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정 경쟁 무시한 국민기업 KT, KT는 주인 없는 회사?
– 구현모 전 KT대표 검찰 조사에 백기… 전 임직원 줄줄이 소환
– 2020년 이후 KDFS 매출 수직 상승, 공시 의무 없는 이점 적극 활용

뉴스웨이브 = 김태호·이동준 기자

‘일감 몰아주기 의혹’은 보통 지배주주, 즉 오너가 있는 기업에서 자주 발생한다. 오너 또는 오너 일가가 대주주로 있는 회사에 다른 계열사들이 일감을 몰아주어 결과적으로 오너 일가가 큰 이익을 얻게 해주기 위한 목적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특정 개인 대주주가 없는 일명 ‘국민기업’이라고 해서 일감 몰아주기 의혹이 전혀 불거지지 않는 것은 아니다. 경영을 위임 받은 전문경영인 회장 또는 사장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자신과 친분이 있는 기업에 계열사들의 일감을 몰아주도록 하는 사건들이 간혹 일어난다.

대표적 국민기업 중 하나인 KT에서도 올들어 이런 의혹이 불거졌다. 실제 검찰이 지금도 수사 진행 중이다. 수사 대상 KT 계열사는 보안시스템 서비스 또는 경비 전문기업인 KT텔레캅. 이 회사는 KDFS라는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2020년 이전까지는 KT에스테이트라는 부동산관리 전문 KT계열사가 KT 전 계열사들의 시설관리를 맡아, 자신이 직접 시설을 관리하거나 상당수 일감을 하청업체들에 맡겼다. 하청 일감은 KDFS, KSmate, KFnS, KSNC 등 4개사가 대부분을 나누어 맡았다고 한다. 모두 퇴직한 전 KT 임직원들이 관련돼 있던 회사들이었다.

2020년 구현모 전 대표이사 취임한 이후 일감 발주 주체가 KT에스테이트에서 KT텔레캅으로 갑자기 바뀌었다. 그러면서 일감 나누기 균형이 깨어지고 4사 중 KDFS 일감이 확 늘어났다는 게 의혹의 줄거리다.

검찰은 이번 수사의 타깃이 누구인지는 공식적으로 밝힌 적이 없다. 하지만 정치권이나 재계는 구현모 전 대표를 비롯한 KT 최고경영진이 타깃이라고 봤다. 정권 교체 후 현 집권정부가 KT 최고경영진도 바꾸고 싶은데, 구 전 대표가 꿈쩍도 안하기 때문에 시작된 수사라는 관측도 나왔다.

수사 때문인지는 알 수 없으나 결국 구 전 대표는 퇴진했다. 현재 후임 대표를 선출하기 위한 절차가 몇 달째 계속되고 있다. 전 대표를 물러나게 하는게 수사의 목적이라면 수사도 대충 끝내는 게 맞다. 하지만 이 수사는 아직도 게속되고 있다.

연합뉴스는 지난 6월 22일 KT 일감몰아주기 수사 속보를 전한 바 있다. 다음은 그 내용이다.

“KT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의혹의 핵심으로 꼽히는 계열사 전직 임원을 소환했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이정섭 부장검사)는 이날 김모 전 KT텔레캅 본부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 중이다. 김씨는 2020년 구현모(59) 전 KT 대표 취임 직후 KT 본사에서 KT텔레캅으로 자리를 옮긴 인물이다. 이른바 ‘이권 카르텔’을 형성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 KT 사내외 이사진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도 알려졌다. 검찰은 김씨가 이 같은 인맥을 바탕으로 KT텔레캅의 일감을 KDFS에 몰아주는 데 일정한 역할을 한 것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이에 김씨를 상대로 KT텔레캅이 실제로 의도적인 ‘일감 몰아주기’를 했는지, 이 과정에 KT그룹 차원의 지시가 있었는지 등을 캐물었다. 앞서 검찰 조사를 받은 전직 KT텔레캅 고위 관계자는 “김씨가 ‘복잡하고 더러운 일은 내가 하겠다’며 발주 일감 규모를 정하는 절차인 품질 평가 과정을 독단적으로 처리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관계자 조사를 마무리하는 대로 ‘윗선’으로 지목된 구 전 대표를 소환해 KT텔레캅의 일감 몰아주기에 그룹 차원의 지시가 있었는지, 이를 통해 발생한 KDFS의 수익이 KT그룹 임원 등 고위 인사들에게 ‘반대급부’로 제공됐는지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보도 내용을 하나하나 관련 기업들의 장부 등을 통해 확인·분석해 본다. 우선 KT그룹이 2020년 구 전 대표 취임 이후 시설관리 일감 발주업체를 기존 KT에스테이트에서 KT텔레캅으로 바꾼 건 사실로 보인다.

KT에스테이트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KT에스테이트가 모기업 KT로부터 받은 부동산 임대수익은 2020년 410억원, 21년 519억원, 22년 593억원 등으로 구 전 대표 취임 후 계속 증가했다.

반면 KT로부터 받은 기타수익(순액 기준)은 2019년 1675원에 달했던 것이 20년 888억원, 21년 482억원, 22년 378억원으로 크게 줄고 있다. 이 기타 수익에 경비용역 수익도 포함됐을 것으로 보인다.

또 KT텔레캅 감사보고서를 보면 KT텔레캅 매출 중 KT가 올려준 영업수익은 2019년 224억원에서 20년 822억원, 21년 1,697억원, 22년 1,640억원 등으로 20년 이후 확실히 크게 늘고 있다. KT 전 계열사들의 경비관련 용역을 KT에스테이트에서 2020년 이후 넘겨 받았기 때문에 가능한 수치들이다.

20년 이후 KDFS의 일감이 크게 늘어난 것도 확인 결과, 사실이다.

KDFS 감사보고서를 보면 2019년 438억원이던 이 회사의 매출은 20년 488억원, 21년 625억원, 22년 847억원으로 3년 만에 2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 이 회사의 매출 847억원 중 시설관리용역 수익은 814억원이었고, 나머지 32억원은 휴대폰판매 수익이었다.

시설관리용역수익 814억원은 지난해 KT가 KT텔레캅에 올려준 영업수익 1640억원의 절반이 조금 넘는 수치다. KT와 계열사들이 맡긴 일감의 절반 가량을 KT텔레캅이 다시 KDFS에 하청을 주었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KDFS가 KT 계열사가 아니어서 KT와의 거래내역을 공시할 의무는 없다. 그래서 KT텔레캅과 KDFS의 거래내역도 정확히 알 수 없다. 하지만 KDFS의 매출 대부분은 KT그룹 혹은 KT텔레캅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2010년 설립된 KDFS의 창립멤버들 주축이 전 KT 임직원들이어서 설립 직후부터 KT그룹 건물관리용역 수익이 주 수입원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기 때문이다.

KDFS 감사보고서는 2013년부터 공시됐다. 13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13년 말 이 회사의 최대주주는 강상복이라는 사람으로, 지분율이 49.25%였다. 2대 주주는 KSNC(20.25%). KSNC는 앞에서 언급한, KT텔레캅의 4개 하청업체중 하나다.

KSNC는 2000년 설립됐으며, 설립 당시 회사명이 한통에스엔시, 2003년 바꾼 이름이 KT에스엔시였다. 한통은 KT의 옛 이름, 한국통신의 약자다. 지금도 사단법인 KT동우회가 KSNC 지분 10%, KT예스란 기업 지분 8%를 각각 갖고 있다.

이 회사도 KT 전 임직원들이 주축이 돼 만든 회사라는 얘기다. 한 KT 전 임원은 “KSNC건, KDFS건 4개 KT텔레캅 거래 기업들 모두가 전 KT 임직원들이 퇴직 후 만든 회사들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2016년말 KDFS의 주주 구성은 황욱정 29%, 강상복 20%로, 최대주주가 황욱정이란 사람으로 바뀌었다. 황욱정씨가 강상복씨 지분 중 29%를 넘겨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작년 말에는 황욱정 42.25%, KFnS 19%로 다시 바뀌었다.

KFnS도 2017년까지 KT텔레캅(18%)과 전 KT 임직원들 회사가 주요 주주들이었으나 2018년중 인력공급업체 삼구아이앤씨(82.5%)로 최대주주가 바뀌었다. 18년 이후 KT나 KT 전 임직원들과는 관계없는 회사가 된데다, KDFS의 득세 영향 때문인지 2019년 709억원에 달했던 KFnS의 매출은 작년 507억원으로 200억원 가량 줄었다. 일감몰아주기 의혹이 사실이라면 KDFS 때문에 피해를 본 회사 중 하나인 셈이다.

2016년부터 KDFS의 최대주주가 된 황욱정씨가 바로 주목해야할 인물이다. 황씨는 현재도 KDFS 최대주주 겸 대표이사다. 황 대표는 남중수 전 대표가 KT 대표이던 2000년대 중반 KT에서 홍보담당상무, 사회공헌담당 임원 등을 지낸 것으로 알려진다. 사회공헌담당 임원 시절 고(故) 박원순 변호사(전 서울시장)와 아름다운 가게 활동도 같이 했다고 한다.

한 전직 KT 임원은 “황 대표는 남중수 전 대표가 일시적으로 수감됐을 때 헌신적인 옥바라지를 하는 등의 인연으로, 현역에 있을 때 남 대표의 총애를 받았던 인물”이라며 “남 전 대표와 구 전 대표와의 관계도 여러 인연으로 상당히 가까운 것으로 당시 많이 알려졌다”고 말했다.

그는 또 “황 대표가 KT 퇴직 후 KDFS를 인수했으나 KT가 일감을 잘 안 밀어줘 남 대표에게 여러차례 호소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2020년 마침 구현모 전 대표가 KT 대표가 되자 남중수 전 대표가 나서 황 대표와 KDFS 사정을 구 전 대표에게 전달해 주었고, 그래서 지금 같은 KDFS 일감몰아주기 구조가 만들어진 걸로 많은 전 KT 임직원들은 알고 있다”고 했다.

이 말이 맞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등장인물들의 과거 경력이나 관계, 현재 KT텔레캅 거래내역 등으로 볼 때 전혀 터무니 없는 얘기는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

앞에서 한번 언급했지만 2020년 이후 KDFS 매출은 3년만에 2배 가량 늘었다. 2016년까지 영업적자, 당기순손실에 결손기업이었으나 22년에는 영업이익 28억원, 당기순익 34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이익잉여금도 106억원이나 쌓였다.

2020년 이 회사의 원가분석 공시를 보면 휴대폰판매는 판매원가 51억원에 판매수익이 50억원으로, 1억원 적자였다. 반면 경비용역은 원가 147억원에 수익 170억원으로, 23억원이나 남는 장사였다. KT텔레캅이 밀어주는 경비용역은 많이 남는 장사여서 이렇게 3년만에 큰 규모 흑자전환에 결손에서도 탈출, 탄탄한 기업이 되었다는 얘기다.

과거와 같이 KT에스테이트 일감을 나눠받던 4개 경쟁기업 중 삼구아이앤씨에 팔리고 매출도 줄어든 KFnS 말고 KSNC도 피해를 많이 본 것으로 보인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KSNC는 KDFS 창립초기 2대 주주이면서 퇴직한 KT 임직원들이 2000년 설립한 회사다. 22년말 현재 송상헌이란 사람이 40.45%로,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이고, 사단법인KT동우회(10%)와 KT예스(8%) 등도 지분을 갖고 있다.

이 회사도 틀림없이 KT 경비관리용역으로 먹고사는 회사인데, 매출은 19년 447억원, 20년 442억원, 21년 382억원, 22년 360억원 등으로 눈에 띠게 줄고 있다. 21년 이후로는 아예 적자상태에 빠졌다. KFnS 못지 않게 피해를 많이 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4개 기업들 중 마지막 남은 KSmate는 2008년 설립된 건물시설유지관리업체다. 22년 말 주주구성을 보면 KT텔레캅 12.54%, KFnS 11.84%, 기타 75.62%로, 정확히 누가 최대주주인지는 확인이 어렵다. 하지만 KT 또는 KT 퇴직자들과 관련된 기업으로, 역시 KT가 주는 일감으로 운영되는 회사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이 회사 매출은 2019년 606억원에서 20년 670억원, 21년 747억원, 22년 814억원으로, KDFS만큼 큰폭은 아니지만 적잖이 늘고 있다. 이중 KT텔레캅으로부터 받는 용역매출은 같은 기간 5.4억원, 201억원, 483억원, 479억원 등으로 확실히 많이 늘었다.

4개사 중 KDFS가 2020년 이후 가장 일감이 많이 늘어 수혜를 가장 많이 받았고, KSmate는 그 다음으로 수혜를 많이 받은 셈이다. 언론보도처럼 KDFS 한 곳만 일감몰아주기 수혜를 집중적으로 받은 것이 아니라 KSmate도 상당한 수혜를 받았다는 얘기다. KSmate의 대주주가 KT텔레캅이라 KSmate까지 무시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아무튼 언론보도처럼 2020년 이후 KDFS가 일감몰아주기 수혜를 집중적으로 많이 받은 것은 거의 사실로 보인다. 문제는 KT 퇴직자 기업에 일감을 주었다고 해서 그 자체가 불법은 아니라는 점이다. 다른 거래기업에 비해 명백하게 좋은 조건으로 우대했다면 부당불법거래 소지가 생긴다. 특히 우대 댓가로 구현모 전 대표 등 KT수뇌부가 뇌물이나 다른 반대급부를 받았다면 명백한 불법거래가 될 수 있다.

관련 기업들의 장부에 이런 혐의는 드러나지 않는다. 오직 검찰수사와 계좌추적 등으로만 가능할 것이다. 검찰은 지금 그걸 찾고 있을 것이다. 구현모 전 대표가 퇴진한 마당에 관련 증거가 뚜렷이 나오지 않으면 검찰도 사건을 유야무야시킬 가능성도 없지 않다.

다만 구현모 전 대표 등의 불법성 증거가 드러나지 않더라도 KT같은 특정 개인대주주 없는 국민기업이 사실상 일부 퇴직 임직원들이 운영하는 기업에 일감을 몰아주거나 나눠주는 행태는 이번에 분명히 드러났다. KT의 하청 일감들이 공정한 경쟁을 거치지 않은 채 나눠지고 있는 것이다.

이 부분에는 또 불법성이나 부당내부거래 여부가 없는지, 공정위나 국세청 등이 한번 들여다봐야 할것으로 보인다.

 김태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