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고과 F등급은)비율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우수하다고 이야기되는 직원도 받는다

KT 6,000명 명예퇴직, 그 진실은?
명예퇴직자 선정, 수차례 종용…불응시 '인사고과 최하등급, 비연고지 발령 협박'
2010년 01월 27일 (수) 17:34:47 도형래 기자 mediareform@naver.com

   
  ▲ KT 광화문 지사 ⓒ미디어스  
 
지난 몇년 동안 KT는 열한 차례의 명예퇴직과 구조조정을 통해 6만 2천명의 직원을 3만 1천명 수준으로 줄였다고 한다. 특히 지난 12월 31일자로 단행한 6,000명의 특별명예퇴직은 역대 최대규모이다. 이 구조조정으로 KT의 주가가 크게 올랐고, 또 경제 매체와 일간신문 등의 칭송을 받았다. 그러나 주가 상승과 경제신문의 화려한 수사 이면에 가리기 어려운 KT 명예퇴직의 진실이 자리하고 있다.  

KT 한 지사에 근무하는 ㄱ씨는 걱정이 많다. 최근 단행된 특별명예퇴직에서 퇴직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근무평점 F를 받았기 때문이다. F등급은 근무평점 중 가장 낮은 점수다. ㄱ씨는 “F을 받는 사람들은 근무지 선택의 자유권 없다는 말도 들린다. 서울변두리나, 지방으로 자리를 옮길 수 있다”고  말했다. ㄱ씨는 “30년 넘게 일하게 해준 KT에 고맙다”고 말했다.

ㄱ씨는 사업에 실패한 남편 때문에 쉰이 넘은 나이에도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ㄱ씨는 “지사장님과 면담에서와 같이 국가적 차원에도 내가 퇴직하는게 맞는 것도 같지만 퇴직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아이가 대학 문턱에 있다”고 말했다.

ㄱ씨와 같은 경우는 많았다. KT의 한 직원은 “이번 명예퇴직은 강제 명퇴”라며 "회사가 명예퇴직 대상자를 정해, 수차례의 면담으로 퇴직 종용하고, 심지어는 집에 찾아가 가족들에게까지 퇴직을 종용했다"고 전했다. 또 "퇴직 대상자에게 퇴직하지 않으면, 인사고가에서 최하위등급(F등급)을 매길 수밖에 없다고 협박했다"면서 "인사등급 F등급자는 자녀 대학 학자금 지원도 중단하고 비연고지(지방)로 발령할 것"이라고 퇴직을 종용했다고 한다.

이러한 KT의 명퇴 종용은 논란이 됐던 <부진인력 관리 프로그램> 문건 내용과 일치한다. 경향신문이 2008년 11월 폭로한 이 문건에는 KT가 담당 팀장에게 해당 직원을 퇴출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일정 및 실행방안을 담은 ‘개인별 시나리오’를 제출토록 지시한 상황이 나타나 있다.  '개인별 시나리오'에는 ‘독촉→주의→경고→징계→명퇴’의 퇴출 일정을 강제하도록 하고 있다. 담당 팀장에게 보내는 추정되는 이 문건에서 KT는 “절대 대외유출을 금지하고 보안에 심혈을 기울여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비연고지 발령으로 퇴직 종용

KT는 명퇴를 거부한 사람들에게 보복성 비연고지 발령을 내기도 했다.

대구에 사는 ㄴ씨는 최근 울릉도에 있는 KT지사에서 일하다 올해 1월 6일 해고됐다. ㄴ씨는 69년 체신부 시절 입사해 40여년을 KT에 일했다. 2005년까지 근무지는 연고지 대구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은 여러 지역을 옮겨 다녀야 했다. 2005년 경북 왜관 발령을 시작으로 2006년 포항 흥해, 2007년 울진을 거처 2008년에는 울릉도로 발령이 났다. 마지막 발령지에서 ㄴ씨에게 맡겨진 일은 전봇대를 타야하는 선로 가설일이다. ㄴ씨의 남편은 "여자가 할 수 없는 일을 하라고 시키고 그것을 빌미로 해고시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ㄴ씨는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앞서 서울지역 KT지사에 일하는 ㄱ씨는 연고가 서울이지만, 먼 지역으로 발령 날 것을 걱정하고 있다. ㄱ씨는 “경상북도 어디로 간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노동자를 대변해야 하는 노조는...

KT 노조의 한 지부장은 KT민주동지회 사이트에 노조 지도부를 성토하는 글을 썼다. 노조 지도부가 사측의 부당한 퇴직 권고와 협박에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회사의 무자비한 밀어내기식의 명퇴 작전을 어찌 일개 지부장들 보고 막으라고 하시나요? 지부장들에게 그런 권한 한번 주신적 있나요? 전국에 계신 326개 현장 지부장들 손발 다묶어 놓고 책임회피 하시는 중앙, 지방위원장 및 상집간부들 이번 명퇴 자신있다고 한번 이야기 할 수 있나요? 현장의 처절한 몸부림이 계속하여 중앙에 보고도 되고 현장 상황을 계속하여 모니터링도 해보시고 왜 이렇게 철저히 애써 외면하셨는지에 대하여 속시원히 말씀해 주시기라도 한다면 그나마 울며 나가신 조합원들에 대한 일말의 사죄라고도 생각 하겠습니다”

KT노조의 한 조합원은 ‘강제적 명퇴’에 대해 노조 지도부가 “(사측에) 명예퇴직 요구만 했지, 어떻게든 대응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KT 노조의 입장을 듣고자 했지만 들을 수 없었다. 28일까지 제주도지방본부에서 KT노조 전국지방본부 위원장 회의가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KT, 일잘하는 사람도 F등급 받을 수 있어···

KT 사측의 한 관계자는 “최근까지 KT는 근속년수 1위 회사 였다”며 “이번 명예퇴직은 노조가 제안한 형태로 진행이 됐고, 시행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인사권은 경영자 고유의 권리”라면서 "(인사고과 F등급은)비율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우수하다고 이야기되는 직원도 받는다”고 밝혔다. KT의 인사고과 F등급은 전체 구성원대비 5%로 정해져 있다.

또 KT의 또 다른 관계자는 “3,500명 수준으로 예상한 명예퇴직에 6,000명이 신청했다”며 “목표치를 억지로 채웠다면 그럴(강제적인 퇴직권고) 수 있는데, 목표치를 넘어 그런 일은 많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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