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의 동의를 받지 않은 명예퇴직·임금피크제 등에 대한 노사 합의는 위법하므로 피해를 본 조합원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처음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2부(재판장 마용주)는 15일 케이티(KT) 노동조합 전·현직 임원 226명이 노조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노조와 위원장 등이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현직 조합원에게는 1인당 30만원, 퇴직 조합원한테는 1인당 2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케이티 노조는 지난해 4월8일 명예퇴직·임금피크제·학자금지원제 폐지·사업폐지·직렬 통폐합 등 노동조건에 큰 영향을 미치는 내용을 조합원 총회 없이 회사와 직권합의했다. 실제 이 합의로 지난해 4월30일 8304명의 직원이 퇴직했다. 이에 전·현직 조합원들은 “노조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과 노조 규약에 따라 조합원들의 의사를 묻지 않고 밀실합의했다”며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을 대리한 신인수 변호사(법무법인 소헌)는 “노조가 규약을 위반해 조합원들의 의사를 묻지 않고 회사와 임의로 단체협약 등을 체결하는 것은 위법한 데다 손해배상 책임까지 있다고 인정한 판결”이라며 “조합민주주의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