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고과연봉제와 관련한 블라인드 댓글에 대해 답변드립니다.
작성자: 최종관리자 | 조회: 549회 | 작성: 2019년 10월 1일 12:49 오후지난 9월 18일 발행한 민주동지회 소식지 “고과연봉제 10년, 이제는 폐지할 때다!” 에 대해서 블라인드 게시판 유저 IIIilillii 님(이하 ll님)께서 긴 답글을 달아주셨습니다. 타당한 지적과 토론해 볼만한 주제를 제기해주신 점에 감사 드립니다. ll님의 의견에 대한 민주동지회의 답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ll님이 말씀하신 주장을 간략하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매출 대비 임금비율이 하락한 이유는 KTF합병 효과 등도 고려해야 하므로 성과연봉제 때문이라고 보기 어렵다. 또한 호봉제 시기에도 매출 대비 임금비중은 하락하고 있었으며 성과연봉제 기간 대비 평균 급여도 덜 올랐다.
2.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의 호봉제 비율이 2016년 기준으로 68.4%라고 하지만 그 비율이 하락하는 추세이므로 대세라고 하기 어렵다.
3. 성과연봉제로 대다수의 직원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하지만 호봉제도 직원간 유불리가 존재할 수 있다. 또한 협약임금인상률과 호봉제와 연관성은 전혀 없다.
우선 첫째 주장은 ll님의 분석에 타당한 점이 있다고 봅니다. 말씀하신 대로 KTF와의 합병효과 등을 고려해야 하므로 매출액 대비 임금비율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그럼에도 ‘매출 대비 임금비중의 하락’이라는 팩트는 중요하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이는 회사가 직원들에게 더 나은 대우를 해줄 여력이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제대로 된 노조라면 해당 수치를 근거로 회사가 성장한 만큼 그 혜택이 직원들에게도 돌려져야 함을 주장하며 경영진을 압박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지적하신 내용인 2000년대 호봉제 이전 시기에도 매출 대비 임금비중이 하락해왔고 임금인상률이 낮았던 이유 또한 상당 부분은 민영화 전후 어용화 되어버린 KT노동조합의 행태에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둘째로 호봉제 비율이 하락 추세이므로 ‘호봉제가 ‘대세’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주장은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우선 2017년도 6월 기준 호봉제 비율이 62.9%로 하락한 것은 박근혜 정부의 성과연봉제 밀어붙이기의 결과일 가능성이 큽니다. 2017년 6월에 공공기관의 성과연봉제 도입이 철회되었으므로 2018~19년의 통계가 나오면 그 효과를 가늠할 수 있을 듯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부와 자본이 수십 년 동안 호봉제를 공격해왔음에도 300인 이상 사업장의 60%가 넘는 비율이 호봉제를 지켜왔다는 점입니다. 이에 반해 100인 이하 사업장에서 호봉제 유지 비율은 19.1%에 불과합니다. 이 차이는 노동조합 조직률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큽니다. (2018년도 노동조합 조직률을 보면 300명 이상 사업장의 경우 57.3%에 달하지만 30~99명 사업장은 노조조직률이 3.5%에 불과합니다.)
우리는 질문을 던져봐야 합니다. 왜 공공, 금융 산업의 노동조합들이 박근혜 정부와 정면대결을 불사하면서까지 성과연봉제를 막아내고자 투쟁했고 결국 철회시켰을까요? 정부와 자본이 호봉제를 공격하는 이유가 ‘임금 억제’에 있다는 점을 명확히 알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통계를 통해 노동조합이 있는 대규모 사업장들은 여전히 대다수가 호봉제를 지켜내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또 다시 ‘KT노동조합은 도대체 왜?’라는 질문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문제는 결국 호봉제와 성과연봉제 중 어떤 것이 노동자들에게 유리한 임금방식인가일 것입니다.
그런데 답은 너무나 쉽게 나옵니다. 과연 성과연봉제가 노동자들에게 유리한 제도라면 박근혜 정부가 공공, 금융권 도입을 밀어붙이고 사기업에도 확산시키기 위해 노력했을까만 생각해봐도 바로 결론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성과연봉제가 노동자들에게 유리한 제도라면 왜 자본가 단체인 경총 회장까지 나서가며 성과연봉제가 소위 ‘노동개혁’의 핵심이라고 주장했을까요?
자본은 정확히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성과연봉제가 노동자들의 임금결정을 개별화시켜서 노동조합의 협상력을 약화시키며 결국 임금억제를 용이하게 만든다는 것을 말입니다.
이는 KT에서도 증명되고 있습니다. 지난 십 수년간 KT의 협약인상률이 1%대에 머문 이유는 근본적으로 노동조합이 어용화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KT노조를 어용으로 유지하는 주요 수단인 회사측의 노골적 선거개입은 ‘고과연봉제’를 통해 더욱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었습니다. KT노조선거는 반드시 인사고과를 앞두고 치러집니다. 그리고 관리자들은 부서의 투표결과가 그 해의 고과와 승진TO를 결정한다며 조합원들을 겁주곤 합니다. 잘게 쪼개진 투,개표소로 인해 자신의 표심이 쉽게 드러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조합원들을 움츠러들게 만듭니다. 그 결과가 지난 십 수년이 넘도록 이어지고 있는 어용노조의 장기집권인 것입니다.
한편 고과연봉제의 폐해가 협약인상률의 억제로만 머무르는 것은 아닙니다. 소식지에서 다루었듯이 ‘협력이 사라지고 내부경쟁에만 치중하는 KT문화 형성’, ‘소수만 계속 혜택을 보면서 같은 연차에서도 수천 만원에 달하는 임금격차가 벌어짐’, ‘팀장의 자의적 평가가 임금을 결정하고 그것이 복리로 계속 누적되는 불공정함’ 등이 대표적인 폐해일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KT민주동지회는 고과연봉제가 KT노동자에게 결코 유리한 제도가 아님을 주장하는 것입니다.
ll님은 “호봉제라고 단체교섭에서 인상율을 많이 가지고 온다는건 헬스장을 다니니까 몸짱이 될거란 얘기”라고 하셨습니다. 맞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열심히 운동하는 것이겠죠. 하지만 몸짱이 되기 위해서는 우선 헬스장 등록을 하는 것도 좋은 출발이 될 수 있습니다. 고과연봉제 폐지가 바로 그런 출발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한편 여기에 더해서 ‘올바른 방법으로 열심히 운동하기’도 필요하겠지요. 지금 논의의 맥락에서 그것은 바로 ‘KT노동조합을 바로잡는 일’이 되어야 할 듯 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