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 [통신 CEO열전-上] 취임 반년 KT 구현모…혁신은 ‘글쎄’

[통신 CEO열전-上] 취임 반년 KT 구현모…혁신은 ‘글쎄’

  • 원태영 기자(won@sisajournal-e.com)
  • 승인 2020.08.10 17:38

대표적 전략통, 취임 당시 기대 높아…불통 이미지 개선해야
구현모 KT 대표 / 이미지=시사저널e
구현모 KT 대표 / 이미지=시사저널e

최근 정부가 ‘디지털 뉴딜’ 구축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통신사가 재조명 받고 있다. 디지털 뉴딜의 핵심이 바로 통신이기 때문이다. 이에 KT,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 CEO들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자신들의 역량을 보여줄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앞으로 3편에 걸쳐 통신 3사 CEO들의 전략을 분석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KT 구현모호(號)가 출범한지 어느덧 반년이다. 구현모 KT 대표는 12년 만의 KT 내부 출신 인사로 인선 당시 내부에서 거는 기대도 남달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취임 후 반년 뿐으로 기간이 짧긴 하지만 기대만큼의 혁신은 없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본업이라고 할 수 있는 5G와 관련해서도 경쟁사에게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KT 구현모호는 이같이 어려운 환경 속에 재도약을 준비중이다. 5G, 인공지능, 클라우드를 이용해 통신을 넘어선 ‘ICT플랫폼’ 회사로의 변신을 꾀한다. 통신망을 이용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디지털 뉴딜’을 주도하는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체질 변화를 위해서는 ‘소통’의 중요성도 꼽힌다. 공격적인 성향으로 평가받는 구 대표가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화합 속에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2년 만의 내부 출신 CEO…33년 근무한 정통 KT맨

1964년생인 구 대표는 서울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에서 경영과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7년 KT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으로 입사한 이후 33년 동안 KT에서만 근무했다. 경영전략 담당, 비서실장, 경영지원총괄 사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지난 2009년 KT 그룹전략1담당 상무보 시절에는 당시 최대 현안인 KT와 KTF의 합병을 주도했으며, 2011년 KT 개인고객본부장 시절에는 LTE에 뒤쳐지자 전담부서를 만들고 속도전을 펼쳐 한 달 만에 LTE를 구축, 안착하는 데 공을 세웠다. 내부적으로 추진력이 뛰어난 ‘전략통’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12년 만의 KT 공개채용 출신 대표이자 50대의 상대적으로 젊은 대표란 점에서 KT 내부적으로 구 대표에게 거는 기대가 남달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구 대표는 지난 3월 취임 당시 “당당하고 단단한 KT그룹을 만들고 싶다”고 밝힌바 있다. 그간 KT는 오너가 없는 지배구조 탓에 정치적 외풍에 시달려 왔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낙하산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더 이상 외풍으로부터 흔들리지 않는 기업을 만들겠단 포부였다. 실제로 구 대표 1인 독점 경영 체제의 폐해를 없앤다는 취지로 지난 2009년 도입한 ‘회장’ 직급을 11년 만에 없앴다.

구 대표는 조직 개편에도 힘을 쏟았다. CEO에 내정되자마자, 영업과 네트워크로 나눠져 있던 각 지역본부를 통합하는 등 대규모 조직개편에 나섰다. 아울러 지난 4월에는 ‘혁신 전담조직’인 BDO(사업·개발·운영) 그룹을 만들기도 했다. BDO 그룹은 KT의 주요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300명으로 구성한 프로젝트 조직이다. 이어 6월에는 2030 젊은 세대의 목소리를 기업 문화에 접목하기 위해 평균연령 만 29세인 ‘Y컬쳐팀’을 출범시켰다.

◇뚜렷한 혁신 보이지 않아…본업인 통신도 ‘위태’

통신업계에서는 전략통으로 불렸던 구 대표가 취임 이후 어떤 혁신을 보여줄 지 기대가 컸다. KT는 최근 통신에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고 통합 플랫폼 업체로 변신하는 과정이어서 산적한 과제가 많다.

최근 KT는 산학연 연합인 ‘AI 원팀’을 꾸리는 등 AI 전문기업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KT는 전 대표이사인 황창규 회장 시절부터 지난 2017년 AI 스피커 ‘기가지니’를 선보이는 등 오래전부터 KT의 AI 기반을 쌓아와 이를 바탕으로 변화를 시도한다.

반면 본업인 통신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KT는 최근 영국 시장조사기관 오픈시그널의 5G 품질평가에서 통신 3사 중 최하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오픈시그널 ‘5G 사용자경험 보고서 2020년 6월’에 따르면 KT는 통신 3사 중에서 5G 연결시 다운로드 속도, 5G 연결시간(가용성), 5G 사용자의 다른 통신망 이용 감안시 다운로드 속도 등 3가지 항목에서 모두 꼴찌를 기록했다.

KT는 지난 5일 정부가 발표한 5G 품질조사에서도 비록 꼴찌는 면했으나 경쟁사인 SK텔레콤에게 뒤쳐지는 모습을 보였다. 다운로드 속도에서는 SK텔레콤이 1위를, 전국 커버리지에서는 LG유플러스가 1위를 차지했다. KT는 안정성면에서 1위를 차지했다.

한국소비자연맹이 최근 조사한 5G 관련 민원 역시 KT가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소비자연맹에 따르면 지난해 4월 상용화 이후 1년간 1372 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5G 관련 상담은 총 2055건이다. 이 중 KT 5G 서비스 관련 민원은 전체 33%를 차지했고, 이어 SK텔레콤이 25%, LG유플러스 24% 순으로 나타났다.

설비투자 역시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KT의 올해 상반기 설비투자 금액은 9673억원으로 이는 지난해 같은기간 집행한 1조3541억원보다 28.5% 줄어든 규모다. 반면 경쟁사인 SK텔레콤의 상반기 설비투자액은 1조4649억원으로 전년 보다 27% 증가했으며, LG유플러스 역시 전년과 비슷한 9999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조사됐다.

◇플랫폼 사업자로 변신 꾀해

현재 KT는 통신분야를 넘어서 성장의 돌파구로 플랫폼 사업자로의 변신에 나선 상태다. 구 대표는 플랫폼 사업자로의 변화를 위한 핵심 인프라로 5G와 AI를 꼽았다.

최근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그는 “우리는 5G를 통해 B2B 시장에서 성장 기회를 찾고 그 잠재력을 현실로 바꿔나가야 한다”며 “AI 기술을 바탕으로 한 KT 콜센터 효율화 경험은 다른 회사로 확산되고 있다. AI 원팀을 통해 중공업, 금융, 전자 등 다양한 산업에서 혁신을 리딩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KT가 주축이 돼 꾸려진 ‘AI 원팀’은 AI 생태계 조성, AI 인재 양성 등을 통해 AI 1등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일조하는 것을 목표로 지난 2월 출범했다. 현재 ▲KT ▲LG유플러스 ▲LG전자 ▲현대중공업그룹 ▲KAIST ▲한양대 ▲ETRI 등이 참여하고 있다.

올 하반기 KT는 케이뱅크를 정식으로 그룹사로 포함하고, 지난 6월 KT가 500억원을 투자해 2대 주주가 된 현대로보틱스와의 협력도 구체화할 계획이다. 구 대표는 “정부의 디지털 뉴딜에 따라 많은 사업이 시작될 것”이라며 “매월 개선되고 있는 모바일, 인터넷, TV 등 주력 사업의 성장도 이어질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세계 1위 OTT업체인 넷플릭스와도 손을 잡았다. 기존 통신업체에서 플랫폼 사업자로의 변신에 차근차근 나서는 모습이다.

◇불통 문제도 개선 필요…노조와의 마찰도 해결과제

구 대표가 변화를 추구하는 가운데 또 다른 과제는 불통과 노조와의 마찰이다. 앞서 구 대표는 취임 직후인 지난 4월 20대와 30대의 젊은 직원들을 모아 ‘통통미팅’ 간담회를 진행한바 있다. 젊은 직원들과의 소통을 위한 자리였으나 오히려 ‘불통’의 이미지를 남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간담회 직후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는 간담회에 참석한 젊은 직원들의 불만글이 다수 올라오기도 했다. 블라인드 등에 따르면 구 대표는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하는 것 아니냐”, “주니어에게는 주인의식이 없다”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에는 일부 직원들에게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구 대표가 천명한 KT 비전과 핵심 가치 확인을 강요해 큰 논란을 빚기도 했다.

최근 노조와의 마찰도 해결과제다. KT전국민주동지회는 지난 7월 오후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 본사 앞에서 ‘내부고발 직원 부당징계 및 메일 무단삭제’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었다. 당시 기자회견은 KT가 사무실 환경개선을 요구하는 KT 업무지원단 소속 직원 2명에 대해 중징계 처벌을 하고 노조 선거 회사개입 근절을 요구하는 직원의 메일을 무단 삭제한 것에 대해 규탄하기 위해 열렸다.

실제로 KT는 열악한 근무환경 개선을 요청하며 언론에 제보한 업무지원팀 직원에게 ‘정직·감봉 3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이와 관련해 KT전국민주동지회는 법적 대응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구 대표가 평소 직설적인 화법을 많이 쓰다보니 여러 논란을 일으키는 것으로 보인다”며 “보여주기식 간담회가 아닌, 제대로 된 소통을 할 필요가 있다. 노조와의 마찰 역시 이제는 직접 대화에 나설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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