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 찬성률 99%…KT ‘거수기 이사회’

찬성률 99%…KT ‘거수기 이사회’

■작년 이사회 의결 분석해보니

23차례 열어 64개 안건 심의

반기든 사외이사는 연임 ‘불발’

불투명한 지배구조 논란 자초

KT “사전설명으로 찬성률 높여”

지난해 KT(030200) 이사회에서 이뤄진 총 512회의 투표 중 사외이사가 상정된 안건에 반대하거나 기권한 횟수는 6회에 불과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기권 표를 던졌던 사외이사들은 대부분 연임에 실패하거나 사퇴했다. 이같은 결과는 금융지주를 비롯해 소유 분산 기업의 이사회가 경영진에 대한 견제 역할을 하기 보다는 ‘거수기’ 노릇을 한다는 지적과도 일맥상통한다. 최근 정치권에서 KT를 겨냥해 제기하고 있는 소유 분산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서는 이사회를 전면적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KT는 23차례 이사회를 열어 총 64개 안건을 심의했다. 64개 안건에 대해 사외이사 8명이 던진 512표 중 반대·기권은 각각 3회에 불과했다. 안건 찬성율이 98.83%에 달했다.

반대·기권 표를 던진 사외이사는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반대 1회, 기권 2회), 박찬희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기권 1회), 김용헌 전 헌법재판소 사무처장(반대 1회), 벤자민 홍 라이나생명보험 이사회 의장(반대 1회)이다. 이 중 성 교수와 박 교수는 지난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연임이 불발됐다. 당시 두 교수가 연임하지 않자 KT 안팎에서는 “경영진이 사측 결정에 따르지 않은 이사들을 배제했다”는 말이 나왔다.

가장 많은 반대·기권 표를 던진 성 교수는 메가존클라우드 지분투자안에 기권하고 KT클라우드 분사안은 반대했다. KT는 지난해 4월 기존 클라우드·IDC(인터넷데이터센터) 사업 부문을 분사해 KT클라우드를 출범시켰다. 분사 당시 구현모 KT 대표는 KT클라우드의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발혔다. 이에 성 교수는 KT클라우드의 ‘쪼개기 상장’을 우려해 분사에 반대한 것으로 보인다.

성 교수와 박 교수는 2021년도 대표이사 경영평가안에 기권표를 던졌다. 당시 성 교수는 KT 이사회 내 평가 및 보상위원회 위원장을, 박 교수는 평가 및 보상위원을 맡고 있었다. 평가 및 보상위원장과 위원이 나란히 기권표를 던진 후 사외이사직 연장이 불발된 것이다. 구 대표는 2021년 급여 5억5600만 원과 상여 9억4600만 원 등 총 15억2200억 원의 보수를 받았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대표이사 인사 평가를 결정하는 사외이사들이 기권한 셈”이라며 “셀프 인센티브 지급에 대한 반기를 든 것”이라고 평가했다.

성 교수와 박 교수의 뒤를 이은 김 전 사무처장과 홍 의장은 각각 대표이사 후보 심사와 미디어 컨텐츠 제작기지 확보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홍 의장이 최근 사외이사직을 사퇴하면서 현재 KT 이사회에서 반대표를 던진 전력이 있는 사외이사는 김 전 사무처장이 유일하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여당의 인사 개입에 찬성하진 않지만 KT 이사회의 행태를 보면 ‘이권 카르텔’이나 ‘불투명한 거버넌스’, ‘셀프 연임’ 같은 지적이 나올 만 하다”면서 “다른 기업들도 마찬가지겠지만 KT 이사회 역시 다양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견제 기능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KT 관계자는 이같은 논란에 대해 “이사회의 찬성율이 높은 이유는 안건에 대한 사전 보고 후 사외이사 의견을 반영하기 때문”이라며 “다른 기업 이사회도 같은 이유로 찬성율이 높게 나온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출처 : https://www.sedaily.com/NewsView/29MYLM04AU




언론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