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에까지 등장한 KT
작성자: 김부장 | 조회: 641회 | 작성: 2025년 11월 12일 오후 11:28‘김부장 이야기’ 속 통신 대기업을 보면 떠오르는 회사가 있다?
울릉도 전출? KT도 114 교환원 선로 업무 맡기고 울릉도 전출
통신사 공공사업 담합? 실제 통신3사도 담합으로 손해배상까지
[미디어오늘 윤수현 기자]

JTBC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이하 김부장 이야기)에 등장하는 가상의 통신사 ACT에서 벌어지는 일은 낯설지만은 않다. 유튜버의 고발 영상에 회사가 휘청이고, 직원을 해고시키기 위해 울릉도로 발령 낸다. 경쟁 통신사 임원들이 모여 공공사업 입찰 담합을 시도하기도 한다. 이와 유사한 일은 실제 벌어졌다.
‘김부장 이야기’는 굴지의 통신 대기업 ACT에 재직 중인 김낙수 부장의 직장 생존기를 그린 드라마다. 극중 ACT 로고는 SK텔레콤·LG유플러스보단 KT와 유사한 모습을 보인다. 특히 드라마에 등장하는 사건을 살펴보면 ACT가 KT와 닮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유튜버의 ‘가짜’ 초고속 인터넷 폭로, KT-잇섭 사태와 판박이
“ACT에서 가장 비싸고 빠른 슈퍼기가 인터넷 요금제를 쓰고 있는데, 실제 속도는 100분의 1도 나오지 않았다. 사기다 사기.”
극중 유튜버 ‘아이티보이’는 ACT에서 가장 비싼 슈퍼기가 인터넷 요금제에 가입했지만 실제 인터넷 속도가 100분의 1에 불과하다는 폭로 영상을 올렸다. 또 ACT는 초고속 인터넷망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지역에 거주하는 가입자에게 초고속 인터넷 가입을 승인해 줬다.
KT는 “10기가 인터넷 장비 증설과 교체 등의 작업 중 고객 속도 정보 설정에 오류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조사에서 KT 초고속 인터넷에 문제가 드러났다. KT가 초고속 인터넷 개통 과정에서 속도를 측정하지 않거나, 측정 결과가 약관상 최저보장 속도보다 낮더라도 개통을 승인해온 것이다. 정부는 KT에 과징금 5억 원을 부과했다.
또 드라마에서 ACT는 아이티보이에 영상 삭제를 요청해 많은 비판을 받는다. 잇섭의 경우도 유사하다. KT 사건에선 초고속 인터넷 업무를 담당하는 대행사가 잇섭에 연락해 ‘KT 내부에서 영상 때문에 난리가 났다’며 영상을 내릴 것을 요구했다.

공공사업 입찰 담합 실패? 실제 통신3사 담합에 손해배상까지
“우린 더 이상 경쟁자가 아니다. 동반자!”
ACT와 T사·L사 영업본부장들은 공공사업 입찰 담합을 시도한다. ACT 상무는 “공공기관 입찰 때마다 3사가 출혈 경쟁하면 전멸할 것”이라며 공공사업 공고가 올라오면 통신사들이 돌아가면서 낙찰받을 수 있도록 입찰가격을 조율하겠다고 밝혔다. 담합을 위한 골프장 회동에 동석한 김 부장은 홀인원(골프공이 한 번에 홀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기록하면서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하지만 이 사진이 공정거래위원회 직원에게 발각되면서 입찰 담합은 없던 일이 됐다.
통신사의 공공사업 입찰 담합은 실제 있었던 일이다. 2015년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은 전국 16개 대학과 연구기관을 연결하는 회선망 구축·운영 사업자 선정을 위한 입찰을 진행했는데, KT는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에 ‘입찰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받고 약 36억 원을 지급했다. 대법원은 지난 8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담합을 주도한 KT가 12억 원의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결과 통신사들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12개 사업 입찰에서 담합한 것이 드러났다.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가 손해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도 이어지고 있다.

사무직 직원 울릉도 전출? KT는 직원 퇴출 프로그램 가동
“나 울릉도 가. 가서 시설관리 하라는데… 내가 알아서 회사 나가길 바라는 거야”
김 부장의 입사 동기, 허태환 과장은 울릉도로 발령 받는다. ACT는 25년간 사무직으로 근무한 직원을 울릉도로 보내 지하 케이블 관리를 맡긴다. 사실상 회사를 떠나라는 퇴사 통보다. 현실은 드라마보다 더 냉혹했다. 드라마에선 인사발령 대상자가 일부 직원에 국한됐지만, KT는 직원 1002명을 대상으로 한 퇴출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KT는 2002년 민영화 후 명예퇴직을 거부하거나 노동조합 활동을 적극적으로 한 직원 1002명을 선별한 뒤 ‘부진 인력 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2011년 언론을 통해 공개된 ‘부진 인력 퇴출 및 관리방안’에 따르면 KT는 퇴출 대상자가 감당할 수 없는 업무를 부여한 뒤 일을 못 하면 징계를 내리고, 다시 업무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퇴사를 종용했다.
드라마처럼 실내에서 근무하던 직원이 울릉도로 전출된 사례도 있다. KT는 2002년 114 전화번호 안내 업무를 계열사로 이관했다. 관련 인력들은 KT 퇴사 후 외부 업체로 재취업했고, 이직을 거부한 직원들에겐 선로 개통·유지보수 업무가 맡겨졌다. 전화 교환원이었던 김씨는 선로 개통업무를 맡았으며, 대구에서 쫓겨나 경상북도 각지를 돌다가 울릉도로 전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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