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 말한 영업이 사기는 아니겠지?

 [뉴스핌=강필성 기
자] KT의 일선 대리점에서 아이폰 리퍼폰이 신품으로 둔갑된 채 판매되고 있어 소비자
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그나마 양심적인 대리점에서는 리퍼폰이라는 것을 공개하
고 신제품에 비해 약 10만원의 할인가를 제공하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아예 신제품으로
속이고 판매하는 상황이다.

아이폰의 리퍼폰이란 ‘리퍼비시(Refurbish)’의 약자로 말 그대로 재정비품이라는 뜻
이다. 애플은 아이폰이 고장 났을 때 리퍼폰으로 교환해주고, 고장난 제품을 회수해
수리, 리퍼폰으로 재생산하는 독특한 A/S방침을 가지고 있다. 당연히 리퍼폰을 신품이
라고 하기는 힘들다.



문제
는 A/S를 통해서만 지급돼야 할 리퍼폰이 시중에 고스란히 판매되고 있다는 점이다. K
T도 이같은 상황을 인지하고 있지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 상태다. 그도 그럴 것
이 KT 스스로 이런 상황을 자초했기 때문이다.

소비자피해보상규정에는 소비자가 구매 14일 이내 단말기 불량이 발생할 때 새 제품으
로 교환 혹은 환불해주도록 명시돼 있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불량 휴대폰은 이통사의
유통망을 통해 다시 제조사로 반품되는데, 아이폰의 경우는 이 과정이 존재하지 않는
다.

애플과 KT가 대리점으로부터 불량 아이폰 반품을 받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
로 불량 아이폰이 발생하면 할수록 그 손실을 일선 대리점이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
다.

KT 대리점의 한 관계자는 “만약 신품으로 교환하거나 개통철회가 이뤄질 경우 그 불
량 아이폰은 고스란히 반품도 안되는 재고가 된다”며 “결국 불량 아이폰이 생기면
고스란히 대리점에 손실로 남게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원칙적으로는 안되는 거지만 차라리 불량 아이폰을 리퍼폰으로 교체해 판
매하는 것이 조금이라도 손실을 줄이는 일”이라며 “실제 일부 매장에서는 이런 리퍼
물량을 인터넷 커뮤니티의 공동구매나 신품으로 속여서 팔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KT는 이같은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구입 14일 이내 불량
이 발생하면 리퍼폰으로 교환해주라는 방침을 대리점에 전달했다. 하지만 정작 소비자
들은 신품이 리퍼폰으로 교체되는 걸 원치 않다보니 아예 환불하거나 리퍼를 거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대리점 입장에서는 생존을 위해서라도 쌓이는 리퍼폰을 판매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같은 KT의 정책 때문에 시중 공급된 아이폰 중 신품으로 알고 샀지
만 리퍼폰인 경우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리퍼폰이 외형상 신제품과 차이
가 없어 소비자 입장에서 구분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구입한 아이폰의 리퍼 여부를 확인하는 유일한 방법은 아이폰 일련번호를 확인하는 것
뿐이다. 아이폰은 AAA-111 형식의 영문과 숫자로 혼용된 고유 일련번호를 갖는데, 리
퍼폰의 경우에는 AAA-R111 식으로 숫자 앞에 R이 들어간다.

KT 관계자는 “리퍼폰이 신품으로 팔리는 것은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라며 “만약 그
런 사례가 발생했는데 대리점에서 해결을 해주지 않을 경우 KT에서 적극적으로 조치를
취해줄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리퍼폰으로 인한 논란은 당분간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KT는 일선
대리점의 불량 아이폰 물량을 반품 받을 계획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미국의 이통
사 AT&T처럼 아이폰 리퍼폰 판매를 공식화할 예정도 없는 상황이다.

출시 4개월만에 판매 50만대를 돌파한 아이폰의 신화 이면에는 대리점에 쌓여가는 리
퍼 물량에 대한 손실과, 이를 KT의 묵인 하에 구매하는 소비자들의 피해가 누적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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