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야그가 아님

[사설]김홍렬 같은 ‘미친놈’이 노사정에 더 많아야

[동아일보] 코오롱 구미공장 김홍렬 노조위원장은 올해 초부터 회사가 벌이는 원가절감 운동에
앞장섰다. 회사가 76억 원 원가절감 목표를 세웠지만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물거품이 될 위기였다.
흔히들 ‘경영진이 할 일’이라고 여기는 활동에 김 위원장이 총대를 메고 나서자
조합원들 사이에서 ‘미친놈’이라는 욕이 터져 나왔다. 그는 “나 하나 미쳐 회사가 살고 코오롱 가족이
행복해진다면 기꺼이 미친놈이 되겠다”며 개의치 않았다. 그는 특별팀을 꾸려 폐열(廢熱) 재활용으로
 60억 원을 아꼈다. 노조 출장비와 회의도 줄였다. 연간 절감예상액 86억 원은 회사 목표치를 10억 원
이나 웃돈다.

코오롱 구미공장 노조는 화섬업계를 대표하는 강성노조였다. 김 위원장은 2004년 파업을 주도한 뒤
‘기업이 살아야 노조도 있고 일자리도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그는 2006년과 2007년에 자진해 임금을 동결하는 대신 고용보장을
약속받았다.

제조업 위기는 곧 일자리의 위기다.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제조업 비중이 27.8%로 일본(21%)
 독일(22.6%)보다 높다. 강한 제조업 없이는 강한 금융산업도 없다. 일본이 ‘잃어버린 10년’에서
탈출하는 데도 혼신의 정성을 쏟아 최고 제품을 만들어낸 제조업 근로자들의 공(功)이 컸다.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미국 자동차 노조의 절대적 지지를 받은 버락 오바마 당선인은 전체 제조업
근로자의 36%를 차지하는 자동차산업을 살리기 위해 뛰고 있다. 그는 노사 상생을 강조하며
“최고경영자가 근로자들의 의료보험 지원금을 삭감하면서 수백만 달러의 상여금을 챙겨서도
안 되지만, 노조 지도자들도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사용자의 압박감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실업자와 비정규직이 넘쳐나는 마당에 또 한 차례 감원의 칼바람이 불 조짐이다.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정규직 일자리를 갖고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복 받은 사람이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노조 소속
근로자들 사이에서 김홍렬 같은 ‘미친놈’이 더 많이 나와야 기업도 살고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다.
사용자들도 더 많은 근로자가 김 위원장 같은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기업가정신을 발휘해야 한다.
노사는 물론이고 정부에서도 김 위원장처럼 자신을 던지는 사람이 많이 나와야 한국 경제가 험난한
파도를 헤쳐 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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