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산재는인재가 아닐까?.KT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권, 이대로 좋은가.

KT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권, 이대로 좋은가.
2011.01.20 15:37 입력
지난 1월 14일 전남지역 지사에서 근무하던 정현근(가명)씨는 회사차량으로 이동하던 도중 버스와 정면 출동을 했다. 정씨는 이 사고로 현장에서 사망했고 사고 소식이 알려지자 KT 노동자들의 인터넷 커뮤니티 ‘인간다운 KT를 만드는 사람들’엔 고인의 죽음을 안타까워하고 추모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현재 경찰은 자세한 사고경위를 조사하고 있는 중이다.

이번 사고가 안타까운 점은 사고로 인한 죽음을 막을 수 있지 않았을 까라는 점이다. 사고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옆에 동료가 한명이라도 같이 있었다면 죽음을 막았을 수도 이어진 것은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점이다.

인터넷?전화 설치 등을 하는 KT 노동자들은 설치 업무 등을 위해 전신주, 주택 옥상에 올라가는 일이 많기 때문에 부상을 입기 쉬운 상황에 처해있다. 또한 농촌지역의 경우 이동거리가 늘어나기 때문에 장시간 운전 등으로 인한 피로도도 높아진다. 이러한 이유들이 중첩되면서 집중력이 떨어져 안전운전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때문에 2인이 1조를 이뤄 설치 작업을 하는 게 안전하겠지만 적지 않은 KT직원들이 혼자서 이러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정현근씨도 약 6년간 혼자 업무를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의 사고가 교통사고이긴 하지만 이러한 노동환경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전북지역에서 15년간 KT 노동자로 일해온 노유성(가명)씨의 경우도 혼자서 설치 업무를 하던 과정에서 사고를 당했다. 그는 3년 전 겨울 전신주 위에서 작업을 하던 도중 발을 헛디뎌 추락을 하고 의식을 잃었다. 당시 생명을 잃을 위험한 상황이었지만 지나가던 주민이 이를 발견하고 신고를 하여 병원으로 옮겨졌다. 하지만 노씨는 이 사고로 뇌손상을 입고 뇌를 절제하는 수술을 받아야만 했으며 장해 판정을 받고 정신과 병동에서 입원하게 되었다. 현재는 일상적인 활동이 어려운 상태에서 가족이나 친구, 지인 등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장애를 겪고 있다.


현장업무가 위험한데도 KT노동자들이 혼자서 일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2009년 12월에 5000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명예퇴직으로 나갔지만 그에 따른 신규채용은 미진했다. 노동자들 입장에선 효율적인 업무분담은커녕 이전보다 더욱 과중해진 업무를 맡아야만 했고 주말근무와 야근은 일상적인 일이 되었다. 노동조합이 비판 기능을 상실하면서 여기에 대한 문제제기도 잘 안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만큼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권은 후퇴될 수밖에 없었다. 2010년 전환배치 이후 많은 KT 노동자들이 과도한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와 고통을 호소했다. KT민주동지회가 발행하는 소식지 ’민주통신’에 따르면 작년 5월에서 9월 사이에는 4명의 노동자가 심근경색과 뇌출혈 등으로 사망하기도 했다. 국내외의 의학 연구를 통해 갑작스러운 뇌출혈이나 심근경색 등이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가 주요한 원인이라고 알려진 것을 비추어볼 때, 노동자들의 죽음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조건의 악화로 인한 산업재해라고 봐야할 것이다.

이석채 KT 회장은 오늘 있었던 기자간담회에서 2011년 매출 20조5000억원을 목표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수치는 전년대비 약 2∼3% 매출성장을 이루겠다는 계획으로 보인다. 그러나 노동강도 강화로 인해 작년에 알려진것만 4명의 노동자들이 돌연사한 것을 비추어 볼때 이러한 경영은 노동자들의 건강권은 더욱 후퇴할 것으로 보인다.


KT 인권센터에서 활동하고 있는 조태욱씨는 “이석채 회장 취임후에 노동조건 악화로 인한 노동자들의 고통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더욱이 노동조합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서 회사에 대한 견제장치가 없다보니 현장의 노동자들을 더욱 지치게 한다.”며 “앞으로 제대로 된 비판의 힘을 노동자들이 만들어내면서 KT의 노동환경을 바꿔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채민 vsite8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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