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공룡’ 이미지 지우고 ‘젊은 KT’ 지휘

5992명 명예퇴직, 호봉제 폐지, 성과 연봉제 시행, 고용연계형 인턴제 도입….

KT가 지난해 6월 KTF와의 합병이후 추진해온 주요 인사혁신 내용이다. 여전히 남아 있는 공기업 색깔과 ‘통신 공룡’ 이미지를 지우려는 노력들이다. 단순히 이미지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경쟁이 치열해지는 통신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다.

이 같은 KT 인사개혁의 진두지휘자는 김한석 인재경영실장(부사장)이다. 김 부사장은 12일 “지난해엔 밭을 다 갈아엎는 식의 변화를 시도했다”면서 “올해도 개혁은 계속될 것이며 특히 1000명 정도를 신규 채용해 ‘젊은 KT’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이전까지는 비대한 조직에서 퇴직하는 사람이 없어 매년 100여명밖에 못 뽑았는데 지난해 12월 전체 직원의 16%가 명예퇴직을 함에 따라 세대교체에 숨통이 트인 것이다.

오래 근무한 직원을 줄이는 게 능사는 아닐진대 이번 KT의 대규모 명퇴에도 불구하고 잡음이 적었던 것은 노사의 이해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고강도 체질 개선을 버거워한 일부 직원들이 보다 나은 퇴직 기회를 원해 노조가 먼저 특별명퇴를 요구했고 구조조정이 필요했던 사측이 이를 받아들였다.

사측은 명퇴자에게 기존 명퇴금에 3500만∼5000만원의 가산금을 얹어 2년치 연봉에 해당하는 액수를 주고 퇴직지원 프로그램도 제공키로 했다. 적지 않은 인센티브로 화답한 것. 노사가 “ 성장이 정체된 통신시장에서 이대로 가다간 어렵겠다”는 상황 인식을 공유했고 서로가 이익이 되는 길을 찾았다. 김 부사장은 “지난해 7월 민주노총 탈퇴를 통한 노조의 인식 변화가 있었기 때문에 대규모 명퇴가 원만하게 이뤄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구조조정의 성과는 기업 실적에서 드러나야 한다. 김 부사장도 “혁신을 통해 회사가 성장하고 직원들도 실력이 올라가 제대로 대접받는 선순환의 정착”을 강조했다. 그는 “역량을 기른 직원들이 더 좋은 조건으로 스카우트 제의를 받아 나가려고 하고 관리자는 붙잡으려 노심초사하는 상황이 되면 명퇴는 자연스레 필요 없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명퇴로 KT 직원의 평균 근속기간이 19.6년에서 18.3년, 평균 연령은 44.3세에서 43세로 줄었다. 올해 1000명이 새로 들어오면 조직은 더욱 젊어진다. 특히 1000명 중 400명은 고용연계형 인턴이다. 실무능력이 뛰어난 인턴을 간소한 절차를 거쳐 정규직으로 전환시키는 것으로, 삼성전자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도입한 실무형 채용 제도와 유사하다. 김 부사장은 “매장에서 기존 직원보다 제품을 더 잘 파는 인턴을 보면 바로 영입하고 싶어진다”며 “정말로 일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을 뽑을 수 있어 매우 유용한 방식”이라고 말했다.

KT 인사 혁신은 올해도 멈추지 않는다. 우선 페이밴드제도와 승진 마일리지제를 도입했다. 페이밴드는 직급에 상관없이 근무평가 성적에 따라 임금인상률이 결정되는 제도다. 한국적 실정을 감안해 대리, 과장, 차장과 같은 직급 호칭은 그대로 두지만 급여는 직급과 무관하게 오로지 성과 위주로 가는 것이다. 또 마일리지제 도입으로 팀장·부장급 보직자와 임원 승진 대상자는 근무평가 실적에 따른 마일리지 점수를 일정 수준까지 쌓아야 승진 자격이 부여된다.

이번주 단행될 인사와 조직개편에선 지원부문 인력의 30% 정도를 일선 영업점에 재배치할 계획이다. 김 부사장은 “인사는 사람을 다루면서 행동을 유도하는 것이기 때문에 단기간에 효과가 나타나기 어렵지만 지난해부터 추진한 인사혁신은 1982년 체신부에서 공사로 독립할 때와 맞먹는 충격일 것”이라고 자평했다. 하지만 충격이 클수록 저항부적응이 생기게 마련이다. 김 부사장도 “변화에 익숙하지 않다 보니 두려워하는 부분이 있다”고 인정했다.

김 부사장은 “혁신의 골격은 상당 부분 완성됐으니 조직원들 사이의 두려움과 저항 따위를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줄여가는 것이 남은 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직원들도 제도와 기업문화가 바뀌는 것을 보면서 스스로 판단할 것”이라며 “여태까지 역량을 10∼50%밖에 발휘하지 않았다면 이제는 50∼90%로 올라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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