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들 요금인하 여력 정말 없나

◇ 이통 3사, 요금인하 여력 정말 없나

지난 3일 열린 세미나에서 김희수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통신정책그룹장은 이통3사의 설비투자와 당기순이익 규모를 분석한 결과, 일부 통신사는 충분한 투자여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밝혀 주목을 끌었다.

그에 따르면 각 이통사업자의 당기순이익을 살펴보면, 3사 모두 2002년 이후 매년 흑자를 달성하고 있으며 누적 이익도 플러스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통 3사 간 격차는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는데, SK텔레콤이 지난해 말까지 상당한 규모의 누적 당기순이익을 달성한 반면 KT와 LG텔레콤의 누적 당기순이익은 각각 SKT의 5분의 1과 25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특히 그간의 고정자산비용(CAPEX) 규모와 당기순이익 규모를 살펴보면, SK텔레콤은 지난해 2조 원 가량 CAPEX를 지불하고도 약 1조3000억 원의 당기 순이익을 실현한 것으로 드러났다. 따라서 투자여력 확보 필요성을 감안하더라도 SK텔레콤의 요금인하 여력은 상당한 수준인 것으로 평가됐다는 주장이다.

반면 KT의 경우 최근 3년 당기순이익이 매년 2000억~4000억 원 정도라는 기준에서 SK텔레콤에 비해 요금인하 여력은 현저히 적다는 판단이다. LG텔레콤도 최근 3년 당기순이익이 매년 2500억 원 정도인데다, 최근에야 누적 흑자를 기록한 점을 고려하면 요금인하 여력은 별로 없어 보인다는 평가다.

즉 이통 3사 가운데 SK텔레콤은 적정 투자보수 및 추가 투자여력 확보 필요성을 감안하더라도 당기순이익의 상당 부분에 해당하는 요금인하 여력이 인정되며, KT와 LG텔레콤은 상대적으로 요금인하 여력이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됐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남영찬 SK텔레콤 부사장은 "수익률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EBITA(감가상각비 및 이자 차감전 이익) 마진률은 OECD 30개국 가운데 24위"라며 "이 논리대로라면 무려 다른 23개국이 용인할 수 없는 수준의 초과이익을 보고 있다는 것인데, 이들 나라에서는 이러한 얘기가 나오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이통산업은 단기간에 대규모 설비투자가 이어진다는 특성상 CAPEX 비중이 높다"며 "원가보상률도 1982년 제정될 당시 IT산업을 고려하지 못한 채 만들어진 것으로, 만약 해외에도 이런 개념이 있다면 원가보상률은 높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SK텔레콤 관계자는 "다른나라 통신사업자의 영업이익과 EBITA 마진률과 비교했을 때, SK텔레콤이 결코 많은 수준이 아니다. SK텔레콤의 경우 영업익과 EBITA 마진률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며 "영업익은 계속 떨어지고 시장은 정체돼 있는데다 해외사업과 신사업 발굴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당기순이익이 국내 사업자들 가운데 높다고 해서 여력이 있다고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KT 관계자도 "영업이익을 얼마나 실현했는지를 판단기준으로 삼을 수는 없다"며 "당장 영업이익이 난다고 해서 요금인하를 단행할 수 있다는 여력이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것은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 정부의 자율적 인하 정책…요금 끌어내릴까

정부는 통신 재판매제도(MVNO) 도입과 보조금 지급 자제를 통한 마케팅 비용 절감으로 여력을 만든 뒤 이동통신요금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MVNO 도입을 위한 전기통신사업법이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인데다, 법안 처리가 마무리되더라도 실질적인 효과를 보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점에서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이동통신 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MVNO를 도입해 새로운 사업자들이 진출, 저렴한 상품 내놓으면 경쟁이 활성화되고 그 결과 가격이 내려갈 것 이라고 보고있는데 취지는 좋다. 일부 나라에서는 MVNO 사업자들이 점유율 10%도 달성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자본력을 앞세운 통신사가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 우리나라 시장 환경에서 후발 사업자들이 MNO들과 경쟁이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따라서 "MVNO와 선불요금제 활성화와 같은 경쟁 도입을 통한 요금인하를 추진할 경우 공정경쟁을 할 수 있는 기반 마련이 선행돼야 하기 때문에 단기간안에 요금 인하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주무부처인 방통위는 이미 인가된 요금을 변경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행정지도를 통해 취약계층에 대한 요금할인, 선불 요금제 확대, 청소년 요금제 개선 등을 유도해 나가겠다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정부가 직접적으로 이동전화 요금을 강제로 인하하더라도 또 다시 요금논란이 불거지면 다시 요금을 강제로 내려야 하는 악순환 반복되는데다, 사업자간 수익성 격차가 상당한 상황에서 3사 모두에게 이용자가 만족할 수준의 요금인하 수준을 정부가 정할 경우, 후발사의 경쟁력이 정부규제에 의해 손상될 우려가 있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요금 인하 주장이 날로 세지고 있는데다, 최 위원장을 비롯한 핵심 인사들의 요금 인하 압박도 높아지고 있어 이에 대한 대응체계가 속히 마련돼야 것으로 보인다.

신용섭 방통위 통신정책국 국장은 앞서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하면 반시장적이라고 하고, 개입을 안하면 정부가 역할을 수행하지 않는다고 한다"며 "지속적인 투자와 소비자들에 대한 혜택 등 2가지 모두를 만족시키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털어놨다. 끊이지 않는 이동통신 요금 논쟁에 대한 해법을 찾으려는 실무진들의 고민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현장의 목소리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