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황창규 KT 회장 ⓒ뉴시스 |
최근 KT그룹에서 직원 사망사건이 잇따라 발생해 뒤숭숭한 모습이다. 사측은 다양한 복지제도를 통해 직원 만족도를 향상시키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지난 4월부터 최근까지 단기간 동안 용역 직원을 포함한 5명이 사망해 인력퇴출 후 1인당 과중해진 업무로 인한 '과로사'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KT, 돌연사 증가세 과중한 업무 탓? 31일 KT노동인권센터에 따르면 지난 2014년 1월 황창규 회장이 공식 취임한 이후 KT는 올해 5월 현재까지 총 78명(재직 중 사망자 30명, 퇴직자 사망자 48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중 돌연사 26명, 자살 7명, 각종 암 33명, 기타(사고사 및 질병) 13명이었다. 특히 2014년에 5명에 불과하던 KT직원 돌연사 사망자 수는 2015년에는 13명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고 올해 상반기(5월 30일 기준)에만 8명이 돌연사로 사망했다. 이석채 전 회장(2009년~2013년) 경영 시기 보다 돌연사 비중은 줄었지만, 황 회장 취임 이듬해부터의 비중은 되려 비슷한 수준으로 증가하는 모습이다. 불만닷컴의 취재 과정에서 KT노동인권센터 관계자는 "2014년 4월 8304명이 회사에서 (명예퇴직)퇴출되면서 1인이 담당하는 업무가 늘어나 노동강도가 세지고 스트레스가 늘어났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황 회장 지난 2014년 1월 회장직에 올라 취임 4개월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던 같은 해 4월 KT는 명예퇴직자 8304명을 확정 발표한 바 있다. 3만2000여명에 달했던 전체 직원을 2만3000여명으로 줄이는 사상 최대 규모 명예퇴직이었다. 빈자리를 메꿔야 하는 직원들은 사실상 인원 충원이 없는 상황에서 업무량이 과도할 수밖에 없고 여기서 오는 스트레스가 상당하다는 후문이다. | | | ▲ KT연도별 사망자 현황(2006 ~ 2016년 5월 현재까지) 자료=KT노동인권센터 |
4~5월 직원 5명 사망..용역직원 투신 끊이지 않는 사망사고 실제 올해 4월부터 현재까지 KT에서 근무하는 직원 5명이 사망했다. 최근 KT 계열사에서 투신 자살한 용역 직원을 포함하면 KT와 관련된 6명의 직원이 명을 달리한 셈이다. 지난 28일 대구고객본부 달서지사 영업부 C&R팀 이 모(46)씨는 심장마비로 사망했으며, 그보다 앞선 지난달 16일에는 KT 광주유선운용센터 직원 최 모(36)씨가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같은 달 11일에는 서울 관악구 KT 구로지사 직원 이 모(55)씨가 출근 후 업무 중 쓰러져 병원으로 긴급 호송됐지만, 3일 후 심근경색을 원인으로 숨졌다. 이달 8일에는 KT코퍼레이트릴레이션(CR) 부문 기획실 정책협력팀 소속 임 모씨가 심장마비로 사망했고, 같은 달 12일에는 KT전북고객본부 익산지사 군산 CS컨설팅팀에서 근무하던 조 모씨가 회식자리에 참석했다가 차를 몰고 집으로 가던 중 교각과 충돌해 사망했다. 당시 사고는 음주운전이 아닌 졸음운전에 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KT 계열사에서 경비용역 업무를 보던 A(53)씨는 지난 20일 서울 방배동 소재 KT DS 사옥에서 투신해 사망하기도 했다. 이 직원은 부동산전문회사인 KT에스테이트가 경비용역업체와 계약을 맺어 KT DS건물에서 근로를 했으며, 경찰이 사건을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KT 새노조 관계자는 "조 씨가 속해있던 CS컨설팅팀은 고졸 출신이 많은 부서"라며 "일반직과 임금체계가 달라 기본급이 적고 영업 등 성과에 따라 급여가 달라지다 보니 업무 스트레스가 많다"고 설명했다. 명확히 경찰 조사결과가 나오지 않은 용역직원을 제외하더라도 불과 두 달 만에 3명의 직원이 심장마비와 심근경색으로, 1명의 직원이 졸음운전으로 명을 달리한 것이다. 물론 이들에 대한 과로사 여부가 판명된 것은 아니다. 과로사가 과중한 업무로 인해 고혈압, 동맥경화증 등 질병이 악화돼 뇌출혈·뇌경색·지주막하출혈 등의 뇌혈관 질병, 심근경색증, 심장마비를 일으켜 영구적인 업무불능 또는 사망에 이르게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과로사 여부를 배제할 수만은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 | ▲ KT본사 ⓒ뉴시스 |
고강도 업무 아니다? KT "산업재해율 낮은 수준" 일부에서는 과중한 업무뿐만 아니라 무리한 실적 강요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황 회장은 오는 2017년까지 총 4조5000억원을 기가인터넷에 투자하고, 올해 연말까지 기가인터넷 가입자 수를 최대 200만명을 유치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KT는 지난 18일 기가인터넷 가입자가 출시 1년 7개월만에 150만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가입자를 늘려야 하는 직원들이 밤낮없이 업무에 매진한 효과다. 이에 KT 한 직원은 "사측이 성과주의를 강조하다 보니 스트레스가 상당하다"라며 "업무 강도와 실적 압박이 높아졌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KT 측은 '돌연사'가 의학적 원인이 불명확한데다 산업재해율 역시 동종산업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돌연사의 원인을 찾기 어려운 만큼 일련의 사망 사건들을 회사 업무와 연관 짓기 어렵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KT 관계자는 "근로복지공단 기준으로 KT 사망재해율은 3년 평균 1명 수준으로 이는 동종산업 평균(0.09%)보다 낮은 수준(0.07%)"이라고 강조했다. KT 전체 임직원이 2만3000명으로 대규모인 점을 감안하면 사망자수도 그만큼 많아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KT 측은 "스마트워킹, 코어타임 근로, 반차휴가 제도, 일가양득 캠페인, 안식년 휴가제, 제 때 집중적으로 일하는 문화 등의 복무 편의제도와 리프레시 휴가, 리프레시 휴직, 가족돌봄 휴직 등의 휴직 프로그램을 통해 직원만족도를 높이고 있다"며 "회사 영업이익도 크게 반전하고 있어 직원들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KT 새노조 관계자는 "(황 회장 이전에 자살이나 돌연사가 증가하자 회사 측에서)심리상담센터 '헤아림'을 만들었지만 일반적인 직원들 사이에서는 전혀 실효성이 없고 형식적이라는 불만이 있다"며 "회사 문화가 바뀌어야 직원들의 삶이 바뀌는데 본사는 모르겠지만 절대 다수 직원들이 있는 일반 지사는 예전이나 (황 회장 취임 이후)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한동안 뜸하던 (돌연사 등)사망사고가 이어져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불만닷컴=임지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