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뺨치는 문어발 확장(1)..그러나 콘텐츠 자회사 줄줄이 적자(2)…그리고 분사(3)

 

포스코·KT 재벌 뺨치는 행태 주목(1)

 

소유구조 ‘거미줄’ 사업확장 ‘문어발’
[1052호] 2012년 07월 11일 (수) 09:42:39        일요신문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
 

   

포스코와 KT가 빠르게 재벌의 모습을 띠어가고 있다. 지난 1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12년 대기업집단 주식소유현황 및 소유지분도 분석 결과’에 따르면 ‘총수가 없는 대기업집단(민영화된 공기업)’인 포스코와 KT가 ‘총수가 있는 대기업집단(재벌)’이 해오던 방식을 답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정준양 포스코 회장과 이석채 KT 회장 취임 이후 이 같은 추세가 더 빨라졌다. 공기업 이미지에서 아직 탈피하지 못한 두 기업이 최근 몇 년 새 급속도로 재벌을 닮아가고 있는 것을 비판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두 기업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들여다봤다.

 

지난 1일 공정위 발표에서 유독 눈에 띄는 점은 포스코와 KT의 변화상이다. 두 기업은 늘 ‘민영화된 공기업’이라는 틀에 묶여 같이 거론돼 왔다. 회장 선임 과정에서 ‘정권의 입김’ 의혹을 받는다는 점은 두 기업의 공통점이자 아직 공기업 이미지에서 완전히 탈피하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그런데 두 기업의 공통점이 또 하나 생겼다. 오너가 없는 기업임에도 시간이 지날수록 오너가 지배하는 재벌을 닮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포스코와 KT가 재벌을 닮아가고 있다는 근거를 공정위 발표를 토대로 간추려 보면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계열사 간 공동출자 등에 의한 계열사 수 증가, 둘째는 계열사 간 출자 단계의 증가, 셋째는 주력사업과 무관한 계열사 편입으로 인한 영위 업종 확장이다.

 

지난 2005년 계열사 수가 17개였던 포스코는 2008년 31개로 증가하더니 올해에는 그 수가 70개로 두 배 이상 늘어났다. KT도 마찬가지다. 동 기간 KT의 계열사 수는 ‘12→29→50개’로 급속히 증가했다. 오너가 있는 웬만한 재벌보다 계열사 수 증가가 가파른 셈이다.

출자 단계에서도 포스코는 3단계, KT는 4단계를 기록했다. 재벌이라 불리는 총수 있는 대기업집단의 평균 출자 단계인 4.4단계와 맞먹는다. 반면 총수 없는 대기업집단 평균 출자 단계인 1.8단계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공정위 측이 “총수 없는 집단은 전반적으로 소유구조가 단순·수직적이나 일부 민간집단(포스코·KT)의 경우 총수 있는 집단처럼 복잡한 소유구조를 유지”한다고 말했을 정도다. 공정위 측은 또 “총수 없는 집단은 평균 계열회사 수가 (총수 있는 집단보다) 훨씬 적고 수직적 출자의 비중이 크지만 예외적으로 포스코, KT 등은 계열회사가 많고 출자 단계가 복잡하다”고 지적했다.

 

포스코와 KT는 또 주력사업과 무관한 업종에 진출하면서 계열사 수를 늘린 것으로 파악됐다. 포스코의 경우 골프장운영업, 보험중개업, 광고대행업 등에 진출해 있는 것이 대표적이며 KT는 부동산업, 자동차리스업 등 통신과 관련 없는 사업 분야에 진출해 있다. 재벌들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한 대목이다.

 

포스코와 KT 등의 이 같은 변화상에 대해 위평량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공기업을 민영화한 이유 중 하나가 전문화인데 이걸 깨뜨리면서 비관련 분야에 진출한다는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포스코와 KT의 변화상은 재벌 위주로 돌아가는 한국적 기업 형태가 여전하고 그걸 따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을 대변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재벌시스템이 지배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산업경제적 풍토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김기원 방송통신대 교수(경제학)는 “사업을 다각화하고 계열사를 늘린다고 해서 무조건 나쁘다고 볼 수는 없다. 그것이 얼마나 합리적이냐 비합리적이냐는 문제가 중요하다”면서 “총수나 회장의 이익을 위해서 행하는 것이라면 잘못”이라고 밝혔다.

 

포스코는 지난 2000년, KT는 2002년 각각 민영화가 완료됐다. 정부 지배에서 벗어나 민간기업으로서 전문성과 경쟁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업체로 성장시키기 위한 것이 공기업 민영화의 본래 취지다. 재벌을 닮아가는 것이 공기업 민영화 취지는 아닐 것이다.

 

이에 대해 포스코 관계자는 “계열사 증가는 인수·합병(M&A)을 통한 손자회사(자회사의 자회사)의 증가에 따른 것”이라며 “골프장운영업, 보험중개업 등도 손자회사여서 M&A를 통해 자연스레 딸려온 것일 뿐 문어발식 확장이라는 해석은 부당하다”고 해명했다. KT 관계자 역시 “추가된 계열사는 대부분 손자회사인 데다 사업적·전략적 측면에서 인수·합병한 것에 따른 것”이라며 “재벌들처럼 소유나 덩치를 키우려는 목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홍형주 공정위 경쟁정책국 기업집단과 사무관은 “그런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전부 그런 것은 아니다”라며 “계열사가 수십 개씩 늘어나고 비관련 업종에 진출한 것은 맞지 않느냐”고 따졌다.

공정위는 지난해 말 이미 “대기업 관련 정보를 공개해 시장의 감시 기능을 높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5월에는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이 직접 “대기업 집단의 주식소유 현황과 지분도 공개”를 예고했다. 공정위는 이번 달에는 대기업 집단의 채무보증 현황을, 8월에는 내부거래 현황, 9월에는 지배구조 현황 등 대기업 정보를 연달아 공개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에 대해 재계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강정민 경제개혁연대 연구원은 “재계가 반발한다고 해서 멈출 분위기가 이미 아니다”라며 “관건은 대선 후에도 이 같은 분위기가 지속되느냐다”라고 말했다.

최근 이슈가 되는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에 공정위도 바짝 다가선 것처럼 비친다. 그럼에도 적지 않은 전문가들은 공정위가 잘하고 있다고 보지 않고 있다. 위평량 연구위원은 “공정위가 재벌개혁은커녕 오히려 재벌구조를 고착화시켜왔다”며 “공정경쟁, 독점규제, 법집행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환골탈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

 

 

KT 콘텐츠 줄줄이 적자…이 회장의 장밋빛 '세일즈'?(2)

"콘텐츠가 왕인 시대" 영화·교육·광고·방송 등 전방위적 투자…성적표는 '마이너스'

 

통신을 벗어나 콘텐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미래 먹거리를 찾겠다는 KT (32,700원 상승450 1.4%)가 '탈통신' 사업에서 고전하고 있다.

콘텐츠 투자는 단기에 승부를 내기 어려운데다 성공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 통신과 시너지를 낼 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석채 KT 회장은 최근 가진 경영 2기 간담회에서 콘텐츠 미디어 유통그룹으로의 도약을 선언하고 광고, 교육, 의료, 에너지 등 4개 분야 새 사업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KT가 지분 투자한 콘텐츠 관련 회사 상당수가 지난해 줄줄이 적자로 돌아섰다.

일부는 적자가 지속되면서 매각했고 자회사 재무구조 등이 악화되면서 유상증자를 통한 수혈에도 나서고 있다.

◇영화 콘텐츠 성적 초라…유상증자로 자금 수혈

"한국명화 명작의 산실이다." 지난 19일 KT 경영2기 간담회에서 이석채 회장은 영화제작배급 자회사(지분 51%)인 싸이더스FNH를 이렇게 추켜세웠다. 이 회사의 30대 CEO 이한대(35세) 대표에게는 "미래 콘텐츠 사업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통찰력에 반해 사업을 맡겼다"는 찬사도 보냈다.

하지만 이 회장의 적극적인 '세일즈'와 달리 싸이더스FNH의 성적은 초라하다. 지난해 당기순손실 29억7500만원을 기록하면서 전년(3억5800만원)대비 적자로 돌아섰다. 매출도 2010년 199억4900만원에서 지난해 72억2700만원으로 64% 급감했다. 제작 투자한 영화의 흥행 부진 등으로 손실이 컸기 때문이다.

영화 콘텐츠 사업의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KT는 투자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싸이더스FNH는 지난 2일 이사회를 열고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재무구조 개선과 제작사업 투자금 마련을 위해서다. 제3자 배정방식으로 최대주주인 KT가 증자에 참여해 35억원(350만주)을 투자키로 했다.

KT 관계자는 "영화 제작은 물론 다양한 영상 콘텐츠를 제작해 IPTV등에 제공하는 등 콘텐츠 전문 기업으로서 적극 육성하겠다는 이 회장의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음원·광고·방송도 줄줄이 적자…교육 자회사는 헐값 매각

음원콘텐츠 사업을 하는 KT뮤직(KT 지분율 48.7%)도 지난해 적자로 전환했다.

지난해 사이트 개편, 브랜드이미지(BI) 변경(도시락→올레뮤직)과 함께 스마트폰 기반의 다양한 음악서비스를 추진했지만 성과로 이어지지 못했다. 2010년 가까스로 유지했던 6억원 흑자는 지난해 23억8000만원의 순손실로 돌아섰다.

KT가 지난해 6월 30억원을 투자해 NHN와 합작설립한 광고회사 칸커뮤니케이션즈도 지난해 3억7000만원 순손실을 냈다.

칸커뮤니케이션즈는 KT와 NHN의 온라인 광고·IT인프라 자회사인 NHN비즈니스플랫폼이 각각 50% 지분 투자한 지역광고전문회사. 양사가 보유한 매체를 통해 지역상인들을 대상으로 위치기반 광고서비스를 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손을 잡았지만 아직 사업은 걸음마단계다.

KT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지목한 소프트웨어 관련 전문개발사 KT이노츠도 지난해 46억원의 적자를 냈다.

KT의 콘텐츠 투자는 방송에 두드러진다. 지난해 종합편성채널 채널A에 26억원을 직접 투자했고 자회사인 KT캐피탈을 통해서도 종편 4곳에 총 83억9000만원을 투자했다. 업계에서는 저조한 시청률 탓에 올해 종편의 적자규모가 회사당 1000억원 안팎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회장은 종편 투자에 대해 "앞으로는 콘텐츠가 왕인 시대다. 통신사로서 앞으로 좋은 콘텐츠를 수급 받아야 하기 때문에 투자가치가 있다고 판단해서 투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교육사업도 이미 한 차례 실패를 겪었다. KT는 지난달말 보유 중이던 KT에듀아이 주식 보통주 54만주(50%), 우선주 6만주(100%) 전량을 개인주주 김모씨에게 매각했다. 지난 2008년 60억원을 투자하고 이후 15억원이상 유상증자에도 참여했지만 계속된 적자를 감당하지 못했다. 처분금액은 7000만원으로 투자금액의 100분의 1에도 못미친다. KT가 지분 79.2%(장부가액 59억원)를 갖고 있는 영어전문 교육 콘텐츠 업체 KT오아이씨도 지난해 4억원의 적자를 냈다.

◇KT 계열사 5년새 2.6배 늘어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KT의 계열사는 2007년 19개에서 지난 2월1일 기준 50개로 2.6배 늘었다. 특히 2009년 이 회장 취임 이후 엄청난 식욕을 과시하며 사업영역이 전방위로 확대됐다.

대부분 통신을 벗어난 사업군이다. 방송, 영화, 교육 등 콘텐츠 외에 금융(비씨카드) 등 굵직한 사업들도 새로 들였다. 통신영역의 성장 둔화가 지속되면서 다양한 분야에 대한 투자로 우량 자회사를 키워 시너지를 내려는 전략이다.

KT 관계자는 "이제 '탈통신' 시작단계인 만큼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좀 더 시간이 걸린다"며 "초기 투자만을 보고 판단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이 회장의 경영 2기에는 미디어 유통, 콘텐츠에 대한 투자가 본격화될 것"이라며 "관련 자회사들의 가치를 어떻게 부각시키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KT, 콘텐츠부문 분사 추진(3)

김일영 부사장 "콘텐츠 조직, 현재 KT와 맞지 않다"…지주회사, 사회적합의돼야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2012/07/11 05:00

 

KT가 콘텐츠 부문 분사를 추진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KT는 다양한 방식의 지배구조 개선방안을 검토해왔으며 당장 지주회사 전환이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단계적 사업부문 분사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김일영 KT 코퍼레이터센터 부사장은 10일 본지 기자와 만나 "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방법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며 "특히 콘텐츠 관련 조직은 성과급 등 연봉체계가 지금의 KT와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는 콘텐츠 부문의 분사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KT는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M&C(Media&Contents) 부문을 신설하고 부문장으로 CJ에서 영입한 미디어 전문가 김주성 부사장을 임명했다.

이에 대해 KT 안팎에서는 KT가 분사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에 착수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콘텐츠 부문은 업무방식이나 분위기가 기존 KT와 다르기 때문에 별도 회사로 운영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KT 다른 관계자도 "김 부사장은 분사한 콘텐츠 전문 기업 CEO 임명을 염두에 두고 영입했다"며 "바로 분할하기가 여의치 않아 콘텐츠 관련 업무를 한 조직으로 우선 합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SK텔레콤은 같은 이유로 플랫폼 부문을 분할해 SK플래닛을 신설했다. 특히 SK텔레콤은 SK플래닛을 분할하기 앞서 플랫폼 부문을 신설하는 등 조직개편은 먼저 진행했다. KT도 같은 순서로 미디어와 콘텐츠 부문을 분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지주회사 전환은 당장 추진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KT가 지주회사 체제로 바뀌기 위해서는 자금이 많이 소요되는데다 공정거래법 개정 등이 필요해 객관적 상황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김 부사장은 "KT가 너무 커서 KT를 지배할 지주회사를 만들기란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게다가 현행 공정거래법에서는 일반 지주회사가 금융 자회사를 보유할 수 없다. KT 지주회사가 비씨카드를 보유하기 위해서는 공정거래법 개정이 이뤄져야한다.

물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주회사가 금융 자회사를 보유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18대 국회에서 무산됐지만 정부는 규제완화 차원에서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KT가 지주회사 전환에 아주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석채 KT 회장은 KT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질문에 대해 "나보다 사회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말로 대신했다.

이는 KT가 특정 대주주가 없는 만큼 사회적 컨센서스가 이뤄져야 지주회사 전환 등 지배구조를 바꿀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특히 공정거래법은 국민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서는 개정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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