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KT 인터넷망 마비, 강에 오염수 퍼진 셈”

“KT 인터넷망 마비, 강에 오염수 퍼진 셈”

전국·동시 피해, 아현화재와 달라
전문가 “이례적”… 정부 TF 구성

입력 : 2021-11-01 04:06
구현모 KT 대표가 지난 28일 서울 종로구 KT혜화타워 앞에서 지난 25일 발생한 KT의 유·무선 인터넷 장애와 관련해 고개를 숙이고 있다. 이한결 기자

KT 인재로 드러난 지난 25일의 유·무선 통신망 장애는 3년 전 KT 아현국사 화재와 달랐다. ‘전국’에서 ‘동시에’ 피해를 일으켰다. 몇 사람의 실수가 전국 인터넷망을 마비시켰다는 점, 백업 망조차 가동할 수 없는 사고라는 점에서 ‘경험해보지 못한 장애’다. 새로운 방식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된 네트워크 경로설정(라우팅) 오류는 KT 부산국사의 기업망 라우터 교체 작업 중 발생했다. 라우터는 단말기 간 통신이 필요할 때 데이터를 송·수신해주는 역할을 하는 장비다. 라우터와 라우터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국내외 네트워크가 촘촘하게 연결돼 있다. 작업자가 명령어 ‘exit’를 누락하면서 외부 라우터끼리 주고받아야 할 정보를 내부 라우터끼리 주고받는 프로토콜로 잘못 전송된 게 발단이었다.

문제는 KT 네트워크의 내부 라우터를 연결하는 프로토콜이 ‘안전장치’ 없이 전국의 라우터를 하나로 연결하고 있다는 것이다. 부산의 신규 기업용 라우터에서 발생한 오류는 곧장 부산의 지역 백본 라우터를 거쳐 서울의 센터 라우터에까지 전송됐다. 전국 라우터를 연결하는 서울의 센터 라우터에 오류가 생기면서 장애는 확산됐다.

전문가들은 ‘KT 아현국사 화재’가 강의 지류에서 발생한 국지적 문제라면, 이번 사태는 지류에 섞인 오염수가 강의 원줄기까지 흘러 들어가 전체를 오염시킨 걸로 비유한다. 특정 통신사의 네트워크 끝단(엣지망)이 아닌 네트워크 중앙부(코어망)에까지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코어망에 문제가 생기면서 통신사의 이중화된 망으로 백업하거나 다른 통신사 망을 끌어다 쓰는 재난로밍도 불가능했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이례적이라고 판단한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이런 걸 막으려고 정부에서 각 시설에 등급을 매겨 관리하고 있고, 사업자들도 대비책을 겹겹이 마련해둔다”면서 “현재 한 통신사 코어망이 마비됐을 때 다른 통신사가 가입자 정보를 받아 대체할 방법은 없다. 그렇기에 코어망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도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TF팀을 구성해 ‘네트워크 안정성 확보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허성욱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은 지난 29일 브리핑 후 기자회견에서 “(KT 아현국사 화재) 당시에는 물리적·국지적 재난에 어떻게 대응할지 초점이 맞혀져 있었다면, 이번에는 층위가 다른 시스템적 상황이다.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장애가 나타났고, 그에 한발 한발 잘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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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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