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뉴스분석] 황창규 “KT회장 공모 절차 이달 시작” 느닷없이 꺼낸 까닭
작성자: 최종관리자 | 조회: 178회 | 작성: 2019년 4월 15일 11:08 오전[뉴스분석] 황창규 “KT회장 공모 절차 이달 시작” 느닷없이 꺼낸 까닭
KT가 지난 12일 느닷없이 ‘차기 회장 선임 프로세스 개시’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선임 절차를 시작했다. 지금까지 KT가 4월에 차기 회장 공모 계획을 밝힌 적은 없다. 관례대로라면 7개월 뒤에나 시작될 일을 앞당긴 것이다.
17일 청문회서 퇴진 목소리 차단
최측근 통해 후임 인선에 영향력
‘KT에 낙하산 그만’ 공론화 노린 듯
이례적으로 차기 회장 선임이 일찍 시작된 이유는 무엇일까. KT 내부를 잘 아는 복수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4월 차기 회장 공모 시작’에는 최근 입지가 흔들리는 황창규 회장의 3가지 승부수가 들어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퇴진 요구 차단 효과다. 황 회장은 오는 17일 청문회 출석을 앞두고 있다. 아현 화재와 관련한 이 청문회를 KT 새노조와 일부 시민단체들은 잔뜩 벼르고 있다. 이들은 청문회를 계기로 ‘황창규 퇴진’ 목소리를 높일 계획이다. KT 고위 임원 출신인 A씨는 “후임 공모 절차를 일찍 공개하면서 청문회에서 ‘황창규 거취’ 이슈는 약해지고 후임자 인선 절차와 후보군이 더 주목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내년 3월까지 임기를 완수하기 위해 차기 회장 이슈를 띄운 것”이라고 분석했다.
둘째는 후계자를 노골적으로 밀지 않으면서도 차기 회장 선정에 대한 영향력 강화를 노렸다는 해석이다. 정관에 따르면 KT 차기 회장 후보 선정의 열쇠(Key)는 이사회 내 ‘지배구조위원회’가 쥐고 있다. 지배구조위가 사내외에서 적합한 후보군을 찾고 공모 절차도 진행한다. 지배구조위는 사외이사 4명과 사내이사 1명으로 구성된다. 사외이사 중 한명이 위원장을 맡았지만 유일한 사내이사의 발언권이 셀 수 밖에 없다. 이 사내이사가 바로 ‘황의 복심’으로 불리는 김인회 경영기획부문장(사장)이다. 그간 KT 안팎에서는 황 회장이 “차기 후보에 내부 인사도 포함돼야 한다”고 언급할 때마다 김 사장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정관 상 지배구조위원도 후보가 될 수는 있다. 다만 후보 결정 표결에는 참여하지 못한다. 그러나 KT는 12일 보도자료에서 김 사장을 후보에서 제외한다고 명시했다. 현재 사내외 후보군 중 사내 후보로는 구현모 커스터머&미디어 부문장, 오성목 네트워크부문장, 이동면 미래플랫폼사업부문장 등이 거론된다.
이런 구조 때문에 차기 회장 자리에 영향을 끼치고 싶으면 황 회장과 소통을 강화하지 않을 수 없다. A씨는 “지난해 KT가 CEO 선임 절차 관련 정관을 바꿨는데, 핵심은 황 회장이 ‘킹메이커’ 역할을 할 수 있게 한 것”이라며 “(황 회장으로서는 차기 선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퇴임해야 지금의 이석채 전 회장과는 다르게 퇴임 후 각종 외풍에 덜 시달릴 것으로 판단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차기 회장 조기 공론화로 ‘낙하산 차단’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KT 새노조와 시민단체 등은 ‘황의 후임부터 더 이상 낙하산 인사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관례대로 11월에 공모 절차를 시작하면 ‘민영화한 KT에 낙하산 회장을 앉히는 게 옳으냐’는 문제를 공론화할 시간이 부족하다. 4월에 차기 선정 절차를 시작하면서 KT 내부 직원들이 가장 관심 있어 하는 낙하산 근절을 이슈화할 시간이 확보된 셈이다. KT 관계자는 “낙하산 논쟁이 커질수록 ‘킹메이커’ 역할을 할 수 있는 황 회장의 입지가 강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뉴스분석] 황창규 “KT회장 공모 절차 이달 시작” 느닷없이 꺼낸 까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