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 몰린 민노총…탈퇴도미노 재연되나

조합원 3만여명을 거느린 KT노조의 탈퇴가 17일 확정됨에 따라 민주노총은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상반기 불거졌던 단위노조의 연이은 탈퇴 움직임이 재점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정치투쟁’을 강조해 온 민주노총이 단위노조에서 고조되고 있는 ‘실용주의 노선’을 어떤 식으로든 포용해야 한다는 숙제도 새삼 확인했다.

KT노조의 탈퇴로 민주노총은 당장 산하 산별노조인 IT연맹이 사실상 붕괴되는 결과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IT연맹에는 노동부 추산 3만7000여명의 조합원이 속해 있는데 이 중 3만여명이 KT 노조원들이다. 게다가 KT노조는 민주노총이 1994년 제조업을 중심으로 태동할 때 4만여명의 조합원을 이끌고 합류해 1995년 민주노총이 제반 업종을 아우르는 총연합단체로 출범하도록 힘을 보탠 창립 구성원이었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이 가지는 상징적 의미도 크다.

상반기 인천지하철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등 10여개 노조의 ‘민주노총 탈퇴 러시’가 KT노조의 탈퇴로 다시 점화될지도 관심거리다. 노동계의 한 관계자는 “현장 노조에서 민주노총의 노선에 대한 불만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어 민주노총 탈퇴가 하나의 경향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기에 민주노총이 KT와의 결별 과정에서 감정 섞인 공방을 주고받으며 노동계 내부에 좋지 않은 이미지를 심었다는 점도 부담스럽다.

전날 민주노총은 기자회견을 열어 “(KT노조의 투표가) 사측 개입에 의해 민주주의 기본원칙이 지켜질지 의문이다”는 등의 주장을 했다.

이에 대해 KT노조는 “민주노총이야 말로 부정선거 의혹의 당사자”라는 등의 극단적 표현을 써가며 노골적인 불쾌감을 표시했다.

민주노총은 KT노조의 탈퇴가 별 영향이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KT노조는 몇년 전부터 민주노총과 노선을 달리하는 경우가 많았다. 대형 노조의 탈퇴가 있을 때마다 위기를 경고하는 지적이 있었지만 잘 극복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말을 그대로 받아들여 민주노총이 당장 큰 타격을 받지 않는다 해도 현장 노조에서 높아지는 ‘실용주의’ 경향을 어떻게 포용할지 고민해야 한다는 점은 다시 확인하게 됐다.

앞서 민주노총을 탈퇴한 인천지하철공사 등 10여개 노조와 마찬가지로 KT노조도 “조합원의 이익에 충실하겠다”며 탈퇴를 결의했다.

KT노조 조합원은 95%라는 압도적인 수치로 지도부의 의사를 지지했다. 이는 노조의 ‘사회적 책임’, ‘정치투쟁’을 강조하는 민주노총의 노선에 대한 일선 조합원들의 반감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민주노총은 16일에도 “KT노조가 사회적 책임을 방기했다”며 공세를 펼쳤지만 전혀 먹혀들지 않은 것이다.

노동계의 다른 관계자는 “노조 입장에서 사회적 책임이나 조합원의 이익 추구는 어느 하나 버릴 수 없는 가치”라며 “KT노조의 탈퇴로 민주노총이 두 가치를 어떻게 조정하고, 현장의 요구를 수용할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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