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에서 또 한 명의 현직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올해만 여덟 번째다. 58세 이하 명예퇴직자를 포함하면 올해만 열 명의 전·현직 노동자가 자살했다. 올해 사망자는 총 27명이다. 일주일에 한 명 꼴이다.

KT노동인권센터에 따르면 지난 1일 KT대구고객본부 사업지원센터에서 일하던 권아무개씨(47)가 목을 매고 목숨을 끊었다. 권씨는 현장노동자였다가 능력을 인정받고 통신케이블 투자 및 감리 담당 내근직으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25일에는 KT 수도권 강북고객본부에서 방문판매 업무를 하던 박아무개씨(42)가 서울 창동 인근 공원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박씨는 현 KT 다수노조(위원장 정윤모)에서 간부를 맡고 있었으나 이석채 회장의 경영에 일부 비판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KT 현직 노동자 8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명예퇴직자 중 이 같은 선택을 한 2명을 포함하면 총 10명이다. 사망자는 재직자 17명, 명퇴자 10명으로 총 27명이다. KT 안팎에서는 이 같은 죽음의 행렬에 부진인력퇴출프로그램 등 민영화 이후 급변한 노무관리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 KT
 
최근 발생하고 있는 죽음의 행렬에서 KT의 노무관리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지난 6월 KT 광양지사 노동자 김성현씨는 KT가 노사가 합의한 ‘상시적 정리해고제’에 찬성을 찍을 것을 강요당한 구체적 정황을 유서에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유서 말미에 “15년 간의 사측(KT)으로부터 노동탄압이 이젠 끝났으면 합니다”라고 썼다.

지난달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박아무개씨는 올해 노동조합의 단체협약 백지위임과 ‘상시적 정리해고제’ 도입에 대해 비판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인권센터 조태욱 집행위원장은 3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박씨가 속한 지사는) 찬성 12표, 반대 26표일 정도로 압도적으로 반대가 많았다”고 전했다. 반면 전체 찬성률은 80%가 넘었다.

조태욱 집행위원장은 “현재 KT의 사망자 추세는 쌍용차와 비교할 때 두 배 이상”이라며 “경영진이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 위원장은 “직원을 쥐구멍으로 몰아넣고 있는 고과연봉제를 폐지하고, 협업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 조직을 만들어야 죽음을 멈출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죽음에서 드러나고 있듯 KT가 밥 먹듯 어기고 있는 근로기준법을 준수하고, CP프로그램 폐지를 공식적으로 천명해야 하고, 노동조합 탄압을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조치를 최고책임자인 이석채 회장이 실행해야 하는데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