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1년 11월29일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국민노동조합총연맹 출범식에서 정연수 위원장(가운데)이 참석자들과 김치를 담그던 중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이명박(MB)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동원한 이른바 ‘제3노총(국민노총) 설립 지원’ 사건과 관련해 위증 혐의로 고발된 임태희 전 경기도교육감(당시 대통령실장)이 벌금 300만원의 약식명령을 청구받았다. 임 전 교육감을 고발한 조태욱 KT노동인권센터 집행위원장은 “MB 정부 ‘노조파괴’ 공작에 가담한 핵심 인물에게 지나치게 가벼운 처분이 이뤄졌다”며 정식재판을 요구하며 항고했다. KT에 다니던 조 위원장은 2009년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이유로 벌금형을 선고받고 해고됐다.

노동부 요청받아 국정원 지원 전달 여부 쟁점
노조파괴 공작 가담자 대부분 ‘위증’ 기소유예

19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3일 위증 혐의로 고발된 임 전 교육감에게 구약식 벌금 300만원을 처분했다. 같은 사건에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이채필 전 고용노동부 장관, 정연수 전 국민노총 위원장 등에 대해서는 위증 혐의가 인정됐지만 기소유예 처분이 내려졌고, 이동걸 전 노동부 장관 정책보좌관은 ‘혐의 없음’ 처분을 받았다.

검찰은 임 전 교육감 혐의 가운데 “이채필 당시 고용노동부 차관으로부터 국민노총 출범과 관련해 국가정보원 예산 지원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 “민병환 국정원 2차장에게 국정원 예산 지원을 고용노동부에 지급하도록 요청한 사실이 없다”는 2019년 10월 법정 진술을 위증으로 판단했다. 다만 “이명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제3노총 지원 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는 진술에 대해서는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혐의 없음 처분했다.

임 전 교육감 등의 위증 혐의는 MB 정부가 민주노총을 분열시킬 목적으로 제3노총 설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국정원 특수활동비가 투입된 국고손실 수사를 하던 중 불거졌다. 제3노총은 서울지하철노조 등 100개 노조에서 탈퇴한 3만여명이 참여했다. 노동부는 제3노총 설립을 지원하기 위해 예산이 필요했지만 일반 예산 대신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국정원 내부에서 국가정보기관이 노조 설립에 자금을 지원하는 데 대한 우려가 제기되면서 사업이 지연됐고, 당시 대통령실장이던 임 전 교육감이 이채필 전 노동부 차관의 요청을 받아 민병환 국정원 2차장에게 직접 전달하면서 자금 지원이 급물살을 탔다는 것이 조태욱 집행위원장의 주장이다. 실제 국정원 특수활동비 1억7천700만원 가운데 1억5천700만원은 당시 이동걸 정책보좌관에게 10차례에 걸쳐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임태희, 노조파괴 공작 핵심 연결고리”
“7년 끌다 솜방망이 처분, 선거 출마 가능케 해”

이처럼 임 전 교육감이 노조파괴 공작의 ‘키맨’ 역할을 했는데도 ‘솜방망이’ 처분이 내려졌다고 조 위원장은 주장했다. 실제 당시 형사재판 1·2심 판결에서도 일부 임 전 교육감의 혐의가 인정됐다. 법원은 임 전 교육감이 이채필 당시 차관의 요청을 받아 민 국정원 2차장에게 제3노총 설립 관련 예산을 지원해 달라고 전달한 사실 등을 인정한 바 있다.

조 위원장은 <매일노동뉴스>에 “서울중앙지검이 임 전 교육감의 위증 혐의 일부를 인정해 구약식 벌금 300만원 처분을 했지만 사건의 중대성과 다른 관련자들의 처벌 수위를 고려하면 납득하기 어렵다”며 “임 전 교육감은 단순한 주변 인물이 아니라 국정원 특활비 지급을 성사시킨 핵심 연결고리였다”고 주장했다.

특히 조 위원장은 임 전 교육감의 위증이 단순한 허위 진술을 넘어 형사처벌 자체를 회피하게 만든 결정적인 행위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정원 특활비 1억7천700만원이 지급된 국고손실 사건은 피해액이 1억원 이상 5억원 미만으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정범죄가중법)이 적용돼 공소시효가 10년이었다”며 “특활비 지급 시기가 2011~2012년인 점을 고려하면 2019년 수사와 재판 당시 임 전 교육감이 거짓 진술을 하지 않았다면 최소 징역 1년 이상의 형을 선고받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임 전 교육감이 기소됐다면 경기도교육감에 출마할 수 없었을 것이란 주장이다. 그는 “검찰이 7년 동안 사건을 사실상 방치한 결과 임 전 교육감이 선거에 출마했고, 임기가 끝난 직후인 지난 3일 벌금 300만원의 약식기소를 하는 방식으로 사법질서가 왜곡됐다”고 지적했다.

검찰의 ‘사건 뭉개기’ 행태도 비판했다. 조씨는 검찰이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 자체가 사법질서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조 위원장은 “검찰은 2023년 두 차례, 2024년 한 차례 보도자료를 내고 위증죄는 사법질서를 교란하는 중대범죄이므로 엄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며 “그런데 동일한 위증 사건은 담당 검사가 9명이나 바뀌도록 7년간 처분을 미루다가 결국 기소유예와 벌금형으로 마무리했다. 과연 누가 사법질서를 교란했는지 묻고 싶다”고 분통을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