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2월 15일 08:13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정부와 정치권의 계속된 비판으로 차기 대표를 공개경쟁 방식으로 다시 뽑기로 하면서, 2020년 구현모 대표가 공식 선임된 이후 지속해서 CFO 역할을 맡고 있는 김영진 재무실장(전무)의 거취에도 시선이 모아지는 이유다.

◇사실상 임기 채운 대표는 단 한 명뿐

2002년 정부가 40% 넘게 보유하던 지분 중 상당 부분을 국내외에 매각하면서 KT는 민영화 작업을 완료했다. 이같은 공로로 당시 대표였던 이상철 사장이 정보통신부 장관으로 임명됐고 후임으로 이용경 사장이 앉았다.

이용경 사장을 포함해 2023년 현재까지 KT 대표에는 남중수 사장, 이석채 회장, 황창규 회장, 구현모 사장(현직) 순으로 총 5명이 앉았다. 회장 직급은 2019년 말 구현모 사장이 대표에 추천되는 과정에서 폐지했다.

총 5명의 대표 가운데 임기 중 중도 하차한 이는 3명이다. 김대중 정부에서 노무현 정부로 바뀌었음에도 대표직을 유지한 이용경 사장은 민영화 이후 첫 대표로 연임의 전통을 만들기 위해 2005년 도전했으나, 선출 작업을 본격화하기도 전에 중도 하차했다. 공개적으로 밝힐 만큼 연임을 원했던 그가 중도 하차한 이유는 여전히 알려지지 않는다.

남중수 사장은 두 번째 임기 와중인 2008년 11월 배임 혐의로 구속되며 곧바로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석채 회장도 2013년 11월 배임 혐의로 검찰 수사가 심화하자 사의를 표명했다. 두 회장이 물러난 시점은 모두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지 만 1년도 되지 않은 때다.

민영화 이후 네 번째 대표인 황 회장은 연임에 성공했을 뿐 아니라 두 번째 임기도 모두 채운 유일한 대표다. 하지만 그렇다고 잡음이 없었던 건 아니다.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불법 채용과 배임 혐의 등으로 고발돼 경찰과 검찰의 수사를 받았다.

임기를 채웠든 채우지 않았든 모든 대표가 정부 교체와 함께 자리를 위협받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는 현직인 구현모 대표에게도 해당한다. 지난해 말 KT 이사회는 구 대표를 연임키로 결정했다. 하지만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을 비롯한 정부와 정치권의 선출 절차에 대한 비판으로 최근 기존 결정을 백지화하고 공개경쟁으로 다시 대표를 선출키로 했다.

◇대표와 재무실장은 ‘공동 운명체’

대표가 바뀌면 CFO 역할을 하는 임원들도 자리를 내놓았다. 정부가 교체될 때 해당 임원도 불안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KT는 2001년 민영화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CFO 제도를 도입했다. 기존에는 기획조정실에서 재무 업무를 관장했지만 당시 대표인 이상철 사장이 자금 집행과 투자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별도의 재무조직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도입했다.

민영화 이후 CFO 역할을 하는 임원의 직책은 구체적으로 재무실장이었다. 중간에 가치경영실장으로 이름을 바꾼 적 있으나 다시 재무실장으로 돌아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자금 조달과 IR, 예산 기획 등의 업무를 맡는다. 서정수 상무와 권행민 전무, 맹수호 전무, 김연학 전무, 김범준 전무, 김인회 전무, 신광석 전무, 윤경근 전무, 김영진 전무(현직) 순으로 총 9명이 역임했다.

역대 대표와 재무실장은 현직을 포함해 각각 5명과 9명이다. 숫자는 다르지만 대표가 바뀐 이후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재무실장(대개 전무급 임원)이 바뀌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용경 사장에서 남중수 사장으로 바뀔 때 권행민 전무는 자리를 지켰으나, 남중수 사장에서 이석채 회장으로 바뀔 때는 맹수호 전무에서 김연학 전무로 바뀌었다.

이석채 회장에서 황창규 회장으로 바뀔 때는 재무실장이 김범준 전무에서 김인회 전무로 바뀌었다. 김 전무는 황 회장과 함께 삼성전자에서 근무한, 황 회장의 심복이다. 이후 경영기획부문장으로 사내이사에도 이름을 올렸다. 더불어 황 회장에서 구현모 사장으로 바뀔 때 윤경근 전무에서 김영진 전무로 바뀌었다.

만약 이번에 구현모 사장이 연임에 실패해 새로운 대표가 선임되면 재무실장이 김영진 전무에서 다른 인물로 교체될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김 전무는 구 사장이 대표로서 첫 번째 임원 인사를 단행할 때 재무실장에 선임됐다. 만 2년 넘게 CFO 역할을 하고 있다. 역대 재무실장의 임기는 2년 내외였다. 현재 KT는 차기 대표 인선 문제로 지난해 말 조직 개편과 임원 인사를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