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KT, 사무실 이전 요청 직원에 ‘정직 6개월’…“KT 부당징계 도 넘었다”

KT, 사무실 이전 요청 직원에 ‘정직 6개월’…“KT 부당징계 도 넘었다”

 

  • 입력2020-07-23 17:58
  • 수정2020-07-23 17:57

 

2020062101010015671

[스포츠서울 김민규기자]KT가 건물이 낙후돼 누수·곰팡이·악취 등이 가득한 사무실에서 6년째 근무 중이라고 호소한 직원들에게 사무실 이전이 아닌 중징계를 내릴 것으로 알려져 부당징계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선 KT가 현 정부의 핵심 국정기조인 ‘노동존중 사회’에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특히 이들에 대한 중징계는 과거 강제 명예퇴직을 거부한 직원들에 대한 지속적인 ‘직장 내 괴롭힘’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스포츠서울은 지난 5월 28일 경기도 의정부시에 위치한 ‘KT경기중앙빌딩’ 현장을 찾아 KT 경기지원 1팀 직원 6명이 누수로 인한 곰팡이·악취가 가득한 사무실에서 6년째 근무하며 건강악화를 호소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당시 현장을 안내해 준 업무지원단 경기지원 1팀 소속 직원 2명에 대해 KT가 중징계를 내리는 것으로 밝혀졌다.

KakaoTalk_20200721_170605796_01

KT가 오석훈 과장에게 내린 징계의결 요구서.

◇ KT, 현장 안내 직원 2명에 각각 정직 6개월·3개월 중징계
KT는 오는 27일 오후 3시 KT광화문 East 사옥에서 인사위원회를 열고 당시 현장을 안내해 준 오석훈(58) 과장과 채명원(54) 차장에게 각각 정직 6개월, 정직 3개월의 중징계를 의결할 것으로 파악됐다.

오 과장의 징계사유는 2020년 1월부터 5월 28일까지 KT경기중앙빌딩 사옥관리를 담당하는 협력회사의 경비원과 미화원에 대한 상습적인 폭언, 인격모독, 비하발언과 사옥관리를 총괄하는 관리소장에 대한 비하발언 등의 갑질행위를 해 정신적인 고통과 스트레스를 줬다는 것이다. 또 사옥 현관문, 시설물 등을 발로 걷어차고 공용물품 편취, 개인의 폐품을 사옥 분리수거장에 고의로 투기하는 등의 행위라고 명시했다.

이에 대해 오 과장은 “곰팡이·악취로 비염을 수년째 앓고 있다. 화장실에 있는 휴지를 떼서 업무차량에 가져온 것을 두고 공용물품 편취라고 한다. 또한 업무를 하며 마신 음료병 등을 분리수거장에 버린 것을 개인의 폐품을 버렸다고 정직 6개월의 징계를 내린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또 사옥관리 담당 협력회사 직원에 대한 폭언, 인격모독 발언에 대해 오 과장은 “그런 사실이 없다. 우린 현장에 나가서 모뎀회수 업무를 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현장에서 보낸다. 무엇을 근거로 이런 주장을 하는지 의문”이라고 답했다.

‘정직 3개월’의 중징계에 오른 채 차장의 징계사유는 5월 28일 사옥관리를 담당하는 협력회사의 사옥 관리소장에게 인격을 모독하는 폭언, 비하발언을 하는 등의 갑질행위를 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징계사유에 대해 KT 측은 “절차가 진행 중이어서 당장 답변을 주기 어렵다”고 밝혔다.

KakaoTalk_20200721_170605796_02

KT가 채명원 차장에게 내린 징계의결 요구서.

◇ 석연치 않은 징계사유
KT가 밝힌 오 과장과 채 차장의 징계사유에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 시점이 5월 28일이라는 점이다. 오 과장이 폭언과 비하발언을 했다는 시기는 올해 1월 1일부터 5월 28일까지며 채 차장이 폭언했다는 날은 5월 28일 단 하루다. 5월 28일은 스포츠서울이 KT경기중앙빌딩 현장을 방문해 누수로 인한 곰팡이·악취를 취재한 날이며 채 차장이 폭언을 했다는 당시 현장에 기자도 함께 있었다.

기자가 현장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11시경이다. 먼저 채 차장과 만나 누수·곰팡이 현장을 보러 건물 내부로 들어갔다. 이때까지만 해도 사옥관리를 총괄하는 관리소장의 제재는 없었다. 1차로 현장 사진촬영을 하고 내려와 오 과장을 만났다. 기자는 동영상 촬영을 위해 2차로 건물 내부에 들어갔다. 현장 동영상 촬영을 끝내고 내려오는 도중 현장소장이 찾아와 출입명부 작성을 요구했고 그에 응했다. 그러는 사이 채 차장과 현장소장 간에 실랑이가 벌어졌고 두 사람 모두 언성이 높아지며 말다툼이 있었다, 그러나 채 차장이 일방적으로 폭언을 하지는 않았다. 언성이 높았을 뿐 욕설이나 폭언은 상호 간에 없었다.

만약 채 차장의 징계사유가 5월 28일 관리소장에게 폭언을 했다는 것이라면 당시 관리소장은 폭언 뿐만 아니라 처음 건물내부에 들어갔을 때 기자를 제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상 직무유기에 해당할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만약 폭언, 비하발언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정직 6개월은 과한 징계로 보인다. 특히 사규 등에 입각해 정당한 사유를 들어 징계하는 것이 아니라면 노동법에 위배되는 부당행위라 할 수 있다”며 “최근 KT 내부에서 노사 관련 문제가 많은 것으로 아는데 시민사회 등을 통해 공론화가 필요한 사안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 법조계 “KT의 업무지원단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 연장선”
이번 중징계를 두고 법조계는 KT가 과거 강제 명예퇴직을 거부한 직원들에 대한 지속적인 ‘직장 내 괴롭힘’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오 과장과 채 차장은 KT 업무지원단 소속이다. KT 업무지원단은 지난 2014년 KT가 8304명의 직원을 구조조정하면서 이를 거부한 직원들을 따로 모아놓은 조직이다. 그동안 KT 내부에서 이들에 대한 폭언, 차별, 집단 괴롭힘 등과 비인격적인 차별대우가 있었다는 증언이 수차례 제기됐는데 KT경기중앙빌딩의 낙후된 환경은 KT가 여전히 이들에 대한 차별적 행위를 자행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법률사무소 엘앤에스의 류문호 변호사는 “KT가 근로기준법 제5조(근로조건의 준수), 제6조(균등한 처우)를 위반한 소지가 있어 보인다. 근로기준법 제76조(안전과 보건)에 따르면 근로자의 안전과 보건에 관해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르는데 이를 잘 지켰는지 여부도 따져볼 수 있다”면서 “순전히 개인의 사적인 이익이나 목적으로 언론에 제보하면 징계사유가 될 수 있지만 전반적으로 보면 근무하는 직원들 전체에 대한 공익제보를 한 것이기 때문에 징계사유가 될 수 없다. KT가 만약 정당한 이유 없이 징계를 내린다면 제23조(해고 등의 제한)와 제28조(부당해고 등의 구제신청)에 따라 해당 직원들은 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KT가 그동안 업무지원단 소속 직원에 대해 차별적 대우를 한 것은 근로기준법 제76조의 2(직장 내 괴롭힘의 금지) 위반으로 해당 직원들이 역으로 고소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에 대해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예전부터 부당한 노동권침해 및 탄압식 노무관리로 큰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KT가 그 일로 인한 피해자들이 공익제보를 했다고 또다시 징계를 남용하는 것은 전혀 국민기업답지 않은 처사로 노동존중의 시대에도 역행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KT는 즉시 징계를 철회하고 노동자들과 대화를 통해 오히려 업무환경을 개선해야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kmg@sportsseoul.com

원문보기:
http://www.sportsseoul.com/news/read/939642?utm_source=dable#csidx7e78484d2d70acf91b4edcf6fdbb981




언론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