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노동뉴스] 세계경제 위기와 한국 경제

세계경제 위기와 한국 경제

  • 김승호
  • 승인 2019.10.07 08:00

▲ 김승호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 대표

‘경제위기’를 주제로 세 번째 칼럼을 쓴다. 세계 자본주의 경제가 위험에 처했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얘기가 아니다. 자본계급과 그들의 언론에서만 이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을 뿐이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는 불황의 늪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이 늪에서 탈출하고자 제로금리와 천문학적 규모의 양적완화, 감세와 재정적자 등 비상수단을 강구했다. 이에 힘입어 불황에서 헤어나 회복되는 듯했다. 언론은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고, 호황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이렇게 2017~2018년 잠시 경기가 회복되는 듯한 조짐을 보이자 자본은 긴축을 실시했다. 이자율을 올리고 양적완화를 중지하고 방출된 자금을 회수했다. 그러자 2019년이 되면서 곧바로 경기후퇴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국제통화기금(IMF)·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같은 국제경제기구들은 일제히 각국 경제성장 전망치를 크게 내렸다. 자본주의 세계경제는 다시 2008년 공황에 비견되는 공황을 향해 미끄러져 내려가고 있다.

이렇게 되자 자본은 금리를 다시 낮추고 있다. 회복을 넘어 호황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자랑하던 미국도 금리인하를 실시했다. 미국에서는 2015년 말 이후 계속 올리던 금리를 2019년 7월부터 내리기 시작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9월에 금리를 2.0%에서 1.75%로 0.25% 인하했다. 지난 7월 10년7개월 만에 금리를 내린 데 이어 두 달 만에 다시 인하한 것이다. 미국은 경기침체 우려가 높아지면서 추가로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연합(EU)은 마이너스 금리를 더 낮추고 양적완화 재개를 예고했다. EU는 2014년 마이너스 금리에 진입했는데, 현재 기준금리는 0%고 예치금리는 -0.5%다. 유럽중앙은행은 지난달 12일 경기하강에 대비하기 위해 예금금리를 -0.4%에서 -0.5%로 인하했다. 유럽중앙은행은 또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2%에 충분히 가깝게 접근할 때까지 현재 수준 또는 더 낮은 수준의 금리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혀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내비쳤다. 유럽중앙은행은 아울러 11월1일부터 월 200억유로 수준의 순자산매입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유럽중앙은행은 유로존이 경기침체를 겪자 2015년 3월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시작했으며 지난해 말 이 양적완화 프로그램을 종료했다. 그런데 만 1년이 되지 않아 양적완화를 재개하기로 한 것이다.

일본의 기준금리는 -0.10%고 예치금리는 -0.21%다. 30년 가까이 제로금리를 겪었던 일본은 2016년 파격적으로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했다. 일본은 최근 기준금리를 -0.1%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으나 금융완화 정책은 계속하며, 필요시 추가 금융완화를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추가 금융완화 방안으로 일본은행이 2016년 도입한 마이너스 금리를 확대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그 밖에 마이너스 금리를 택한 국가 현황을 살펴보면 이렇다. 스웨덴은 복지국가로 널리 알려져 있는 나라다. 스웨덴 중앙은행은 2009년 일시적으로 제로금리를 도입했다가 거둬들였고, 2014년 다시 제로금리로 돌아갔다. 현재 스웨덴은 제로금리를 넘어 마이너스 금리를 실시하고 있다. 기준금리는 -0.25%고 예치금리는 -1%다. 덴마크는 2012년에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는데, 기준금리는 0.05%고 예치금리는 -0.65%다. 스위스는 2014년에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는데, 현재 기준금리는 -0.75%고 예치금리는 -0.33%다.

자본주의 경제는 돈이 돈을 버는 것을 원리로 한다. 마르크스식으로 얘기하면 자본은 자기증식하는 가치다. 자본의 운동은 돈으로 시작해서 돈으로 되돌아오는데 그냥 원금 그대로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추가 화폐가 덧붙여져서, 즉 가치가 증식돼 되돌아온다. 생산자본은 ‘화폐→상품→생산→상품→화폐+추가화폐’ 순서로 순환한다. 금융자본은 ‘화폐→화폐+추가화폐’의 간단한 형태로 순환한다. 어느 경우든 추가화폐를 얻지 못하면 그 순환은 실패한 순환이 된다. 왜냐하면 이렇게 투하된 화폐가 증식해 돌아오지 못하고 감소돼 돌아오면 화폐는 한 번 순환할 때마다 그 액수가 적어지며 궁극적으로는 자신을 모두 잠식하게 된다. 그것은 자본의 자동 소멸이다. 이런 일이 지금 자본주의 생산양식에, 그것도 선진자본주의라는 일본과 유럽에서 일어나고 있다. 게다가 이런 마이너스 금리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마이너스 금리를 택할 날도 머지않았다.

이번에 2008년 미국발 금융공황에 이은 2차 경제공황, 불황 속의 공황이 예상되고 있다. 어떤 외국 경제전문가는 다가오는 경제위기에 대해 그 특징이 “모두가 그것이 올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위기”라고 표현했다. 약한 고리인 한국 경제는 이미 디플레이션 상황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0.4% 하락했다. 8월에는 -0.04%였다. 이런 마이너스 물가는 1965년 물가통계 작성 이래 처음이다.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S&P는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0%에서 1.8%로 내렸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이 왔을 때 취할 수 있는 수단 가운데 하나로 마이너스 금리 확대를 언급하고 있다. 한국은행도 지난 7월 기준금리를 1.75%에서 1.5%로 인하했고 추가 금리인하를 검토하고 있다.

이렇게 금리가 인하되고 마이너스 금리가 확산될 경우 배당·임대료·이자 등의 불로소득을 수취하는 자본가계급 가운데 먼저 금리생활자들이 안락사하게 될 것이다. 그다음 안락사할 계급은 주식소유자들일 것이고, 그다음은 임대업자일 것이다. 이렇게 돈이 돈을 벌지 못하게 되면 자본주의는 더 이상 자본주의라고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자본주의 착취양식의 조종이 울릴 것이다.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 대표 (seung7427@daum.net)

김승호  labortoday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언론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