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전화선 끊고, 유류비 끊고… 타임오프 ‘불똥’

국내 굴지의 자동차 노조는 최근 회사로부터 그간 노조전임자에게 제공하던 차량 지원을 중단하고, 노조 사무실에 쓰는 컴퓨터 등 사무 기기를 회수하겠다는 공문을 받았다. 또 경남 창원시의 한 대기업은 단체협약에 따라 노조전임자에게 지급하던 유류비를 끊었고, 수도권 소재 한 기업도 노조에게 집기 반납과 통신비 노조 부담을 요구하며 전화 송신 기능을 차단했다.

11일 노동계에 따르면 이달부터 노조전임자 수의 법적 한도를 정하는 근로시간면제 제도(타임오프)가 시행되면서 회사가 노조에 대한 편의 제공을 일방적으로 중단하면서 타임오프 시행을 둘러싼 노사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타임오프 시행을 이유로 회사가 이처럼 각종 편의 제공을 중단하는 것은 정부가 타임오프 매뉴얼에 대한 명확한 해석을 내놓지 않기 때문이라는 게 노동계 설명이다. 고용노동부의 타임오프 매뉴얼에는 과도한 편의 제공을 부당 노동 행위로 규정하고 있을 뿐 세부 기준은 없다.

따라서 회사는 이를 근거로 기존에 제공하던 사무실 및 차량 운영 지원, 사내복지시설 운영권 등 부당 노동 행위로 간주될 수 있는 것에 대해 노조에게 지급 중단을 선언하고 있다는 게 노동계 판단이다.

유정엽 한국노총 홍보선전국장은 "경영진이 타임오프 매뉴얼을 부당하게 확대 해석해 노조를 탄압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회사도 잘못이지만 매뉴얼에 대한 정확한 해석을 내놓지 않고 있는 정부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고용부는 최근 각종 편의 제공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자 부당 노동 행위의 범위를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당초 편의 제공을 넓게 해석해 회사에게 힘을 실어 주는 분위기였으나 단체협약에 따라 최소한의 노조 활동에 필요한 사무실과 각종 비품 등을 제공하는 것은 과도한 편의 제공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다만 노조에게 직접 금품 지원을 하는 것은 부당 노동 행위인 만큼 엄격하게 단속할 예정이다.


하지만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노동계는 정부의 이 같은 입장에도 불구, 개정 노조법과 타임오프가 현실을 외면한 처사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와 관련, 12일 김영훈 위원장의 단식농성 돌입 등을 포함한 향후 투쟁 일정을 밝힐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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