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강정에서 기소된 문규현 신부, 징역 6월에 집유 1년 선고

"평화의 섬 제주 향한 우리의 염원이 바로 출애굽이다"

제주 강정해군기지의 부당함을 알리고 해군의 구럼비 발파작업을 막으려다 공무집행방해죄 등으로 기소된 본지 대표 문규현 신부에 대해 제주지방법원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공무집행방해 사실이 인정되지만, 개인의 이득을 위해 한 일이 아니라 형 집행을 유예한다”며 선고 이유를 밝혔다.

 

문규현 신부는 지난 4월 16일 제주 강정해군기지 공사장 정문에서 해군과 시공사의 불법 공사에 항의하다 연행되었다. 문규현 신부는 지난 5월 30일 법정 진술을 통해 “사제들의 가장 큰 고통은 억울하고 서러운 이들의 마음을 달리 위로할 수 없을 때이다”며 “자기 생존권을 방어하고 호소할 수 있는 모든 권리를 박탈당한 주민들의 애끊는 호소에 부디 귀 기울여달라”고 호소했다.

 

2012년 5월 30일, 법정 진술

 

문규현 신부입니다.

저를 비롯해 천주교 사제들은 이 법정에 서는 것이 영광스럽습니다. 이곳 제주법정에서 재판을 받고, 강정 주민들과 함께 단죄되는 기회를 부여받았음에 감사드립니다.

 

저희 사제들의 가장 큰 고통은 억울하고 서러운 이들의 마음을 달리 위로할 수 없을 때입니다.

 

저희들에게 주어지는 가장 큰 형벌은 이 땅에 정의와 인권이 부재함을 목도하는 것입니다.

 

저희가 입은 사제복이 부끄러울 때는, 창조주 하느님의 피조물들이 분별없이 희생되고, 죽임달할 때입니다. 예수 그리스도 최고의 선물인 평화가 거부당하고, 파괴될 때입니다.

 

저희와 함께 재판을 받으시는 강정주민 강부언 어르신이 지난번에 법정에서 하신 말씀은 강정사태의 진실을 담고 있습니다. 지난 5월4일 그분께서 진솔한 내용을 다시 들려드립니다.

 

누구에게도 기대할 수 없는 이 불법광란의 현실 속에서, 힘없는 백성에게 정의를 잊은 재판부에 할 말은 많지만 뭘 얘기할 수 있겠느냐. 주권과 행복추구권을 박탈당한 힘없는 주민의 항변에 귀 한 번 기울이고 소통시켜 준 적 있는가. 가슴에 피멍이 들어 우울증 치료를 받아야 하는 주민들 생각하면, 우릴 막아선 경찰을 보면 치가 떨린다. 후손들 생각하면 어떻게 울분을 참을 수가 없다. 전쟁기지 중단하고 구럼비를 살려 달라.

 

그렇습니다. 자기마을과 역사문화가 사라지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강정마을 주민들은 이렇게 찬반에 대한 판단과 권리조차 철저히 묵살당한 채 일방적으로 거세당하고, 지워지고 있습니다.

 

강정마을을 상대로 정부와 해군이 벌이는 모든 행위는 계엄을 선포하고 군사작전을 실시하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정치는 없이 오직 억압과 불법만 일방통행 할 뿐입니다.

 

정부와 해군은 안보라는 미명 아래 자국민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가장 튼튼한 안보, 최후의 안보는 국민의 마음을 얻는 것입니다. 자국민을 짓밟으면서 세우겠다는 그런 안보는, 허구 아니면 사기입니다.

 

저희 카톨릭 교회의 명백한 가르침은 결코 ‘군사력으로 평화를 이룰 수 없다’는 것입니다.

 

2005년도, 4·3비극을 딛기 위해 제주를 평화의 섬으로 선포했던 바로 그 지점에 재판장님께서도 서 주시기 바랍니다. 자기 생존권을 방어하고 호소할 수 있는 모든 권리를 박탈당한 주민들의 애끊는 호소에 부디 귀 기울여 주시기 바랍니다.

 

정의와 진실에 귀 기울이지 않는 법 적용이라면, 그 자체로 폭력이 될 것입니다.

 

마을주민들, 평화운동가들, 그리스도인들이 끊임없이 끌려가고, 유치장에 갇히고, 줄줄이 법정에 서는 이 현실을 보며 저는 성경의 출애굽을 연상합니다.

 

자유인, 참된 하느님의 백성으로 살기 위해 이집트 노예생활을 뒤로 하고, 시련과 위험을 감수하며 탈출에 나선 이스라엘 백성들의 장엄 행렬입니다.

 

그들의 목적지는 가나안이었습니다. 가는 길에 죽을 수도 있고, 언제 도착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들은 가나안을 향해 끊임없이 나아갔고, 마침내 도착했습니다.

 

평화의 섬 제주, 해군기지 없는 제주를 향한 우리의 염원과 행렬 또한, 바로 출애굽처럼 그러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문주현 peacemania7@gmail.com
 
http://www.cham-sori.net/news/view.html?section=1&category=102&no=12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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