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 [단독] KT ‘일감몰아주기’ 본사 관여 정황···내부 문제제기 ‘묵살’도

[단독] KT ‘일감몰아주기’ 본사 관여 정황···내부 문제제기 ‘묵살’도

  • 김용수 기자(yong0131@sisajournal-e.com)
  • 승인 2023.04.18 16:42

KT텔레캅, 계약내용 벗어난 ‘물량조정’···내부선 본사 ‘눈치’
검찰, 계열사 전·현직 대표 등 주요 경영진 소환조사
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 / 사진 = KT
구현모 전 KT 대표이사 사장 / 사진 = KT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KT 계열사 KT텔레캅이 시설관리(FM)업체들에 대한 품질평가 기준을 매년 변경하고 KDFS에 계약 내용에 어긋나는 ‘물량 몰아주기’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이같은 내용을 포함해 구현모 전 KT 대표가 계열사 KT텔레캅의 일감을 시설관리(FM) 업체인 KDFS에 몰아준 혐의를 수사 중이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KT그룹에서 물량 배분에 대해 ‘상호 합의 없는 물량 조정’에 대해 문제제기가 있었지만 회사는 이를 묵살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 KT에스테이트 대표에 대한 소환 조사를 마친 검찰은 최근 현직 KT텔레캅 대표 등 경영진을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KT그룹의 FM 사업은 계열사 KT에스테이트가 담당했다. 구 전 대표가 취임한 해인 2020년 8월 계열사 KT텔레캅으로 이관됐다. KT텔레캅은 현장 평가, 본사 평가, 고객 만족도, 에너지 절감, 프로젝트매니저(PM) 평가 등 정성·정량적 항목을 기준으로 점수(등급)를 매겨 1300억원에 달하는 물량을 4개사에 분배했다. 통상 전년말 또는 연초 평가 시행안에 대해 합의하고, 연말 평가 결과를 통보하는 방식이다.

◇ KT텔레캅, 계약사항 위반해 일방적 물량 차감 통보

KT텔레캅은 2020년말 KT그룹 건물에 대한 미화, 안내, 경비보안, 시설 유지보수 등 서비스 품질 평가 결과를 KDFS, KFnS, KSNC, Ksmate 등 4개 FM사에 통보했다.

이같은 절차를 통해 2020년 품질 평가 순위가 KDFS, Ksmate, KSNC, KFnS 순으로 결정됐다. 2020년 품질 평가 결과 모든 업체가 92점 이상을 받았단 점을 고려하면, 물량 조정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계약서엔 ‘평가 점수가 90점 이상일 경우 물량을 조정할 수 없다’는 조항이 포함됐다. 그동안 적용했던 평가 시행안에 따라 총점 96점 이상의 업체엔 물량 추가가 아닌 인센티브가 지급될 예정이었다.

같은해말 KT텔레캅은 돌연 2021년부터 수도권에 있는 KT 건물관리 사업을 상위 2개 사업자에게 몰아주겠다고 전체 사업자들에 통보한다. 1·2위 사업자인 KDFS와 Ksmate에 각각 199억원과 77억원믜 물량을 추가하고, KSNC와 KFnS에 각각 150억원과 126억원의 물량을 차감한단 계획이다. 이에 따라 KT그룹 거래액 기준 최상위 업체는 KFnS(344억원→218억원)에서 KDFS(293억원→438억원)으로 변동될 상황이 됐다.

일부 업체들은 근거 없는 물량 조정은 불공정하다며 반발했다. 특히 당시 KT텔레캅에서 FM 업무를 전담하던 A씨도 직속 상사인 B씨에게 “품질평가는 FM사와의 계약사항에 근거해 이뤄지며, 상호합의 없이 일방에서 계약조건을 변경할 수 없다”며 “평가 기준 등에 90점 미만 시에만 물량을 축소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결론적으로 계약 기간 중엔 90점을 넘으면 물량을 조정할 수 없다”고 문제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KT텔레캅은 이를 묵살하고 2021년 물량을 일부 조정했다. 또 같은해 평가 점수를 기존 100점 만점에서 1000점 만점으로 변경하고 900점 미만의 경우 점수 구간에 따라 70억원, 50억원, 30억원의 물량을 조정할 수 있도록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기준에 따른 평가 결과 KDFS는 960점인 반면 KSNC는 862점, KFnS는 843점으로 점수가 책정됐다. 통신업계는 KDFS로 물량을 몰아주기 위해 상위 사업자와 하위 사업자 간 점수 차를 급격히 확대한 것으로 보고 있다.

통신업계 고위 관계자는 “2020년 평가까지는 FM사 간 점수 차이가 적게는 1점, 많게는 4점에 불과했는데, 2021년 평가 결과에서 갑자기 KDFS와 하위 사업자 간 점수 차가 100점 이상이 난다”며 “1년 만에 하위 사업자의 서비스 품질이 갑자기 엉망이 돼야 한단 의미인데, 전년도 물량이 줄어든 회사 입장에선 품질관리를 더 열심히 하는 것이 상식적인 일”이라고 했다.

◇ KT텔레캅 배분 담당자 “KT 요구사항 반영 불가피”

KT 안팎에선 이같은 물량 배분 과정엔 KT 본사 차원의 개입이 있다고 지적한다. 본사 ‘경영지원부문장 C 부사장-경영지원실장 D 상무-안전보건총괄 E 상무-안전운영팀 F 팀장’으로 이어지는 지시 체계가 일감몰아주기 의혹의 핵심이란 것이다.

실제 앞서 KT텔레캅의 FM 업무 담당자 A씨는 “평가 시 KT와 지속적으로 평가내용에 대해 협의해야 하며, 최종결과를 보고하고 KT텔레캅도 이를 근거로 KT에게 평가를 받는다”며 “이런 이유로 KT의 승인 없이 KT텔레캅과의 협업 실적을 평가에 반영하기는 어렵다. 2021년 물량 배분 시에도 KT의 요구사항을 반영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내부 보고하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이정섭)는 구 전 KT 대표가 계열사 KT텔레캅의 일감을 FM 업체인 KDFS에 몰아주고 이를 통해 조성한 비자금을 로비자금으로 사용한 혐의를 수사하고 있다. KT 경영지원부문장(전무)과 경영관리부문장(부사장)을 역임한 후 2018~2021년 KT에스테이트 대표를 지낸 이아무개씨를 지난 5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데 이어, 지난 10일엔 공정위가 지난해말 KT텔레캅 등을 상대로 조사한 현장 조사 자료 등을 확보하기 위한 공정위 대상 압수수색을 벌였다.

여기에 최근엔 현직 KT텔레캅 대표 장아무개씨와 KT텔레캅 경영기획총괄(전무) 이아무개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각각 불러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KT는 해당 혐의에 대해 “사옥의 시설관리, 미화, 경비보안 등 건물관리 업무를 KT텔레캅에 위탁했으며, KT텔레캅의 관리 업체 선정 및 일감 배분에 관여한 바 없다”며 “KT텔레캅은 정당한 평가에 따라 물량을 배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KT와 KT텔레캅은 외부 감사와 내부 통제를 적용받는 기업으로 비자금 조성이 원천적으로 불가하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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