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면직제도 도입’ … 상시퇴출 논란 불거져

KT '면직제도 도입' … 상시퇴출 논란 불거져

 

KT노동인권센터 “변종 퇴출프로그램” vs KT노조 “악용되지 않도록 감독할 것”

 

윤자은  |  bory@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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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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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노사가 최근 체결한 단체협약을 두고 고용안정과 노동조건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사규에 면직 조항을 신설하기로 한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30일 KT노동인권센터(집행위원장 조태욱)는 “KT노조 30년사에서 최초로 이뤄진 단체협약 백지위임에 회사는 임금동결과 사실상의 임금삭감으로 화답했다”고 주장했다.

정윤모 KT노조 위원장은 이달 9일 올해 임금·단체교섭 1차 본회의에서 “KT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교섭 요구안을 제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KT 노사는 같은달 21일 △임금동결 △고졸 정규직군 신설 △역할과 성과 중심의 보상체계 강화를 골자로 하는 단체교섭 가합의안을 도출했다. 24일 진행된 가합의안 찬반투표에서는 전체 조합원 2만4천616명 중 91.8%(2만2천596명)가 투표에 참여해 82.1%(1만8천550)가 찬성했다.

F등급 2회→대기발령 2회→퇴출?

KT 노사는 이와 함께 단협에 합의한 날 '인사보수제도개선위원회'를 열어 사규에 면직 조항을 신설하기로 했다. 인사보수제도개선위에는 노사가 6명씩 동수로 참여한다. 개선위는 같은날 작성한 '인사보수제도개선 협의서'에 이 같은 내용을 담았다. 인사평가에서 2년 연속 F등급을 받으면 1년간 대기발령을 하고 대기발령을 2회 받으면 인사위원회가 면직할 수 있도록 했다. 올해 인사평가부터 적용된다.

KT는 현행 인사규정 시행세칙에서 인사평가 등급 비율을 A등급 5%·B등급 15%·C등급 60%·D등급 15%·F등급 5%로 규정하고 있다. 규정상 5%에 해당하는 1천200여명의 직원들은 매년 F등급을 받게 된다. 센터는 “KT는 그동안 퇴출대상자 명단을 작성해 조직적으로 업무적응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인사권을 남용해 최하위 고과를 계속 받도록 했다”며 “KT의 인력퇴출 프로그램의 불법성이 법원의 판결을 통해 확정되자 노사합의라는 틀을 통해 변종 퇴출프로그램을 도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면직 조항이 근로기준법에 저촉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권영국 변호사(민변 노동위원장)는 “인사고과 평가를 이유로 면직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은 사실상 사용자에게 해고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라며 “노동자의 귀책사유가 없는 상태에서 인사고과를 이유로 한 해고는 근로기준법을 위반하는 것으로 효력이 없다”고 말했다. 인사평가는 자의적일 수 있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낮은 고과를 주면 해고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KT노조 “면직까지 갈 가능성 희박”

이해관 공공운수노조 KT지부장은 “정년연장법을 무력화하기 위한 합의”라며 “KT가 고령자에게 박한 인사고과를 매겨 왔다는 것을 감안하면 정년에 도달하기 전에 인사고과를 통해 면직시키겠다는 의도가 다분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KT노조는 “본인의 개선의지가 전혀 없고 다른 조합원들에게까지 피해를 끼치는 극소수에 대해 동기부여 측면에서 도입하는 것”이라며 “인사고과가 낮다고 해서 당연 적용되는 것이 아니며 교육 등의 기회를 충분히 부여한 후 면직 여부를 검토하는 것이기 때문에 실제 면직까지 갈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밝혔다. 최장복 노조 조직실장은 “특정 대상을 목적으로 하는 제도가 아니다”며 “제도 시행 후 운용 과정에서 불공정하거나 부당하게 운용되는 일이 없도록 노조가 철저히 감시·감독하겠다”고 설명했다.

전환배치·비연고지 발령 부서장 권한으로 가능

아울러 배치·전보 권한을 회사에 일임한 대목도 우려된다. 노사는 인력부족 지역과 기피부서에 인력을 전략배치하도록 하고 타 직종 이동도 전략배치로 가능하도록 했다. 그럴 경우 희망자뿐만 아니라 부서장이 지정한 직원도 배치대상자가 된다. 원거리 전략배치시 출퇴근 편도거리가 100킬로미터 이상이면 월 10만원을 지급한다.

조태욱 센터 집행위원장은 “이미 공개된 문건에서도 밝혀졌듯 KT는 전환배치와 비연고지 발령을 통해 퇴출을 유도했다”며 “부서장이 퇴출대상자를 비연고지로 발령할 수 있는 합법적인 근거를 단체협약에 마련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동안 전환배치와 원거리 발령은 본인이 원하거나 징계를 통해서만 가능했지만 부서장 권한으로 가능하게 한 것이다.

노사는 개정된 단체협약에서 병가 기준도 강화했다. 병가를 낼 때 제출하는 진단서 기준이 기존 의사 진단서에서 의료법에 의한 병원급 의료기관으로 변경했다. 병가의 실질적 사용이 제한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센터와 민주노총 법률원은 KT 단체협약 효력 정지 가처분 소송과 단체협약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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