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차은택, KT에 지인 입사시켜 광고 따낸 정황

[중앙일보] 입력 2016.11.05 01:22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이 KT의 이모 전무를 앞세워 노골적으로 KT 광고 일감을 받은 정황이 속속 확인되고 있다.

광고 집행 본부장 맡은 이모 전무
올 24건 중 5건 차씨 회사에 맡겨
KT 측 “금액은 8%, 몰아주기 없었다”

KT 관계자는 4일 “지난해 7월 이 전무가 ‘대한민국 통신 130주년 기념 행사’ 준비팀에 찾아와 ‘그 행사를 진행할 외부 업체는 정해져 있으니 신경 쓰지 말라’고 해 실무진이 의아하게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후 이 행사는 디자인랩어소시에이츠라는 회사에 돌아갔고 디자인랩은 일감 일부를 최순실·차은택씨가 반반씩 지분을 보유한 존앤룩C&C에 맡겼다.

이 관계자는 “이 전무는 지난해 초 산하에 조직도 없는 상태에서 입사한 뒤 통신 130주년 행사가 끝난 다음달인 10월 본부장으로 발령 났다”고 말했다. KT는 매년 12월 말~1월 초 인사를 한다. 인사철도 아닌데 이 전무만 단독 인사가 나 요직을 꿰찬 것이다. 이 전무가 맡은 부문은 연 500억~600억원의 광고예산을 집행해 KT 내에서 ‘알짜 부서’로 불린다. 이 전무의 전임자였던 박모 전무는 자회사 KTH로 발령이 났으나 사표를 냈다.

이 전무가 본부장을 맡은 뒤 차씨 관련 회사에 KT 일감이 본격적으로 몰렸다. KT는 광고대행업체로 줄곧 제일기획·오래와새·KT문화재단 세 곳 중 한 곳을 선정해 왔다. 그러나 이 전무가 들어오면서 차씨가 실소유주로 알려진 인터플레이그라운드가 포함됐다. 인터플레이그라운드는 올 들어서만 KT 광고 24건 가운데 5건을 수주했다.

KT 측은 일감 몰아주기는 없었다고 해명한다. KT 관계자는 “금액 기준으로 인터플레이그라운드의 수주액은 8%가량에 불과하다. 오히려 제일기획 물량이 지난해 68%에서 올해 72%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KT 측은 인터플레이그라운드가 갑자가 광고대행사에 포함된 이유와 8%라 해도 수십억원에 달하는 수주를 받은 이유는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제일기획이나 오래와새가 수주한 물량도 제작은 아프리카픽쳐스에 6건이 맡겨졌다. 아프리카픽쳐스는 광고제작 전문업체인데 이 회사 소유주 역시 차씨다. 차씨와 이 전무의 인연은 2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영상제작업체 영상인에서 이 전무는 기획실장으로, 차씨는 아랫사람으로 함께 근무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회장이 바뀔 때마다 외부 사람들이 요직을 장악하는 게 KT의 숙명이지만 지인을 앉혀 놓고 노골적으로 KT 돈을 주무른 전례는 없었다”고 말했다. KT는 미르재단에 11억원, K스포츠재단에 7억원의 출연금을 냈다.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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