의 구체성 등을 이유로 진정인인 작성자가 매우 구체적인 자료를 토대로 해당 명단을 작성했을 것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

그러나 사측 대리인은 “회사는 민주동지회 회원이 누구인지 파악하지 못했고, (업무지원단 발령이 있었던) 2014년 기준으로는 이 명단은 존재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라면서 “회사는 2018년에 작성된 문건에 대해서는 진위 여부를 검증할 수 없다는 논지로 참고서면을 추가하겠다”고 말했다.

사측은 국가인권위가 2014년 기준 민주동지회 명단을 전혀 확보하지 못한 채 진정인들이 정리해온 자료만을 바탕으로 사실관계를 확정하는 것은 처분의 전제가 되는 사실관계의 확정이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명단 작성 과정에서 누구를 포함할지 여부에 있어서 진정인들의 자의적 판단이 개입되었을 가능성이 크고, 명단에 나타난 수치의 신빙성을 인정할 수 없는 이상 이를 바탕으로 민주동지회 및 새노조 업무지원단 발령 비율이 통계적으로 자연스럽지 않다는 인권위 판단은 잘못이라는 취지다.

반면 피고인 인권위 대리인은 “제출된 증거 외에도 (회사가) 민주동지회 회원을 정리한 목록이 있다. 회사는 이 증거를 탄핵하지 않고 있다”며 “업무지원단 발령자 중 민주동지회 회원의 비율이 유의미하게 높다는 것은 결정적인 근거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소송과정에서 KT 본사 인력관리실이 2005년 작성한 CP명단을 제출했다. 회사가 이미 이미 민동회 회원이 누구인지 특정하고 있었고, 대상자가 노동조합 후보로 출마하거나 심지어 참관인을 선 것조차 세세히 파악했다는 반론이다.

대리인은 또 “평등권 침해인 차별행위는 포괄적으로 모집과 채용, 교육, 승진, 임금 등을 모두 포괄하므로 고용상 불이익에 관한 판단을 넓게 해달라”고 말했다.

KT 본사 인력관리실이 2005년 작성한 CP(부진 인력을 지칭하는 C-Player의 약칭) 명단. 회사는 민동회 회원이 누구인지 특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표=진정인 제공.
KT 본사 인력관리실이 2005년 작성한 CP(부진 인력을 지칭하는 C-Player의 약칭) 명단. 회사는 민동회 회원이 누구인지 특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표=진정인 제공.

 

KT가 2005년부터 민주동지회 회원을 퇴출명단에 포함시켜 인사상 차별을 한 것이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수원지방법원 판결문 일부. 이 사건은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됐다. / 자료=진정인 제공
KT가 2005년부터 민주동지회 회원을 퇴출명단에 포함시켜 인사상 차별을 한 것이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수원지방법원 판결문 일부. 이 사건은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됐다. / 자료=진정인 제공

보조참가인(인권위 진정인들)의 대리인도 “2014년, 2018년 작성된 민주동지회 회원 명단은 똑같다”며 “회사는 이들의 명단을 모른다고 하는데, 이미 법원 판결로 확정된 부분도 있고 회사가 광고를 통해서 이들에게 손해배상을 하겠다는 신문광고도 낸 바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변론을 종결하고 오는 7월20일 선고기일을 지정했다.

◇ 인권위 “KT, 노조활동 직원 불리하게 차별 대우”

인권위 진정은 2019년 제기됐다. KT 직원 20명은 “민주동지회, KT새노조 등 회사에 비판적인 노동조합에 가입해 활동했다는 이유로 CP로 선정되고, 업무와 인사상 불이익을 받고 있다”며 “이는 고용과 관련해 합리적 이유 없이 진정인들을 불리하게 대우하는 차별행위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2005년 KT가 민주동지회 회원과 명예퇴직거부자, 외주화 당시 전출거부자 등을 퇴출하기 위해 인력 퇴출 방안 문건(CP 문건)을 만들었고, 여기에 자신들이 선정돼 업무 분장과 인사고과에서 불이익을 받았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회사가 자신들을 거주지와 멀리 떨어진 오지의 지점에 배치해 지점 직원들과 근무공간을 분리해 격리했으며, 협력업체 직원들이 수행하던 모뎀회수 업무, 불량회선 점검 등 단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등 회사가 적절한 업무 분장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수 차례 전보 신청을 해도 받아주지 않는 등 지속적인 불이익을 받았다고 했다.

반면 회사는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업무지원단에 발령한 것은 아니며, 악화된 경영환경을 타개할 목적 아래 인사조직을 대규모 개편하는 과정에서 업무지원단을 신설했다고 항변했다. 진정인 중 누가 민주동지회 회원인지 파악하거나 관리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회사는 또 도의적인 책임으로 CP로 선정된 1002명 중 806명(2020년1월 기준)에게 합의금을 지급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회사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인권위는 회사가 1002명을 CP로 선정한 세 가지 기준 중 하나가 민주동지회 회원인 점, 진정인들 상당수가 민주동지회로 활동해 오고 회사 작성 CP명단에 ‘민동’이라고 구분돼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진정인 일부가 CP로 선정된 이유는 민주동지회 활동과 연관돼 있을 개연성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국가인권위원회 결정문 갈무리. / 표=국가인권위원회
인권위는 2019년 결정문에서 ‘진정인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 당시 민주동지회 회원 약 100명 가운데 78%(78%), KT새노동조합 조합원 약 30명 가운데 16명(53.3%)이 업무지원단으로 발령됐다. 즉, 2014년 5월 업무지원단에 발령난 291명 중 94명, 약 32.3%가 민주동지회 또는 KT새노동조합 조합원이다’고 밝혔다. / 표=국가인권위원회 결정문 갈무리.

인권위는 또 “진정인 중 CP에 포함된 18명은 업무실적이 우수해 표창장을 받기도 하고, 2012년 ‘영업의 달인’으로 평가받은 진정인도 있다”며 “업무지원단 발령자 선정 시 인사고과를 반영했다는 회사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진정인 모두 회사에 비판적인 활동을 했다는 사실, 회사가 민주동지회 등 활동을 하는 직원들의 동향을 파악해 의도적으로 인사관리를 해온 사실, 업무지원단 발령 당시 전체 직원 1%도 되지 않는 민주동지회 등 회원들이 업무지원단에는 30% 넘게 포함된 사실 등을 종합하면 2014년 업무지원단 발령은 진정인들의 민주동지회 활동이 원인이 됐을 개연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는 합리적 이유 없이 진정인들을 불리하게 대우한 차별행위에 해당한다”며 “업무지원단 발령 취소 등 적절한 구제방안을 마련해 시행할 것을 권고할 필요가 있다”고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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