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의사를 묻지 않고 명예퇴직·임금피크제를 시행하는 내용의 노사합의에 직권조인한 KT노조와 노조간부들이 조합원들에게 정신적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이 노사합의 직권조인에 책임을 물어 손해배상을 판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2부(부장판사 마용주)는 지난 15일 “KT노조와 노조 위원장, 실무를 책임진 노조간부 등은 소송을 제기한 원고 226명에게 정신적 손해를 연대해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재직 조합원 157명에게 1인당 30만원, 명예퇴직한 조합원 69명에게는 1인당 2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KT노조 전현직 조합원들은 “지난해 4월8일 노조가 조합원에게 불이익한 내용을 사측과 합의하면서 총회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며 같은해 7월 노사합의 무효확인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단체협약과 노조의 주요 정책사항에 대해서는 총회 의결을 거치도록 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과 노조 규약을 어겼다는 것이다.
소송을 대리한 신인수 변호사(법무법인 소헌)는 “규약을 위반한 직권 조인의 위법성을 법원이 인정한 것”이라며 “노조와 노조간부들의 조합원에 대한 손해배상을 인정한 최초 사례로 노조 민주주의 발전에 보탬이 될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법원은 다만 원고들이 낸 노사합의 무효확인 소송에 대해서는 “노사합의 내용이 이미 실행돼 구제의 실효성이 없다”고 각하했다. 퇴직 조합원의 경우 임금피크제 시행에 따른 피해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재직 조합원보다 10만원 적은 손해배상금을 책정했다.
KT 노사는 지난해 4월 △정기명예퇴직제도 폐지와 특별명예퇴직 시행 △임금피크제 도입 △일부 사업부서 폐지와 직렬 통폐합 △학자금지원제도 폐지에 합의했다. 해당 합의를 근거로 KT는 같은달 30일 직원 8천304명에 대한 명예퇴직을 시행했다. 올해 2월에는 지난해 합의에 근거해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되, 만 56세부터 매년 10%씩 임금을 감액하는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직권조인]
특정 단체나 단체의 장이 그 지위나 자격으로 전권을 갖고 협약에 서명하는 행위다. 노사관계에서는 주로 노조위원장이 조합원 의견을 묻지 않고 사측과 임금협약이나 단체협약에 서명하는 행위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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