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해고·부당노동행위 최종 확정
대법원이 삼성그룹의 전반적인 노동조합 탄압 전략을 담은 ‘에스(S)그룹 노사전략’ 문건의 실체를 인정하는 최종 판단을 내놨다. 해고까지 강행하며 노조 설립을 막았던 삼성의 잘못된 관행에 제동이 걸렸다.대법원 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29일 삼성에버랜드(현 삼성물산)에서 일하다 해고된 조장희(44) 금속노조 경기지부 삼성지회 부지회장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 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한 원심을 확정했다. 특히 대법원은 노조 설립을 막기 위해 조 부지회장을 해고하는 내용 등이 담긴 ‘에스그룹 노사전략’ 문건을 삼성이 작성했다고 본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인정했다. 삼성에버랜드 직원이었던 조 부지회장은 지난 2011년 7월13일 삼성노조 설립에 참여했다 같은 해 7월18일 해고 징계를 받았다. 조 부지회장은 노조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해고된 것은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며 구제신청을 했으나 경기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는 “징계는 정당하다”고 판정했다.그러나 2013년 10월 폭로된 ‘에스그룹 노사전략 문건’으로 조 부지부장의 주장이 확인됐다. 2012년 1월 작성된 이 문건에는 삼성에버랜드 노조의 설립 상황과 친사노조 설립 방안, 주동자 즉시 해고, 노조는 주동자 징계 회피를 위한 방탄노조라고 반박하는 언론대응, 문제인력의 밀착 관리 등의 내용이 담겨있었다. 조 부지회장은 이 문건을 법원에 주요 증거로 제출했고, 1, 2심 재판부와 대법원은 한결같이 문건의 존재를 인정하며 노조 설립을 이유로 한 부당한 해고라고 판결했다.1심은 2014년 1월 “징계 등 노조 설립에 관하여 진행된 사실관계가 문건 내용과 일치한다”며 “위 문건은 삼성그룹에 의해 작성된 사실이 추인된다”고 밝혔다. 2심도 2015년 6월 “정당한 노조활동까지 개입해야 한다는 공격적이고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며 “문건에 의하면 삼성노조의 활동을 방해하기 위하여 해고한 것으로 되어있는 등 참가인은 삼성그룹 자체의 대응전략을 기초로 노조 설립에 대비하여 구체적이고 조직적인 대책을 수립하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조 부지회장은 이날 선고 뒤 “3년을 준비해서 노동조합을 만들었다가 해고돼 6년을 버텼다. 삼성은 해고를 통해 노조활동은 안 된다는 것을 보여주려 했지만 복직으로 반박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그러나 ‘에스그룹 노사전략’ 문건을 작성한 삼성은 형사처벌은 피해갔다. 지난 2015년 1월 조 부지회장 등의 고소·고발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 김병현)는 “문건을 삼성이 작성했다는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등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했다. 검사의 불기소 처분을 재검토해달라는 재정신청을 받은 서울고법도 같은 해 12월 “유죄의 형사책임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기각했다.한편 대법원은 이날 노조활동으로 정직 등의 처분을 받은 노조 간부 2명의 부당 징계와 삼성에버랜드의 노조 유인물 배포를 방해한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한 원심 2건도 모두 확정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법원 판결을 존중한다”면서도 “에스그룹 노사전략 문건은 우리와 관계없는 문건이다”라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