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벨] ‘리스트럭처링’ KT…’재무-전략’ 라인 영향은

‘리스트럭처링’ KT…’재무-전략’ 라인 영향은

②경영기획 산하 파트너십 역할 축소…’트랜스포메이션부문’으로 M&A·투자 기능 이관

고진영 기자공개 2023-01-30 07:40:37
[편집자주]
기업 인사에는 ‘암호(코드, Code)’가 있다. 인사가 있을 때마다 다양한 관점의 해설 기사가 뒤따르는 것도 이를 판독하기 위해서다. 또 ‘규칙(코드, Code)’도 있다. 일례로 특정 직책에 공통 이력을 가진 인물이 반복해서 선임되는 식의 경향성이 있다. 이러한 코드들은 회사 사정과 떼어놓고 볼 수 없다. THE CFO가 최근 중요성이 커지는 CFO 인사에 대한 기업별 경향성을 살펴보고 이를 해독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1월 19일 16:58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T는 경영기획부문을 지붕으로 두고 전략기획과 재무 라인이 파트너십을 이루는 형태가 오래 이어져왔다. 최고재무책임자(CFO) 역할을 하는 재무실장, 그리고 전략기획실장이 합을 맞추고 이중 하나가 경영기획부문장에 오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CFO 직제를 둔 기업들은 담당임원이 전략까지 챙기는 케이스가 많다는 점에서 KT도 사실상 경영기획부문이 넓은 의미의 CFO 기능을 포괄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구현모 체제’의 막이 오른 뒤론 경영기획부문의 영향력이 적잖이 약해졌다. 구 사장이 KT의 리스트럭처링(restructuring), 전사적 구조조정을 선언하면서 일어난 변화다.

◇경영기획부문 산하, ‘재무-전략’ 양대축

현재 KT는 박종욱 사장이 경영기획부문장을 맡고 그 아래서 김영진 재무실장, 김채희 전략기획실장이 보좌하는 형태로 이뤄져 있다. 경영기획부문은 그룹 차원의 경영전략을 세우고 재무를 총괄하는 수백명 규모의 핵심 조직이다. 산하에 재무실과 전략기획실을 비롯해 벤처·스타트업을 발굴하는 SCM전략실(조훈 전무), 정책협력실(이공환 전무), 경영연구소(허석준 상무) 등을 거느린다.

부문장인 박종욱 사장은 1991년 입사 이후 30년 넘게 KT에만 몸담아왔다. 황창규 전 회장이 삼성에서 영입한 김인회 전 사장이 재무실장을 거쳐 2018년 경영기획부문장에 올랐을 때 박 사장이 전략기획실장에 발탁돼 휘하에서 뒤를 받쳤다. 당시 KT 전무였던 윤경근 현 KT아이에스 사장이 재무실장으로 박 사장과 함께 핵심축을 담당했다. 김영진 전무가 비서실 1담당(당시 상무)이었던 시기다.

그러다 2020년 초 구현모 사장으로 수장이 교체되면서 그룹이 큰 전환점을 맞았다. 김인회 전 사장이 KT에서 물러났고, 경영기획부문장은 박 사장이 대신했다. 또 박 사장의 영전으로 공석이 된 전략기획실장 자리는 김영진 전무가 채우는 연쇄 인사가 이뤄졌다.

이후 윤경근 전무가 KT아이에스로 옮기면서 김영진 전무가 재무실장으로 이동한 것은 2020년 말이다. ‘윤경근 전무(재무실장)-김영진 전무(전략기획실장)’를 기둥으로 했던 경영기획부문이 지금의 ‘김영진 전무(재무실장)-김채희 전무(전략기획실장)’ 라인으로 대체됐다.

◇트랜스포메이션부문 신설, ‘영토 좁아진’ 경영기획

조직 내부뿐 아니라 외적으로도 역동적인 판 바뀜이 있었다. 변화는 경영기획부문의 위상이 축소되는쪽으로 일어났다. 구현모 사장이 취임과 동시에 KT그룹의 ‘리스트럭처링(구조조정)’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디지털플랫폼 기업 ‘디지코(digico)’를 비전으로 내세운 그는 미래가치TF를 직속 조직으로 신설, 2021년엔 미래가치추진실로 격상해 M&A(인수합병) 전권을 줬다. 경영기획부문 산하 전략기획실이 총괄하던 M&A가 다른 조직으로 넘어간 셈이다. 같은 해 9월에는 구 사장이 ‘그룹Transformation(트랜스포메이션)’부문을 만들고 윤경림 사장을 불러들인다.

윤 사장은 이직이 무척 잦았던 인물이다. LG데이콤(현 LG유플러스)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는데 하나로통신(현 SK브로드밴드)을 거쳐 2006년 신사업추진실장으로 KT에 스카우트됐다. 약 10년을 주기로 통신3사를 모두 경험한 격이다. 2010년엔 CJ그룹으로 적을 옮겼고 또 4년 만에 KT로 다시 복귀, 2019엔 현대자동차로 이직했다가 2021년 KT에 세번째로 돌아왔다. 다소 독특한 이력이지만 미디어를 비롯한 여러 분야 이해도가 높은 만큼 사업포트폴리오 대전환을 추진하려면 적합한 선택이었다는 평가다.

그가 이끄는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은 현재 미래가치추진실로 넘어갔던 M&A를 도로 가져오고 투자 유치, 계열사 기업공개(IPO)까지 전부 총괄하고 있다. 예전에는 이 업무들을 주로 전략기획실과 재무실이 함께 전담했었는데 이제 경영기획부문이 다루는 영역 자체가 상당히 좁아진 셈이다.

지금도 소규모 딜에 대해서는 경영기획부문이 진행하는 경우가 있으나 최전선에 있는 것은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이다. KT 관계자는 “(M&A 업무 등의) 메인이 트랜스포메이션부문인 것은 맞지만 롤이 칼 자르듯 규정되어 있는 것은 아니고,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작은 건은 (경영기획)부문 등이 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올해는 KT가 지주사체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 조직 개편에서 변수가 될 수 있다. 업계는 내달 KT가 지주사 전환 여부를 언급할 것으로 본다. 지주사 전환과 관련해 KT 관계자는 “지주사 형태로 가는 방향을 얘기하면서 모든 계열사들이 역할별로 그루핑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주사 전환 계획은 어느 쪽으로든 인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당초 KT는 1월 중순에 인사와 조직 개편을 예정했으나 구 사장의 연임 이슈로 잡음이 이어지면서 계획이 미뤄졌다. 박종진 사장과 김영진 전무, 김채희 전무 등도 현재 직책에서 각각 2~3년 있었던 만큼 인사 가능성 범위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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