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폭력 이제는 사라져야 합니다

[뉴스데스크]

◀ANC▶

얼굴을 보지 않고 상대에게 말을 할 때, 좀 더 표현이 무례해질 때가 있죠.

MBC 연중기획 품격 있는 사회, 오늘은 익명 뒤에 숨어서 막말하는 현실을 들여다봅니다.

전재호 기자입니다.

◀VCR▶

쉴 틈도 없이 울려대는 전화벨.

114 안내원들은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을

매일 수백 명씩 전화를 통해 만납니다.

대부분 점잖게 혹은 예의를 갖춰

전화번호를 묻지만

그런 사람들만 있는 건 아닙니다.

다짜고짜 반말을 하거나

◀SYN▶

"내가 왜 너희들한테 전화했는지 알아?"

느닷없이 화를 내기도 하고

◀SYN▶

"뭔데 미***아!, 뭘 연결을 하냐고.

씨***아! 돈 없으면 말해."

괜한 트집을 잡기도 합니다.

◀SYN▶

"사장 바꿔, 사장 핸드폰 번호 알잖아.

불러!"
반말에서 욕설까지,

114 안내원들에게는

그날의 나쁜 기억을 지우는 것이

중요한 하루 일과 중의 하나입니다.

◀INT▶ 전정임/KTis 콜센터

"그걸 기억하면 일을 하려야 할 수 없어요.

처음 들어보는 이상야릇한 욕도 하시고

성적인 비유를 들어 욕을 많이 하시거든요.

그걸 기억을 하면 여기 있겠냐고요.

여기 못 있죠."

하지만 좀체

지워지지 않는 기억도 있습니다.

이름도 얼굴도 드러나지 않는다고

무심하게 뱉은 말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받기도 합니다.

◀INT▶ 최윤정/KTis 콜센터

"처음 들어와서 얼마 안 된 직원인데

근무를 하다가 울더라고요.

험한 욕을 들었나 봐요.

자기는 그걸 듣고 심장이 벌렁벌렁 거린대요.

그래서 사표 쓰고 나간 친구가 있어요."

얼굴을 숨기고,

이름을 가린 채 오가는 험한 말들,

이런 말들이 오가는 곳 가운데 하나는

소통의 장인 인터넷입니다.

지난 한 해 인터넷에서는

크고 작은 소동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이름과 얼굴은 물론이고

목소리까지 드러나지 않는 익명의 뒤에서

함부로 쏟아내는 무절제한 언어들.

그것은 폭력과 다르지 않습니다.

익명으로 날아드는 언어폭력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됐던 사람들은

그 당시 어떤 생각을 했을까.

◀INT▶ 윤서인/인터넷 만화가

"대응을 하려는데, 키보드가 안 눌러져요.

ㄱ을 눌러야 하는데 손이 떨려서 ㅅ누르고

이런 경우도 있어요. 힘든 밤에는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고

몸도 이렇게 막 경련이 일어나는

경험도 했었고요."

인터넷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이고 여론의 광장입니다.

그러나 절제되지 않은 언어로 인해

광장은 좁아지고

소통이 막힐 수도 있습니다.

◀INT▶ 전상진 교수/서강대학교

"인터넷의 가장 큰 장점은

어떤 것도 고려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곳이다 라는 것인데,

그러한 과정 속에서도

기본적으로 지켜야 되는

어떤 룰이랄까 도덕이랄까 하는 부분은

분명히 있는 것 같아요."

이름, 얼굴이 드러나지 않는다고

익명 뒤에 숨어 오가는 험한 말들,

우리 사회의 품격을 보여주는 한 단면입니다.

MBC 뉴스 전재호입니다.

(전재호 기자 onyou@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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