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승호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 대표 |
지난달 23일 ‘세계경제대공황이 다가온다’는 제목으로 칼럼을 쓴 지 2주일 만에 또 경제위기에 대해 쓴다. 이 칼럼난을 통해 2018년 8월 이후 도합 다섯 차례나 경제위기가 다가온다고 썼는데, 마침내 그것이 현실이 돼 숨가쁘게 진행되고 있다.
대다수 부르주아 언론인과 전문가들은 여전히 이 경제위기를 코로나19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 가운데 일부 양심적인 인사들은 이 경제위기가 코로나19와 무관하게 다가오고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김광현 동아일보 논설위원은 3월26일자에서 ‘예고된, 그러나 예상하지 못한 경제위기’라는 제목의 글을 썼다. JP모건이 2018년 9월에 “다음번 금융위기는 2020년에 찾아올 것이다. 미국의 주가는 20% 떨어지고 석유를 비롯한 에너지 가격은 35% 떨어질 것이다”고 전망했음을 상기시켰다. 한설 순천대 교수(예비역 육군 준장)는 경향신문 3월23일자 ‘경제위기 뒤의 미·중패권‘이라는 글에서 “심층적인 분석과 통찰이 요구된다. 이번 위기의 본질은 코로나19 뒤에 숨어 있는 미국과 자본주의의 총체적인 시스템 고장일지도 모른다. 코로나19와 별개로 경제위기는 장기화할 가능성이 많다”고 썼다.
이번 경제위기가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 지가 이제 화두가 되고 있다. 벤 버냉키 전 미연방준비은행(Fed) 의장은 V자형 회복을 전망했고, 제임스 블러드 미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U자형 회복을 예측했다. 버냉키는 금융자본의 대변자답게 금융자본의 희망을 얘기했다. 그는 이 경제위기에 대해 “코로나19로 인한 충격은 대공황보다는 눈사태 같은 자연재해에 가깝다”고 했다. 블러드 또한 마찬가지다. “상어 같은 코로나19가 사라져야만 경제활동이 재개된다”고 하면서, 백신·치료제 개발이 이뤄지면 경기가 되살아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런 낙관론자들은 죄다 거짓말쟁이들이다. 그들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V자형이니 U자형이니 하며 가까운 시일 안에 경기가 회복될 거라며 대중을 속였다. 그런 속임수로 천문학적인 돈을 자본가들에게 퍼주도록 했다. 그러나 10년이 지나도록 회복은 없었고 자본주의 경제, 무엇보다 선진자본주의 경제가 재차 추락하고 있다.
이들과 달리 ‘닥터 둠’(doctor doom)으로 불리는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는 “대공황이 아닌 대대공황(the Greater Depression)으로 우리 경제가 향할 요건이 갖춰지고 있다고 본다”며 “V자나 U자형 회복은 기대하지도 마라. L자형도 아닌, I자형 급전직하가 닥치고 있다”고 전망했다. 그의 비관론이 사실적이다. 금융자본 대변자들과 달리 다가오던 경제대공황에 코로나19가 겹쳐서 1930년대 대공황보다 더 크고 심각한 대공황이 닥쳐오고 있음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의 예측을 조금 수정하자면, 경제규모가 급격히 축소되는 공황(Crisis)이 급전직하하는 I자형 대공황을 이룰 가능성이 많을 뿐 아니라, 그 대공황 이후 축소된 경제규모가 지속되는 대불황은 L자형으로 장기화할 것이다. 태평양전쟁이 발발하던 1941년까지 10년 이상 계속됐던 1930년대 대불황보다 더 장기적일 가능성이 많다. 일본처럼 30년 넘게 지속될 수도 있다. 벌써 일본화(Japanization)라는 말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시각을 바꿔 말하자면 자본주의 생산양식이 사회주의 생산양식으로 대체되기까지 계속될 것이다. 이 경우 그 지속시간은 10년보다 짧을 수도 있고 30년보다 길 수도 있다. 세계노동계급의 혁명운동이 그 시간을 결정할 것이다.
이런 생산양식 교체와 별개로 이 세계경제대공황에 따라 세계질서에 커다란 격변이 도래할 것이다. 1930년대 대공황 당시에도 그랬듯이 자본주의 각국은 보호무역주의로 나아가면서 2차 세계대전 이후 만들어진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GATT)·국제통화기금(IMF)·국제부흥개발은행(IBRD) 같은 브레튼우즈 체제에서 이탈할 것이다. 그 대신 자본주의 나라들은 민족국가별로 각자도생을 꾀하면서 블록을 이뤄 대응할 것이다. 현 국제정치·경제상황으로 볼 때 중국·러시아를 중심으로 하는 후발 자본주의 블록과 미국을 정점으로 하는 선발자본주의 블록이 각축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미 제국주의의 유일패권은 퇴조할 것이다. 2018년 금융위기 이후 무너지던 경제적 우위가 더욱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경제패권이 퇴조하는 상태에서 폭력의 우월성만 내세우는 미국은 더 이상 세계의 지도자로 군림할 수 없을 것이다. 동시에 ‘선진국 유럽’ ‘후진국 동양’이라는 틀도 깨져 나갈 것이다. 이 대공황은 중국이 아니라 이른바 선진자본주의 권역에서 폭발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유럽은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대처에서 보듯이 사회·정치적으로도 더 이상 본받아야 할 모델이 되지 못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각 자본주의 나라 내부의 정치 또한 급격한 변화를 겪을 것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서구 자본주의 나라에서는 중도좌파와 중도우파의 분점이 지속돼 왔다. 그러나 2008년 미국발 경제위기 이후 이 패러다임은 해체돼 왔다. 특히 중도좌파 사회민주주의 세력이 빠르게 퇴조하는 반면에 극우파 파쇼세력이 빠르게 진출하고 있다. 이는 자본주의 경제위기하에서 자본주의를 전제로 하는 사회민주주의 정치가 노동대중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해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경향은 경제대공황이 현실화되면 더욱 확실해질 것이다. 이런 경향은 후발 자본주의 세계에서도 관철될 것이다. 그래서 사회는 파시즘이냐 사회주의냐, 야만이냐 혁명이냐 하는 기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개량·개혁주의 대신 대중의 의식·행동을 급진화하는 사회변혁·혁명주의 노동운동이 주된 흐름이 될 것이다.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 대표 (seung7427@daum.net)
김승호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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