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라! 분노하라! 투쟁하라!

사랑하라! 분노하라! 투쟁하라!

김승호  |  seung7427@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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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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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호
전태일을따르는
사이버노동대학
대표

몇 해 전 프랑스의 한 노(老)혁명가가 “분노하라!”는 제목의 소책자를 출간해 화제가 됐다. 소책자를 쓴 이는 당시 93세의 스테판 에셀로서 2차 세계대전 당시 레지스탕스에 참여했던 사회운동가다. 소책자는 프랑스에서 출간된 지 7개월 만에 200만부가 팔렸다. 세계적으로 유명해져서 우리나라에서도 번역됐다. 정치적 무관심에서 벗어나라고 한 그의 외침이 널리 공감을 얻었던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의 비인간성과 야만성에 대해 요즘 사람들이 너무나 무관심하고 너무 쉽게 굴종하고 있는 모습을 지적하고 질타한 것이다. 그런 지적과 질타가 지금 이 땅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도 정말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 국내 유수의 정보통신 기업인 KT에서 한 50대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유서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유로 노동탄압을 이야기했다. 오로지 그 사유만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15년간의 사측(KT) 노동탄압이 이젠 끝났으면 합니다”는 말로 끝을 맺었다.

옛 한국통신의 후신인 KT가 95년 준법투쟁 이후 지금까지 어떻게 자주적 노조활동을 탄압해 왔는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더구나 노조활동을 탄압하기 위해 노동자를 어떻게 옥죄어 왔는지는 더욱 알려져 있지 않다. 올해 4월25일 대법원에서 불법으로 확정판결이 난 비밀 퇴출프로그램인 CP라는 제도는 그 대표적 사례다. KT는 이 제도로 자본에 굴종하지 않는 노동자들을 체계적으로 퇴출시켰다. 이런 제도를 통해 순순히 굴종하지 않는 노동자 수만 명을 해고했다. 겉으로는 자진퇴사라는 모양을 띠었지만. 그뿐이 아니다. 50대의 여성 노동자를 통신 전주에 올라가 작업라고 지시한 것은 KT자본의 노동탄압이 얼마나 야비한가를 보여 준 또 하나의 상징적 사례다.

이런 야만적인 노동탄압 과정에서 많은 노동자들이 자살했다. 2006년 이후 지금까지 26명이 자살했고 올해만 7명이 자살했다. 이 정도면 노동자 타살 기업이라고 할 만하다. 그러다가 드디어 한 사람의 성실한 노동자로 하여금 스스로 목숨을 끊어 노동열사가 되게 했다. 더욱 가증스러운 것은 그들은 그가 노동탄압 때문에 목숨을 끊은 것이 아니라 빚 때문에 자살했다는 둥 가정적으로 문제가 많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유서가 진짜인지 조사해 봐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하고 있다. 얼핏 91년 당시 노태우 정권이 조작해 낸 김기설 유서조작 사건이 생각난다.

6월8일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민족민주 열사 범국민 추모제’가 열렸다. 그러나 추모해야 할 열사는 500~600명에 달한 반면 추모하러 모인 사람은 그 절반에 지나지 않았다. 길 건너 KT 사옥 앞에서는 우익단체 회원들이 종북주의자들을 열사로 추모하지 말라며 반대집회를 열었다. 그리고 이를 핑계로 경찰이 전경차로 차벽을 쌓고 우리를 에워쌌다. 경찰은 인도를 따라 대한문까지 평화적으로 걸어가는 것조차 막았다. 이유인즉 깃발을 들고 가는 것은 시위이고, 사전에 신고하지 않았기 때문에 불법이며, 그래서 막는다고 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별로 분노하지 않았다. 또 이 과정에서 삼성일반노조의 깃발을 탈취해 갔다. 끝까지 싸워서 깃발을 되찾았으나 깃대는 망가져 버렸다. 그러나 행진하던 사람들은 삼성일반노조 조합원들을 제외하고는 별로 분노하지 않았다.

쌍용차의 경우 24명의 노동자와 그 가족이 죽어도 사람들은 크게 분노하지 않는다. KT의 경우 수십 명의 노동자가 자살하고 노동탄압에 항거해 자결해도 역시 사람들은 별로 분노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 지난 한 세대에 걸쳐 진행된 민주화 시대에 우리들이 시장경제라는 이름의 자본주의에 깊이 포섭되고 중독된 탓이라고 생각된다. 우리가 분노하지 않는 것은 그 자본 및 자본주의와 대립되는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 무관심하기 때문이다. 스테판 에셀도 “분노는 하나의 명백한 의도와 연결될 때에만 가치를 발휘한다”고 했다. 바로 인간을 뜨겁게 사랑할 때, 인간의 고귀한 본질을 사랑할 때 그것과 대립하는 현실에 대한 분노가 끓어오를 수 있고, 그런 분노야말로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될 수 있다고 말한 것이다.

'물질화된 인간상'을 증오하고 인간을 물질화시키는 구속에서 해방되는 것은 이 시대의 외면할 수 없는 인간적 과제다.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 대표 (seung7427@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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