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단독] 이통3사 통제력 잃었나…‘데이터 이월제’ 손놓고 있는 정부

[단독] 이통3사 통제력 잃었나…‘데이터 이월제’ 손놓고 있는 정부

신승훈 기자
입력 2021-12-13 00:10
  • 이통3사 ‘영업비밀’ 이유로 데이터 사용현황 자료제출 거부
  • 이통3사 “기존 무제한 요금제 소비자와 차별 발생 우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현판 [사진=아주경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현판 [사진=아주경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이동통신3사의 ‘데이터 이월제’ 실현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지난 10월 국감에서 임혜숙 과기정통부 장관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지만, 실제 이통3사는 과기정통부에 영업비밀을 이유로 자료를 제출하지 않거나, 논의 테이블에 나서지 않고 있다. 정치권에선 과기정통부가 이통3사에 대한 ‘통제권을 잃은 것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12일 업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과기정통부는 이통3사별로 소비자가 매월 사용하고 남은 5G 데이터 현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우상호 의원실 관계자는 “과기정통부에 요청했더니 ‘이통3사가 영업비밀로 내기 어렵다’고 했다”면서 “요금제별로 주기 어려우면 남는 데이터 전체를 달라고 했지만, 그것도 안 주고 있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남는 데이터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파악을 하지 못했다”면서 “데이터 이월제에 대해선 사업자의 의견을 듣고 협의 중인 단계”라고 설명했다.
 
지난 10월 20일 과방위 국정감사에서 우 의원은 과기정통부를 상대로 ‘데이터 이월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우 의원은 “이통3사의 영업이익이 계속 늘어나는 것은 잘못 설계된 요금제 때문”이라며 “데이터 요금을 상당히 비싸게 받기 때문에 이렇게 영업이익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비자가 데이터를 다 쓰지 않고도 요금을 그대로 모두 지불하는 구조는 이통3사의 배만 불려주는 것이란 얘기다.

현재 5G 이용자의 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25GB다. 그러나 15GB부터 100GB 사이의 요금제는 전무한 상황이다. 예컨대 25GB를 사용하는 사람은 약 8만5000원 이상의 무제한 요금제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또 10GB 요금제를 사용하는 고객이 한 달에 5GB밖에 사용하지 못하더라도 남는 5GB는 이월되지 않고 사라진다.
 
지난 10월 국감 이후 데이터 이월제에 대한 과기정통부와 이통3사 간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이통3사가 데이터 이월에 기본적으로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이통3사 중 한 곳이 ‘현재 요금제가 음성·문자·데이터에 대해 소비자와 약정을 하고 계약을 맺는 구조인 상황에서 데이터 이월까지 더해지면 요금 인상을 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을 냈다고 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데이터 이월제를 도입하면 기존 무제한 요금제를 사용하는 소비자와 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 의원실 관계자는 “과연 과기정통부가 국민 공공재를 다루는 이통3사를 제대로 관리하고 있는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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