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전봇대서 떨어지고 감전되고” 중대재해법 통해 보는 통신 3사

“전봇대서 떨어지고 감전되고” 중대재해법 통해 보는 통신 3사

자회사 통해 정규직 전환했지만 ‘어쨌든 다른 회사’

이인애 기자 | 92inae@newsprime.co.kr | 2021.07.07 11:59:30

[프라임경제] 최근 5년간 감전·추락사한 통신 3사 설치기사는 모두 9명에 달한다. 통신사들 모두 자회사나 계열사에 설치 업무를 위탁하는 식으로 외주를 맡기고 있다. 내년 1월 중대재해법 시행 예고에도 구조적 해결을 위한 움직임은 확인하기 어렵다
2016년 7월부터 현재까지 통신 3사 인터넷·전화 등 설치 업무 중 감전이나 추락해 사망한 노동자는 △SK텔레콤(017670) 1명 △KT(030200) 7명 △LG유플러스(032640) 1명으로 집계됐다. 이들 모두 본사 소속이 아닌 자회사나 계열사 소속이거나 이들이 다시 외주를 맡긴 재하청 업체 직원들이다.
SK텔레콤은 초고속인터넷사업 등을 진행하는 SK브로드밴드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2016년 9월 SK브로드밴드 인터넷 설치기사가 빗속에서 전신주 작업을 하다 추락사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KT대구경북광역본부에서 울릉도 통신 기지국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3사 가운데 가장 많은 산재 사망자가 발생한 KT도 자회사 KT서비스를 통해 인터넷·전화 등 설치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KT에서는 △2017년 2명 △2018년 3명 △2019년 1명 △2020년 1명의 설치기사들이 작업 중 목숨을 잃었다. 특히 2019년 사망한 설치기사는 KT서비스가 재하청을 준 협력업체 하이큐넷 소속이었다.
LG유플러스가 자회사로 둔 유플러스 홈서비스센터에서도 2019년 7월 인터넷 설치를 하던 노동자가 추락해 숨졌다.
◆자회사 통해 정규직 고용…실효성 ‘글쎄’
사고 이후 SK브로드밴드는 2017년 약 5200명의 하청업체 직원들을 자회사 홈앤서비스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KT도 2015년 CS조직을 자회사인 KT서비스 정규직으로, LG유플러스는 비정규직 설치기사 등 1000명을 자회사 유플러스 홈서비스 정규직으로 채용했다.
다만 정규직이라도 자회사 소속이면 엄연한 분리법인이기 때문에 외주가 아니라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고용 주체가 명확해진 영향인지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에서는 이후 중대재해로 인한 사망사고가 재발되진 않았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통신 3사 모두 사고 예방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KT도 직고용 이전보다는 빈도가 줄긴 했으나 설치기사 사망사고는 간간히 발생하고 있다. 이는 KT가 의무제공사업자로서 취약계층이나 도서산간 지역에도 서비스를 해야 할 의무가 있는 기업이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공중·유선전화나 도서·산간지방 인터넷 망 관리 등 수익성이 좋지 않은 사업도 하지 않을 권리가 없다. 2002년 민영화됐으나 여전히 전기통신기본법 상 국가기간통신망 사업자의 역할을 준수해야 하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도심을 벗어나거나 노후된 건물에 인터넷 등을 설치하려고 할 때 타 통신사는 불가해도 KT는 가능한 경우가 많은 것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처럼 관리해야 하는 망과 열악한 환경에서 작업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KT 설치기사들의 사고가 월등히 많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설치기사 사망 사고가 지속되는 것은 합리화가 불가능한 부분이다.
◆통신 3사에 ‘1년 이상 징역’ 중대재해법 적용하면?
내년 1월 안전사고로 노동자 사망 시 사업주 처벌을 강화한다는 내용의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 시행 소식이 전해지면서 기업들의 노동자 사고 이력이 재조명되고 있다.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이달 1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중대재해법 개정안이 통과됐다는 전제로 구의역 김군 사건의 모의재판을 진행했다.

1일 오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구의역 김군 산재시민법정’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재판장 역할은 박시환 전 대법관이 맡았다. 박 전 대법관은 이날 모의재판에서 원청업체에 벌금 15억원, 원청 대표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과 벌금 1억원을 선고했다. 하청업체에는 벌금 8억원, 하청 대표에는 징역 1년과 벌금 5000만원의 실형을 내렸다. 법안에 따르면 사업주 처벌이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으로 상향 조정됐다.
실제 재판에서는 하청 대표에게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원청 대표에는 벌금 1000만원, 원청업체는 공소기각 판결이 내려져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일었던 바 있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에 의하면 2인 1조가 아닌 단독으로 작업 중 다치게 되면 중대재해에 포함되지 않는다. 다만 이번 모의법정에서 구의역 사건은 원청이 인력 충원을 해주지 않아 2인 1조 작업이 불가능한 상황이었음이 인정됐다.
2019년 KT서비스 협력업체 하이큐넷 소속 설치기사 사망 사고도 단독 작업 중 발생했다. 인적이 드문 지역이라 목격자도 없었다. 중대재해법을 적용해 재조사한다면 원청인 KT서비스가 인력 충원을 제대로 해줬는지 등을 따져볼 수 있다.
중대재해법을 적용해 통신 3사의 중대재해 사건을 되돌아보면 원청은 이들 자회사 홈앤서비스·KT 서비스·유플러스 홈서비스가 된다. 중대재해 발생 시 책임소재가 원청인 자회사들이 될 수 있다.
다만 모회사와 자회사가 서로 독립된 법인이긴 하지만 실제 별개의 사업장으로 보기 위해서는 자회사가 모회사로부터 독립적인 경영을 해왔다는 증거를 입증해야 한다.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는 자회사들의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독립 회사로 인정되지 않을 확률이 높다.
반면 KT는 KT서비스 북부와 남부 각각 67.3%·76.4% 지분을 가지고 있다. 중대재해 발생 시 실질적 독립 법인으로 여겨지려면 별도 심사가 필요하다. 자회사들이 ‘약간의’ 독립성을 띄고 있어 책임소재가 KT까지 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KT 관계자는 “아직 중대재해법 시행 관련 회사 내부에서 준비 중인 사안은 없다”며 “기존처럼 사고 예방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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