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국민연금, KT 구현모 대표 연임 반대, 차기 대표 인선 미궁 속…KT 임원인사 지연돼
작성자: 최종관리자 | 조회: 196회 | 작성: 2023년 1월 3일 10:54 오후국민연금, KT 구현모 대표 연임 반대, 차기 대표 인선 미궁 속…KT 임원인사 지연돼
[메트로신문] 국민연금이 3월로 예정된 KT 주주총회에서 구현모 현 KT 대표에 대한 연임 반대에 나설 계획이어서 KT 차기 대표 인선이 미궁 속에 빠졌다. KT 임원인사는 계속 지연될 경우 신규 사업 추진 등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경쟁사인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지난해 말에 임원인사는 물론 조직개편까지 마쳤다.
◆구 대표 연임 반대 정부 의견 작용했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KT 대표 연임에 반대는 주주총회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만약 표 대결에서 구 대표가 승리한다고 해도 연임 과정은 순탄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는 국민연금이 구 대표의 연임 반대를 공식적으로 나선 것은 현 정부의 의견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구 대표는 국민연금이 문제를 제기한 소유분산기업에서 CEO가 거듭 연임하는 ‘황제 연임’을 의식했다. 이에 따라 KT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에서 구 대표에 대해 ‘연임 적격’이라는 결정을 내렸음에도 자발적으로 경선을 제안해 경선 절차가 진행됐다. 하지만 경선에 나온 후보자와 경선 진행 절차가 공개되지 않아 ‘깜깜이 경선’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국민연금은 구 대표에 연임에 대해 ‘황제연임’, ‘셀프연임’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반대 의사를 표했다. 서원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은 지난해 12월 27일 기자간담회에서 “KT 이사회는 현직 최고경영자를 대표이사 최종후보로 확정해 발표했는데, 이는 ‘CEO 후보결정이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경선 기본원칙에 부합하지 못 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도 지난해 12월 8일 기자간담회에서 KT를 겨냥하며 “소유분산기업이 대표이사나 회장 선임 및 연임 과정에서 현직자 우선 심사와 같은 내부인 차별과 외부 인사 허용 문제를 두고 쟁점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는 KT 내부인사 출신인 구 대표 외에 외부인사를 후보로 올려 경쟁하라는 요구를 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연금은 최근 외부인 참여를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도 밝혔다. 국민연금은 “KT 이사회는 복수 후보에 대한 심사 절차나 과정을 외부로 공개하지 않아 깜깜이 절차를 거쳤고, 후보군에 대한 이름도 비공개 하는 등 일방적인 CEO 선임을 진행했다”고 문제를 삼았다. 서원주 CIO는 “내외부에서 최적임을 찾을 수 있게 추천, 공모 등에 제한 없이 CEO 후보 기회를 줘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안정상 민주당 수석 전문위원도 이같은 KT CEO 경선 방식에 대해 비판했다. 안 수석위원은 “구 대표 단독 후보 선임 결과는 절차의 공정성을 신뢰할 수 없다는 점을 스스로 보여주는 사례가 된 것”이라며 “구 대표 연임을 위해 들러리 후보자 몇 명을 짧은 시간 내 얼렁뚱땅 심사해 기록만 남겨두려는 게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고 비난했다.
◆국민연금 반대표 표 대결 영향 미치나
KT 지분율 구성은 국민연금 10.35%, 현대자동차그룹 7.79%(현대차 4.69%·현대모비스 3.1%), 신한은행 5.58% 등으로 돼 있다. 또 57.4%는 소액주주가 갖고 있다. 최대주주의 반대 의사는 주주총회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현대자동차그룹과 신한은행은 KT와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한 주요 파트너로 KT의 우호 지분으로 분류된다. 그렇게 되면 국민연금이 주총에서 반대표를 던져도 구 대표가 연임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우호세력이 정부의 의지, 여론 등을 의식해 태세 전환에 나설 수 있다. KT 대표 결정에 정부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상황이어서 더 신중한 자세로 임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KT 대표는 민영화되기는 했지만 공기업에서 출발했으며, 구 대표 이전까지 친정부 인사들이 대표에 선임돼 왔다. 하지만 현 KT 이사회에는 친노·친문 인사가 많이 포진돼, 현 정권과 배치되고 있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구 대표의 사법 리스크도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구 대표는 지난해 11월 2016년 국회의원 13명에게 ‘쪼개기 후원’으로 회삿돈 1400만원을 유용한 혐의로 약식 기소됐으며, 이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3월 박종욱 KT 각자대표도 ‘쪼개기 후원’에 나선 것 때문에 사내이사 재선임 투표에서 자진 사퇴했다. 국민연금이 ‘국회의원을 불법 후원한 혐의로 벌금형을 받은 것’을 반대 이유로 제시한 것이 원인이 됐다. 구 대표도 박 사장의 경우와 다르지 않다. 같은 혐의로 재판을 받았고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3월 SK그룹 인사에도 관여해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사내이사 선임에 대해 반대했지만, 결국 최 회장은 사내이사에 재선임됐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지난 2019년 대한항공 대표이사를 지내던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물러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