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임원수 줄이고 보수는 늘렸다.

대기업 임원수 줄이고 보수는 늘렸다
 
 
■ 주요 기업 주총 분석해보니
현대차 등기이사 보수한도 100억서 150억으로
포스코 이사 2명 감축… 보수총액은 10억 증액



12일 열린 현대자동차 정기주주총회에서는 이사 보수 한도를 100억 원에서 150억 원으로 늘리는 안건이 승인됐다. 2006년 3월 70억 원에서 100억 원으로 늘어난 뒤 3년 연속 동결됐던 현대차 이사 보수 한도가 150억 원으로 크게 늘어난 것. 현대차 관계자는 이사 보수 한도가 대폭 증가한 이유에 대해 “지난해 경영성과와 보수 한도가 3년간 동결된 점 등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총을 개최했거나 주총을 앞둔 기업들의 주총 안건을 분석한 결과, 임원 보수 한도를 늘리고 이사 수를 줄이는 기업이 많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임원 보수 한도는 사외이사를 포함한 등기 이사가 받는 급여와 성과급, 퇴직금 등이 포함된 액수다. 사외이사의 연간 보수가 많아야 1억 원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늘어난 보수 한도는 대부분 사내이사들에게 돌아가는 몫이라고 보면 된다.

포스코는 올해 등기 이사를 15명에서 13명으로 줄이면서 임원 보수 총액은 60억 원에서 70억 원으로 올렸다. 동국제강도 12명이던 등기 이사를 11명으로 줄이면서 임원 보수 한도는 60억 원에서 70억 원으로 늘렸다. KT도 지난해 45억 원에서 올해는 65억 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삼성그룹 계열사 중에는 삼성물산이 임원 보수 한도를 120억 원에서 150억 원으로 올리는 안건을 주총에 상정했다. SK㈜와 SKC도 각각 100억 원에서 120억 원으로 상향 조정할 예정이다. LG생활건강도 30억 원에서 40억 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일부 기업들은 보수 총액은 동결하면서 이사 수를 줄여 급여 수준을 높이고 있다. 삼성전자 주총에는 등기이사를 기존의 9명에서 7명으로 줄이는 안건이 상정돼 있다. 삼성전자는 사내이사와 사외이사를 각각 한 명씩 줄이면서 임원 보수 한도도 550억 원에서 520억 원으로 감축하기로 했다. 임원 보수 한도가 줄어들지만 이사 수도 줄기 때문에 1인당 받을 수 있는 보수 한도는 지난해보다 오히려 더 늘어난다. 삼성전자는 2008년 350억 원이던 임원 보수 한도를 지난해 550억 원으로 대폭 올린 바 있다.

삼성중공업은 임원 보수 한도를 100억 원으로 동결하면서 등기 이사 수를 7명에서 6명으로 줄이는 안건을 주총에 상정해 놓고 있다. LG디스플레이도 임원 보수 한도는 85억 원으로 동결하고, 9명이던 등기 이사를 7명으로 줄이는 안건을 주총에서 통과시킬 계획이다. 이 밖에 대한통운, 태광산업, SK에너지 등이 사외이사 수를 줄였다.

이에 대해 대부분의 기업들은 지난해 글로벌 경제 위기로 삭감하거나 동결된 임원들의 보수를 정상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기업 성과가 좋아진 것은 모든 임직원이 노력한 결과인데 일부 임원들이 지나치게 많은 보수를 가져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이만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경영 성과가 좋아서 보수 한도를 늘린다고는 하지만 최근의 경영 성과는 투자를 안 하거나 고용을 줄여서 거둔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이사 보수 한도를 늘리는 게 바람직해 보이지만은 않는다”고 말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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