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이것은 마치 고객 만나자마자 상품 팔아먹는 속도?

직원간 양해각서 체결 및 각서 강요...KT 새노조 공정위 고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예산 심의에서 “KT의 2G 가입자가 전체 1% 수준으로 줄었을 때 사업폐지를 승인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현재 이 수준에 근접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2G 사업 종료를 거의 기정사실화 했다.

2일 현재 KT가 파악하고 있는 2G 가입자는 19만명 수준으로 지난 달 25만명보다 무려 6만여명이 줄었다. 이렇게 급격하게 줄어든 배경에는 KT가 2G 사용자를 배려하기 보다는 노골적으로 종료를 재촉하는 무리한 행동까지 서슴지 않는 종료작업이 포함되어 있다.

KT의 상명하달식 상품판매 및 마케팅은 이미 오래전부터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상명하달식 상품판매와 마케팅은 KT 노동자들을 압박하면서 진행되고 있어서 더욱 큰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는 무려 14명의 KT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이중에 3명의 노동자는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렇게 노동자들의 죽음이 이어지고, ‘인력퇴출프로그램’에 대한 언론보도가 이어지면서 KT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KT 수도권 지사, 직원들간 상품판매 양해각서 체결
비영업직원들도 상품판매를 할 수 있도록 양해각서 만들어

최근 KT의 무리한 2G사업 종료작업과 노동조건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는 가운데, KT의 한 수도권지사에서는 고객컨설팅 팀원들과 MOU(올레 파트너 공동업무 협약서)를 맺었다. MOU내용은 ‘성과향상’을 위한 것으로 상품판매와 생산성 향상을 통한 비용절감 등의 내용이 담겨있으며, 총 4개의 조항으로 돼있다.

▲  KT 한 지사가 직원들과 맺은 양해각서. 여기에서 한 명의 직원만이(HP) 영업과 관련된 권한을 가지고 있을 뿐, 다른 직원들은 A/S 등 고객서비스 전문 직원이다. 그러나 이 양해각서로 비영업전문 직원들도 영업을 해야하는 상황에 놓이기 된다.

KT 새노조의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거의 구두로 상품 판매를 강제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그래서 직원들 사이에서 상품판매가 미진해도 큰 문제가 없었는데, 이와 같은 MOU 체결은 새로 계약을 공증하는 것처럼 되어서 직원들에게는 큰 부담이 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양해각서라는 것이 서로 다른 업무나 기업끼리 업무 편의상 제휴하는 것인데, 같은 팀원 사이에 이런 양해각서를 체결하도록 하는 것은 상품판매를 강제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면서 “아니면 생산성이라는 미명하에 두 사람이 일했던 것을 한 사람이 일하게 하여 인건비 절감을 강제하는 술수라고 본다”고 이번에 발견된 양해각서를 평가했다.

보통 양해각서(MOU)가 법적 강제를 띄고 있지 않아서 이를 지키지 않는다고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 양해각서 한 장만으로도 KT가 노동자들을 어떻게 대하는 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내용 중 3번 조항은 ‘MOT 판매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로 여기서 MOT(The Moment of Truth)는 스페인 투우경기의 한 용어로 ‘진실의 순간’을 뜻한다. 이 용어는 현재 마케팅용어로도 널리 쓰이며, 고객을 만나는 순간 최대한 만족을 느끼게 해서 판매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이 조항은 상품판매에 모든 노력을 다하자는 내용으로 KT노동자들이 가장 스트레스를 받고 고통스러워하는 부분 중에 하나이다.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KT가 양해각서를 맺은 고객컨설팅 팀원 8명 중 1명(H로 표시되어 있는 팀원 ? 홈플래너)만이 영업 관련 업무를 하는 노동자라는 사실이다. 나머지 7명은 기존의 고객서비스 업무(현장 개통 및 AS)를 하는 영업과는 전혀 무관한 노동자이다. 그러나 영업관련 업무와 고객서비스 업무를 최근에 고객컨설팅 팀으로 지난 2010년 1월에 묶으면서 이와 같은 상품판매와 관련된 양해각서까지 체결했다.

KT 새노조 한 관계자는 “영업파트에 있던 사람을 현장업무로 보내면, 부당전직 판정을 받게 된다. 그래서 이를 모두 한 팀으로 묶어놓아 영업도 하고 개통도 하게 만들면서 희석시켜 놓은 것”이라고 고객컨설팅 팀에 대해 평가했다.

이어 4번 조항은 ‘생산성 향상을 통한 비용절감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로 KT 새노조 한 관계자는 “최근 논산에서 발생했던 노동자 돌연사와 같은 노동자들의 죽음이 바로 이러한 생산성 향상을 이유로 노동강도를 높이면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지난 10월 5일 사망한 논산지사 고 전용준 씨가 하던 업무는 기존에 8명이서 했던 것이었으나, 2명으로 줄어 막중한 업무량과 스트레스로 밤에 잠도 제대로 못 잤다고 유가족들은 밝힌바 있다.

이번에 발견된 양해각서에는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KT 노동자의 노동강도와 관련된 내용만 담겨있을 뿐, 노동자의 노동인권과 관련된 내용은 전혀 담겨 놓지 않았다.

이런 사례는 KT 민영화 이후 여러 차례 발견된다.

KT상품의 할당량 못 채우면 어떤 인사조치도 감수한다는 각서 요구하기도

지난 2009년에는 수도권 한 지사에서 고객서비스 팀원들에게 KT상품의 할당량을 배당하여 이를 지키지 못할 경우 어떤 인사조치도 감수한다는 내용의 각서를 요구한 바 있다.

▲  2009년 KT 한 지사가 직원들에게 요구한 각서.

당시 각서의 배경이 된 프로모션 사업은 KT가 매달 행사를 개최해 행사와 관련된 상품을 집중판매하는 사업이다. 이를 매달 개최하면서 KT노동자는 1년 내내 상품판매에 대한 압박을 받으며 노동을 해야 했다.

이처럼 상품판매에 대한 노동자들의 고충이 커지자 지난 2008년에 있었던 KT노동조합 위원장 선출선거에서는 김구현 현 KT노동조합 위원장이 “강제상품판매 근절”이라는 핵심공약을 들고 나오기까지 했다. 그러나 위 각서를 보듯이 현재까지도 상품판매에 대한 문제는 사라지지 않았다.

▲  2008년 KT노동조합 선거 당시 현 김구현 위원장의 공약 중 하나. 그러나 공약과 달리 실제 KT 현장에서 상품판매문제는 계속 일어나고 있다.

KT민영화 초기부터 시작한 상품판매의 역사
KT 새노조, 결국 참다 못해 공정위에 고발한다

KT 새노조 한 관계자는 “이런 상품판매 행위가 생기기 시작한 것은 KT가 민영화되고부터다”고 말했다.

민영화 이후 ‘주주 이익 극대화’ 실현을 위해 매출증대에 KT는 모든 노력을 해왔다. 인권단체 연석회의는 지난 2004년 ‘KT 상품판매 전담팀 인권백서’를 통해 “KT의 매출지상주의로 인해 통신시장은 불법마케팅의 온산이 되었고, 모든 사업자가 불법마케팅으로 인한 엄청난 과징금을 부과받았다”고 밝히며 “KT가 2002년부터 2004년까지 부과받은 과징금만 158억”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법으로 금지되어 있는 비영업부서 직원들에게 휴대전화를 할당판매하고, 실제로 KT 김천전화국의 직원이 개인명의로 무려 1,354대의 휴대폰을 가개통한 사실이 폭로된 바도 있다”고 밝혔다.

2004년에는 부산의 한 지사 직원이 상품강매의 스트레스를 못이긴 채 ‘심장상 급사’의 원인으로 세상을 떠난 적도 있다. 당시 유족들은 유품을 정리하면서 2세된 아이에게 판매한 계약서를 포함한 PCS 가개통 내역과 전화요금 통지서 등을 발견하였다.

이뿐만 아니라 구조조정, 정리해고, 명예퇴직 등 다양한 방식의 감원 감축에도 불구하고 버티는 노동자들을 KT는 따로 상품판매전담반을 구성하여 특별관리를 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 2003년에는 전북의 상품판매전담반 직원을 차로 미행하다 들통이 나기도 했다. 그리고 무조건 상품을 팔라고 지시하고 실적이 저조하면 그 이유로 3개월에 한번 씩 비연고지로 발령을 내리기도 했다.

이처럼 KT의 상품판매는 매출을 극대화와 노동탄압의 무기 등으로 다양하게 쓰였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2G 사업 종료를 위한 작업들은 고객에게 큰 피해를 입히고 있는 상황이다.

KT 새노조는 최근 ‘KT의 거래강제행위’에 대해 광주지방공정거래사무소에 신고하였다. 이에 현재 공정거래위원회는 조사 중에 있으며, 빠른 시일 내에 결과를 통보하겠다는 내용의 회신을 KT 새노조 측에 보냈다. (기사제휴=참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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