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지난 6월12일 경기 수원시 경기도교육청에서 6·3 지방선거 경기도교육감 선거 득표 입력 오류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지난 6월12일 경기 수원시 경기도교육청에서 6·3 지방선거 경기도교육감 선거 득표 입력 오류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이 이명박 정부 시절 친정부 성향의 ‘제3 노총(국민노총)’ 설립을 위해 국가정보원이 불법 자금을 지원했다는 사건 재판에서 위증을 한 혐의로 고발된 임태희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 대해 벌금 300만원에 약식 기소했다. 국정원의 민주노총 와해 공작의 피해자이자 이 사건을 고발한 조태욱 케이티(KT)노동인권센터 집행위원장은 검찰이 임 전 실장을 뒤늦게 솜방망이 처벌했다고 비판했다.

19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제2부(부장 김형원)는 지난 2019년 10월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과 이채필 전 고용노동부 차관 등에 대한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국고손실) 혐의 재판에서 위증을 한 임 전 실장에 대해 일부 혐의만 적용해 최근 벌금 3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앞서 검찰은 2011년 11월 제3노총인 ‘국민노총’ 출범에 이명박 정부 청와대와 국정원, 고용노동부가 초기 단계부터 깊숙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수사해왔다. 검찰은 2018년 임 전 실장을 빼놓고 원 전 원장과 이 전 차관 등만 재판에 넘겼다. 2019년 10월 임 전 실장은 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①이채필 전 고용노동부 차관으로부터 국정원 지휘부에 국정원 예산(특활비)을 지원하도록 요청받은 사실 ②이 전 차관의 부탁을 받고 국정원 예산 지원 요청을 당시 민병환 국정원 2차장에게 전달한 사실 ③이명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제3노총 출범 지원을 지시받은 사실 등을 부인했다.

하지만 2020년 2월 해당 사건 1심 재판부는 임 전 실장이 민병환 당시 국정원 2차장에게 ‘국정원에서 3억원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민 차장이 임 실장으로부터 제3노총 설립에 관련된 국정원 예산에 관한 요청을 받았다고 충분히 인정할 수 있으므로, 검사의 (임태희 실장의) 불기소 처분이 적정했는지에 대해 합리적 의심을 제기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한 해당 판결문을 보면, 2011년 4월 수석비서관회의와 같은 해 10월 국무회의에서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제3노총 구성과 관련한 질문을 하고, “시대에 맞는 노조가 나오면 좋다” 등의 언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임 전 실장은 진영곤 전 고용복지수석·이 전 차관과 함께 이 두 차례 회의에 모두 참석했다. 하지만 검찰이 국고손실 사건과 관련해 임 전 실장을 끝까지 불기소 처분하면서 임 전 실장은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다.

이후 조태욱 위원장은 임 전 실장과 원 전 원장, 이 전 차관 등이 재판에서 위증을 했다며 고발했다. 하지만 검찰은 임 전 실장이 2019년 10월 재판에서 ‘이채필 전 차관으로부터 국민노총 출범과 관련해 국정원 예산 지원을 국정원 지휘부에 요청해달라는 부탁을 받은 적 없다’, ‘이채필 전 차관의 부탁을 받고 민병환 국정원 2차장에게 국정원 예산을 고용노동부에 지급하도록 요청한 사실이 없다’고 증언한 부분(①,②)만 위증 혐의를 인정해 벌금 300만원의 약식명령을 했다. 약식명령은 정식 재판 없이 검사가 제출한 서면 기록을 심리해 법원이 벌금형 등을 내리는 절차를 의미한다.

반면 검찰은 임 전 실장이 이명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제3노총 출범 지원을 지시받은 사실 등을 부인(③)한 혐의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을 했다. 한겨레가 확보한 임 전 실장 등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 이유서를 보면, 검찰은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은 모두 임 전 실장이 아닌 진영곤 고용복지수석, 이채필 전 차관에 대한 것이었고,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 내용도 민노총 탈퇴와 제3노총 설립에 관한 상황 및 그에 대한 대통령의 견해를 밝힌 것에 불과해 제3노총 출범 지원에 관한 지시를 한 것이라 보기에 부족하며, 달리 임 전 실장이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제3노총 출범 지원에 관한 지시를 받았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했다. 아울러 원 전 원장과 이 전 차관 등에 대해서는 기소유예 처분을 했다. 검찰은 이들의 위증 혐의는 인정되지만 자신이 피고인인 사건 재판에서의 증언이라는 점과 윤석열 정부 시절 사면받은 점 등을 기소유예의 근거로 들었다.

이 사건을 고발한 조태욱 위원장은 이같은 검찰의 처분에 불복해 지난 15일 항고했다. 항고는 검찰이 불기소 처분한 사건에 대해 상급 검찰청의 판단을 다시 받아보는 제도다. 조 위원장은 “검찰이 과거 임 전 실장을 국고손실 혐의로 기소했다면, 경기교육감 선거에 출마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봐주기 수사로 교육감 선거에서 당선될 수 있게 했고, 4년 임기가 종료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벌금 300만원의 솜방망이 처분을 했다”라고 비판했다. 임 전 실장은 2022년 경기도교육감에 출마해 당선됐고,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도전했으나 낙선했다.

조 위원장은 국정원의 제3노총 지원 등 민주노총 와해 공작의 가장 큰 피해자다. 그는 지난 2008년 12월 케이티(KT) 노조위원장 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이후 조 위원장은 회사 쪽의 노조위원장 선거 관여 의혹 등을 제기했다. 케이티는 2010년 조 위원장을 이석채 전 케이티 회장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 등을 들어 해고했다.

하지만 2017년부터 진행된 원 전 원장의 국고손실 재판에서 조 위원장의 낙선에 회사는 물론 국정원까지 관여한 정황이 드러났다. 당시 재판에서는 문재인 정부 국정원이 과거 노조 파괴 공작 의혹을 자체 감찰한 뒤 검찰에 보낸 ‘수사참고자료’가 공개됐다. 이 자료에는 국정원이 2008년 케이티 노조위원장 선거 때 “강성후보 선거 전략 및 동향을 파악해 온건후보에 제공하고, 강성후보 낙선을 위해 사측의 노무관리 강화를 독려하는 등의 방법으로 온건후보의 당선을 지원”했다고 되어 있었다. 아울러 “민주노총 탈퇴를 설득하는 한편, 사쪽에도 인사·노무 제도 개선 등 노조 요구 사항을 수용하도록 설득”했다고 적혔다. 조 위원장이 출마했던 노조위원장 선거 개입과 그 이후 이뤄진 민주노총 탈퇴 공작을 국정원이 회사 쪽과 함께 주도한 정황이 확인된 것이다.

조 위원장은 “노조 파괴 공작 관련 국고손실 범죄자들에 대한 사면복권은 2022년 말부터 2024년까지 윤석열 전 대통령에 의해 신속하게 단행됐지만, 피해자는 2010년 해고 후 16년째 광화문에서 투쟁 중”이라고 말했다.

박지영 기자 jy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