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스노조 1년, 사라지는 노동권 ④ 버스·택시·공공부문에 집중된 피해 사례

[릴레이기고-복수노조 1년, 사라지는 노동권 ④ 버스·택시·공공부문에 집중된 피해 사례]

 

어디든 비슷한 복수노조를 악용한 민주노조 탄압, 그렇다면 법이 문제 아닌가?

배동산  |  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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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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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동산
공공운수노조·연맹
정책국장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 설립 제한이 없어지고 강제적인 창구단일화 제도가 시행된 지 1년이 지났다. 복수노조 설립제한의 폐지는 노동자들이 단결체인 노동조합을 자유롭게 설립하고 선택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단결권의 확대라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하지만 노동자의 분열을 촉진하거나 복수노조를 악용한 사용자의 탄압으로 오히려 단결권이 약화되는 부정적인 효과도 함께 가지고 있는‘양날의 검’이다.

현재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은 교섭창구 단일화를 강제하면서도 오로지 사용자에게만 개별교섭 선택권한을 보장해줘 복수노조라는 양날의 검을 휘두를 ‘칼자루’를 사용자에게 넘겨준 모양새이다. 개정 노조법 시행 1년은 칼자루를 쥔 사용자에 의한 자주적·민주적 노동조합들의 시련의 한 해였다.

복수노조 설립 허용을 애타게 기다렸던 버스·택시노동자

고용노동부 조사에 의하면 지난 1년간 버스와 택시업종에서만 새로운 노조가 352개나 설립됐다. 전업종의 신규설립 노조 842개 중 41.8%나 차지했다. 복수노조와 관련된 버스·택시 업종의 큰 변화는 노동조합 조직률이 상당히 높음에도 불구하고 노사 간 사실상의 담합구도가 오랜 기간 지속됐던 것에 대한 불만과 민주적 노조 활동에 대한 요구가 분출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민주적 노조활동에 대한 열망은 전북과 인천의 버스 노동자들이 집단적으로 민주노조로 전환하고, 그 외에도 전국의 버스노동자들이 개별 가입의 형태 또는 집단적 조직전환의 방식으로 가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공공운수노조 민주버스본부 조합원수는 지난해 이맘때 1천여 명에 불과했으나 현재는 4천명에 육박할 정도로 증가하는 등 비약적인 조직확대가 이뤄졌다. 복수노조 설립허용이 가져다 준 긍정적 효과였다.

하지만 기존 노조에서 조합원 총회를 통해 조직전환을 결의한 사업장에는 제2의 복수노조가 어김없이 출현했다. 단체교섭은 거부되거나 사용자의 불성실한 교섭태도로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버스 사용자들은 민주노조의 교섭요구에 대해 조직전환 결의에 하자가 있다며 트집을 잡거나, 지역단위 집단교섭에 참가하지 않을 경영권이 있다며 그 동안 해오던 집단교섭의 틀을 깨버렸다. 아니면 다른 노조와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이 남아있거나 교섭 중이라는 이유로 또는 창구단일화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등 온갖 이유로 교섭을 거부했다. 반면 복수노조와의 교섭은 순탄하게 진행됐고 단체협약은 조기에 타결됐다.

노동부의 사용자 편들기, 교섭하려고 법원 찾은 버스노동자

노동부는 사용자의 불성실한 교섭태도에 면죄부를 부여해 주는 행정해석을 남발했다. 노동자들이 투쟁하면 ‘불법파업’이라는 딱지를 붙여주어 사용자의 탄압을 정당화했다. 법원이 수차례 버스노동자들의 투쟁과 요구가 정당하다는 판단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노동부는 해당 사업장에 직접 해당되는 판결이 있어야만 움직였다. 노동자들은 헌법상 보장된 단체교섭을 하기 위해서 매번 법원을 통해 단체교섭 응낙가처분 결정을 받아야만 했다. 사용자의 악의적인 대응과 노동부의 사용자 편들기 또는 방조로 인해 전북지역의 버스노동자들은 2010년 12월8일 이후 1년 6개월이 넘는 장기간의 투쟁을 벌일 수밖에 없었다.

껍데기에 불과한 '공정대표의무제도'

민주버스본부에 소속된 서울지역 버스노동자들은 약 170명이다. 반면 한국노총 서울시버스노동조합의 조합원은 약 1만7천명이다. 약 1%의 노동자들이 버스 자본가들에 대한 투쟁과 함께 다수파 노조의 일방적 횡포에 맞서 소수노조의 기본권리 보장을 위한 힘겨운 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창구단일화 절차에 참여하면서 노조법에서 정하고 있는 공정대표의무에 일말의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다수파인 서울시버스노조는 소수노조를 철저히 무시했다. 소수파 노조의 의견을 수렴하려는 노력도 없었고 단체교섭 진행 과정에서, 협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도 어떠한 설명도 없었다. 이에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공정대표의무 위반에 대한 구제신청을 했으나, 지난 3일 열렸던 판정회의에서 서울지노위는 기각 결정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섭대표노조가 공정하게 대표를 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소수파 노조의 의견을 성실히 들으려는 노력이라도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소수파를 철저히 배제한 다수파의 일방적 교섭 진행에 대해 공정대표의무제도는 침묵했다.

공공기관 복수노조를 악용한 민주노조 탄압 대표사례, 발전 5개사

잘 알려진 것처럼 공기업인 발전 5개사에서는 지난해 7월1일을 전후해 사용자측에 의해 철저히 기획되고 준비된 비자주적 복수노조들이 생겨났다. 사용자측은 조합원들의 성향을 철저하게 분석해 사과·배·토마토로 분류하고 노조 탈퇴를 강요했다. 또 중간관리자들을 민주노조 탈퇴 강요 실적에 따라 평가하며 노조탈퇴 공작의 선봉장으로 내세웠다. 탈퇴를 거부한 조합원들은 원거리로 인사발령을 내거나, 인사고과나 승진상에 불이익을 줬다. 일상적인 업무지시나 결재과정에서 모욕과 불이익을 주는 등의 방식으로 노골적인 탄압도 자행됐다. 그 결과 6천500명에 달했던 발전산업노조의 조합원수는 불과 1년 만에 1천500명으로 줄었다.

부당노동행위 사장에게 A등급 평가·사장 연임으로 보답하는 정부

현 정부들어 노동조합을 탄압해 노사관계를 갈등과 파국으로 몰고 갔던 공공기관 사장들은 어김없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런 황당한 현상은 올해도 반복됐다. 발전 5개사의 부당노동행위를 가장 적극적으로 주도했던 한국동서발전의 이길구 사장은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증인으로 채택될 정도로 큰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음에도 불구하고 사장 연임에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지난달 발표된 기관장 평가에서 당당히 A등급을 받았다. 헌법 위반의 범죄행위인 부당노동행위를 했지만 결과적으로 노조탄압에 성공한 자에게 정부는 사장 연임과 높은 평가로 보상해 준 것이다. 현 정부들어 발전 이외에도 철도·가스·국민연금·건강보험·서울도시철도·공공연구기관 등 여러 공공기관에서 자행된 노조탄압의 몸통이 현 정권이라고 추정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노조법 개정하고 부당노동행위 사용자·정부 개입의혹 규명해야

공공기관·비정규 사업장·버스와 택시사업장·제조업체를 막론하고 복수노조를 악용한 사용자의 탄압 양상은 너무나 비슷하다. 현행 노조법이 강제적 창구단일화제도와 함께 사용자에게만 개별교섭 선택권을 보장해 복수노조라는 칼자루를 마음껏 휘두르며 민주노조를 탄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상태가 계속된다면 지금은 일부 사업장에서 발생되고 있는 현상이 결국 전체 사업장으로 확산될 것이다. 그리고 헌법상 보장된 노동자들의 권리는 있으나 마나한 권리가 될 것이다. 따라서 한시라도 빨리 모든 노조에 교섭권과 쟁의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노조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 상임위 구성을 끝낸 19대 국회는 노조법 개정을 위한 적극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

또한 노조법이 개정되기 전이라도 법·제도를 악용해 칼자루를 마음대로 휘두른 사용자들은 현행법에서도 금지하고 있는 부당노동행위를 행한 자이므로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 특히 공공기관에서 자행된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국회가 국정조사를 실시해 국가권력이 행한 헌법질서 파괴 의혹에 대한 진상을 낱낱이 파헤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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